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선박 투자 촉진"…한국해양진흥공사, 선박 조세특례 신설 본격 추진
친환경 선박 전환을 둘러싼 정책 경쟁이 거세지는 가운데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선박 조세특례 신설 드라이브에 나섰다. 글로벌 환경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국내 해운기업의 전환 속도가 더딘 만큼, 조세 지원을 앞세운 입법 논의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25일 한국형 선박 조세특례 제도 도입을 위해 기획재정부에 예비타당성 평가를 요청한 데 이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친환경 선박 투자 촉진 조세특례 신설 추진 토론회를 연다고 밝혔다. 토론회는 국회와 정부, 해운업계, 전문가가 한 자리에 모여 친환경 선박 전환 지원 방안을 논의하는 장이 될 전망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글로벌 해양환경 규제 동향과 친환경 선박 전환 현황, 해외 주요국의 조세지원 사례, 한국형 선박 조세특례 제도의 구체적 설계 방향 등이 소개될 예정이다. 아울러 해운기업과 관련 업계, 학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제도 설계의 현실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지난 9월 세액공제와 가속상각을 골자로 한 한국형 선박 조세특례 예비타당성 평가 요구서를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해양진흥공사가 구상한 제도는 친환경 선박을 새로 건조할 경우 투자 비용 일부를 세액공제로 지원하고, 가속상각을 허용해 초기 비용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다. 해양진흥공사는 이를 통해 국내 선사들의 친환경 선박 전환 투자 결정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양진흥공사는 선박 조세특례 설계 과정에서 국내 친환경 선박 도입 현황과 해운업계의 재무 여건, 국제 환경규제 강화 속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제해사기구의 환경규제 강화 흐름과 주요 선진국의 세제 지원 사례를 참고해 제도의 실효성을 최대한 높이는 데 주력했다는 입장이다.
한국형 선박 조세특례가 도입될 경우 국내 친환경 선박 발주가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해양진흥공사는 조선업계와 친환경 연료 인프라 산업, 관련 기자재 산업 등 연관 산업 전반에도 긍정적인 파급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세제 혜택을 통해 투자 여력을 키우면 장기적으로 한국 조선·해운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선박금융 구조 변화도 기대된다. 현재 국내 선박금융 시장은 해외 금융기관과 정책금융기관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해양진흥공사는 조세특례가 도입되면 민간 금융기관의 참여가 늘어나 자본 조달 경로가 다변화되고, 친환경 선박 투자를 향한 민간 자금 유입이 확대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해외 주요국은 이미 친환경 선박 전환을 지원하는 조세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일본은 2024년부터 세법을 개정해 이른바 선진선박을 대상으로 가속상각과 조기 상각 특례를 도입했다. 메탄올, 액화천연가스, 암모니아 추진선 등 녹색 선박을 세제지원 대상에 포함시켜 친환경 선박 전환을 촉진하고 있다. 프랑스도 2023년부터 친환경 선박을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세제 혜택을 통해 선박 교체를 지원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국내 전환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디다. 안병길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은 지난해 말 기준 글로벌 해운기업의 친환경 선박 전환율은 19.5퍼센트에 달하지만 국내 전환율은 7.1퍼센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형 선박 조세특례 제도가 이 격차를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안병길 사장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글로벌 해운기업의 친환경 선박 전환율은 19.5퍼센트에 달하지만, 국내는 7.1퍼센트 수준"이라며 "한국형 선박 조세특례 제도화 논의를 본격화해 내년 이후 국회 심의를 거쳐 최종 도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세제 지원을 제도화하기 위해 국회 논의가 필수적인 만큼, 정치권 설득 작업과 입법 발의 과정이 향후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기후위기 대응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정책 카드로 친환경 선박 조세특례 논의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다만 세수 감소, 지원 대상과 범위 설정, 대형 선사와 중소 해운사의 형평성 문제 등 쟁점이 예상되는 만큼, 국회 논의 과정에서 여야와 정부, 업계 간 치열한 조율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토론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바탕으로 관련 법안 발의 여부와 추진 일정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도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평가 결과와 국제 환경규제 흐름, 재정 여건 등을 종합 고려해 제도 도입 방향을 정리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