“겜심 잡아야 산다”…엔씨, 아이온2 연쇄 생방송 승부수
대규모 온라인 게임 서비스 운영 전략이 실시간 소통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간헐적 공지와 패치 위주였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유튜브 라이브와 같은 양방향 채널을 통해 과금 구조와 경쟁 보상 설계까지 공개 해명하는 방식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특히 출시 초반 핵심 유저의 이탈 여부가 중장기 수익 구조를 좌우하는 만큼, 게임사들이 ‘겜심’으로 불리는 이용자 신뢰 관리를 사업 전략 최상단에 올리는 분위기로 보고 있다. 동시에 강성 커뮤니티 여론에 과도하게 수렴할 경우 게임 자체의 설계 철학과 공정성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된다.
엔씨소프트 아이온2 개발과 운영진은 21일 오후 4시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긴급 라이브 방송을 열고 어비스 포인트 보상 구조, 서버 인구 쏠림, 이용자 인터페이스와 편의성 문제에 대한 해명과 후속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19일 정식 출시 직후 과금 모델 논란과 접속 장애 문제를 다룬 첫 긴급 방송에 이어 사흘 만에 두 번째 공식 생방송을 연 것이다. 회사 내부에서 ‘명운이 걸린 프로젝트’로 분류해온 신작인 만큼, 출범 초기부터 이용자와의 신뢰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방송의 핵심 이슈는 경쟁 보상 재화인 어비스 포인트 구조였다. 특정 콘텐츠에서 일부 이용자가 캐릭터를 반복해 사망시키는 비정상 패턴으로 과도한 포인트를 획득한 사례가 공유되면서 커뮤니티에서는 레벨과 장비 격차가 빠르게 벌어졌다는 불만이 확산됐다. 경쟁 기반 MMORPG에서 보상 구조는 사실상 게임 경제와 전투 메타를 규정하는 핵심 시스템인 만큼, 초기에 균형이 무너질 경우 신규 이용자의 진입 장벽과 과금 인식 악화로 직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김남준 아이온2 개발 PD는 라이브에서 “예측하지 못한 설계 미흡으로 발생한 문제이며 이용자의 잘못은 없다”고 언급하며, 시공의 균열 콘텐츠에서 반복 사망 방식으로 획득한 어비스 포인트는 전량 회수하겠다고 발표했다. 게임 내에서 이미 소진된 재화에 대해서는 별도의 추적과 롤백 범위를 기술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만큼, 단계적 회수와 보상 방식을 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PD는 “모든 이용자가 당시 기준에서 효율적인 선택을 했을 뿐”이라고 재차 강조하며, 패널티가 아닌 시스템 정비 차원의 조치라는 점을 부각했다.
보상 체계 보완책도 함께 제시됐다. 엔씨는 사과의 의미로 모든 이용자 계정에 오드 에너지 10개를 지급하고, 채집을 통해 획득한 오드를 에너지로 변환할 수 있는 주간 제작 시스템을 추가하기로 했다. 이는 장기적으로 과금 아이템 의존도를 낮추고 게임 플레이를 통한 성장 경로를 강화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기존 모바일 MMORPG에서 반복 논란을 낳았던 과금 중심 성장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버 인구 쏠림과 대기열 문제에 대한 대응도 공개됐다. 백승욱 엔씨 최고사업책임자는 같은 날 오후 7시부터 시엘 서버를 제외한 모든 서버의 캐릭터 생성 제한을 해제한다고 밝혔다. 핵심 거래와 파티 매칭 인구가 집중된 시엘 서버에 대기열이 장시간 발생하면서 타 서버의 경제 생태계가 왜곡되고 있다는 내부 분석에 따른 조치다. 김 PD는 “시엘로 이용자가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거래소 인구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서버 간 경제 격차를 줄이기 위한 통합 거래소 도입을 예고했다. 통합 거래소가 적용되면 개별 서버 인구가 적더라도 전체 플레이어 풀을 대상으로 아이템 매매가 가능해져, 특정 서버 선호에 따른 쏠림 현상이 완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용 편의와 직결되는 인터페이스와 시스템 설계도 전면 재작업에 들어간다. 김 PD는 UI 전반에 대해 “기반 시스템부터 다시 손봐야 하는 수준”이라며, 단순 스킨 교체가 아닌 구조적 개편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채팅 시스템과 스킬 프리셋 기능, 전투 정보 표시 방식 등 이용자 피드백이 집중된 항목이 우선 대상이다. 가방 큐브 지급을 통한 보관 슬롯 확장, 클래스 간 성능 격차 조정을 위한 밸런스 패치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상당수 항목은 엔드 콘텐츠에 도달한 하드코어 유저뿐 아니라 초반 유입층의 이탈을 막는 핵심 요소로, 서비스 초기에 빠르게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연쇄 생방송은 국내 게임업계에서도 이례적인 행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통상 대형 게임사는 공지나 개발자 노트 형식으로 입장을 전해왔으나, 엔씨는 출시 15시간 만에 첫 긴급 라이브를 진행하고 사흘 만에 추가 방송을 연 셈이다. 방송 중 김 PD가 이용자의 채팅 피드백을 공책에 직접 받아 적는 장면이 포착되며, 개발진이 실시간으로 시장 반응을 흡수하는 방식이 상징적으로 비쳐졌다. 평일 오후 시간대였음에도 동시 시청자 수가 2만명을 넘긴 점은 핵심 이용자층의 관심과 긴장도가 그만큼 높다는 방증으로 분석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용자 요구를 실시간으로 모두 반영하는 ‘실시간 설계’ 방식에 대한 경계도 존재한다. 일부 강성 커뮤니티 또는 상위 과금 이용자의 목소리가 전체 사용자 기반의 의견으로 과장 반영될 경우, 게임의 중장기 성장 경로와 페이싱 설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글로벌 서비스 게임들 사이에서도 단기 여론에 휘둘린 과도한 패치가 메타 붕괴와 이용자 피로도를 키우는 역효과를 가져온 사례가 적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운영 투명성과 소통은 필수지만, 게임 설계 철학과 공정성에 대한 일관된 원칙을 유지하는 것도 장기 수명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엔씨에 따르면 아이온2는 출시 직후 평균 일일 활성 이용자 수가 150만명을 넘어섰다. 초기 이용자 지표만 놓고 보면 흥행 출발은 성공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대형 MMORPG의 수익 구조가 장기 체류와 과금 전환율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향후 몇 주간의 밸런스 조정과 운영 기조가 실질적인 성패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초반 과금 모델과 경쟁 보상 설계에서 드러난 논란을 어떻게 정비하고, 커뮤니티와의 소통 속도와 설계 원칙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느냐가 아이온2의 수명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계는 엔씨의 이번 행보가 국내 대형 게임사들의 운영 패러다임 전환으로 이어질지, 혹은 일회성 위기 대응에 머물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