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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AI로 추천한다”…웨이브, 오리지널 강화로 OTT 재편 노린다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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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동영상서비스 웨이브가 내년 공개 예정인 신규 콘텐츠 라인업을 발표하며 국내 OTT 경쟁 구도 재편에 나섰다. 데이터 기반 추천과 이용자 체류 시간 확대가 업계 핵심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웨이브는 장르별 팬덤을 확실히 구축할 수 있는 오리지널 예능과 드라마, 저널리즘 다큐를 전면에 내세웠다. 글로벌 플랫폼과의 정면 경쟁 대신 방송사 협력과 국내 타깃형 콘텐츠를 강화해, 이용자 데이터를 자산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웨이브의 이번 라인업을 국내 OTT 생존 경쟁의 분수령 가운데 하나로 보는 시각도 있다.

 

우선 영화와 음악, 애니메이션을 아우르는 단기 흡입형 콘텐츠로 초반 트래픽을 확보한다. 오는 23일 공개되는 재난 스릴러 콘크리트 마켓은 대지진 이후 유일하게 남은 아파트 황궁마켓에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는 사람들의 생존을 그린다. 극장 개봉 버전을 7부작 시리즈로 재구성해 OTT 이용 행태에 맞췄고, 이재인, 홍경, 정만식, 유수빈 등 연기력을 검증받은 배우들이 출연해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거장 헨리 셀릭 감독의 코렐라인 4K 리마스터링 버전은 지난 18일 단독 공개됐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고화질로 재탄생한 작품을 선보여, 기존 마니아층은 물론 가족 단위 시청까지 포착하려는 의도다. 오는 20일에는 지드래곤, 제니, 엑소, 아이브 등이 참여하는 2025 멜론뮤직어워드를 독점 생중계해 대형 K팝 팬덤을 플랫폼으로 유입시키는 허브 역할을 노린다.

 

내년 예능 포트폴리오는 팬덤과 사회적 논쟁을 키워드로 구성했다. 리얼리티 포맷을 통해 이용자 커뮤니티 내에서 지속적인 토론과 2차 콘텐츠가 생성되도록 설계한 구성이 특징이다. 웨이브 오리지널 예능 중 최대 성공 사례로 꼽히는 피의 게임 시리즈는 내년 6월 피의 게임X로 돌아온다. 강한 경쟁 구도와 심리전을 결합한 데스 게임 포맷은 시청 시간과 재시청률이 높은 장르로, OTT 플랫폼 입장에서는 광고·구독 전환 모두에 유리한 유형으로 평가된다.

 

한국 사회 이념 갈등을 전면에 내세운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는 내년 9월 시즌2를 선보인다. 이 프로그램은 청룡시리즈어워즈 예능·교양부문 최우수작품상을 받으며 화제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온라인 상에서의 정치·사회 갈등을 게임 구조 속에 압축해 보여주는 방식으로, 시청자 참여형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짜뉴스 이슈를 정면으로 다루는 베팅 온 팩트는 3월 론칭된다. 장동민, 진중권, 정영진 등 논쟁에 강점을 가진 패널들이 출연해 진실과 거짓을 가리는 리얼리티 게임 쇼로, 정보검증 플랫폼 같은 교육적 요소와 예능성을 동시에 겨냥했다. 온라인에서 팩트 체크와 딥페이크, 알고리즘 추천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만큼, 콘텐츠를 통해 정보 리터러시 논의를 끌어올릴 여지도 있어 보인다.

 

웨이브만의 색깔로 자리 잡은 퀴어 유니버스도 정교하게 확장한다. 남의연애, 너의연애, 메리퀴어 등으로 축적된 팬덤 데이터와 시청 패턴을 토대로, 1월 남의연애 시즌4를 시작으로 상반기 중 양성애자들의 연애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스탠 바이 미를 선보인다. 국내에서 주류 플랫폼이 양성애를 정면으로 조명하는 리얼리티를 편성하는 것은 이례적이라, 이용자 구성의 다변화와 글로벌 수출 가능성도 주목된다.

 

드라마 라인업은 지상파 방송사와의 전략적 협업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한 모습이다. 상반기 최대 기대작으로 꼽히는 21세기 대군부인은 입헌군주제를 채택한 가상의 21세기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한 사극 로맨스로, 아이유와 변유석이 주연을 맡는다. 이미 팬덤이 두터운 배우 조합과 대체역사 세계관을 결합해, OTT와 방송 동시 시청률을 모두 겨냥한 편성이다.

 

내년 1월에는 지성, 박희순, 원진아가 출연하는 회귀 법정물 판사 이한영과, 남지현, 문상민 주연의 영혼 체인지 로맨스 은애하는 도적님아가 MBC와 KBS를 통해 차례로 선보여지고 웨이브에서 제공된다. 2월에는 서지혜, 고수 주연의 미스터리 복수 스릴러 리버스가 웨이브 오리지널로 공개된다. 이성경, 채종협이 출연하는 찬란한 너의 계절에는 운명적 만남과 시간을 매개로 한 로맨스로, 다양한 연령층을 아우르는 전통적 드라마 수요를 노린다.

 

5월에는 신하균, 오정세, 허성태가 함께하는 코믹 액션 오십프로가 예정돼 있다. 검증된 연기파 배우들 중심의 코미디 장르는 시청 피로도가 낮고 반복 시청 비율이 높아, 장기 데이터 확보에 유리한 카테고리다. 하반기에는 삼국통일 과정을 다루는 대하 드라마 문무가 편성돼, 스트리밍 시대에도 장편 사극 수요가 유효한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저널리즘 다큐멘터리는 탐사보도와 범죄 심리 분석을 결합해 플랫폼의 공적 기능을 부각한다. 내년 1월 공개되는 읽다는 실제 사건 당사자들의 자필 편지를 토대로 범죄 심리를 분석하는 시리즈로, 그것이 알고싶다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제작진이 참여한다. 방송의 취재 노하우를 OTT 포맷으로 옮겨오면서, 단순 범죄 재연을 넘어 심리와 구조적 문제를 조명하는 방향을 지향한다.

 

5월에 선보이는 사이비헌터는 사이비 종교 연구가 탁명한 소장의 피살 사건과 그 배후를 추적하는 세 아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종교와 폭력, 가족의 트라우마를 교차로 조명하며, 종교 단체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을 다시 점화할 여지도 있다. 7월에는 JTBC 탐사보도부와 협업한 악인취재기 시즌3가 돌아온다. 사기꾼, 살인범, 사이비 교주 등 주요 범죄자를 더 깊게 추적·분석하는 구조로, 범죄 데이터와 취재 기록을 장기간 축적할 수 있는 포맷이기도 하다.

 

OTT 산업에서는 이용자 데이터와 추천 알고리즘의 정교함이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웨이브가 예능, 드라마, 영화, 음악, 다큐를 촘촘하게 배치한 것은 특정 시점에만 이용자가 급증하는 이벤트형 편성에서 벗어나, 연중 상시로 다양한 장르를 소비하게 만드는 데이터 구조를 만들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방송사와의 공동 제작·공동 투자 모델을 통해 콘텐츠 제작 리스크를 분산하면서, 동시에 스트리밍 독점권을 확보하는 전략이 주목된다.

 

해외에서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아마존 프라임비디오 등 글로벌 사업자가 대규모 제작비를 앞세워 IP 중심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국내 플랫폼으로서는 차별화된 색깔과 지역 기반 스토리로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웨이브의 이번 라인업이 이용자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지, 나아가 AI 추천과 광고 기술을 결합한 수익화 모델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산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OTT의 장기 생존을 위해서는 콘텐츠 투자뿐 아니라, 데이터 분석 역량과 광고 기술, 통신사·플랫폼 간 제휴 구조까지 함께 고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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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피의게임x#멜론뮤직어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