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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을 걷는다”…노원 달빛산책 축제에서 만난 일상의 위로

윤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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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밤이 오히려 더 기대되는 이들이 많다. 익숙한 도심의 강변이 한지 등과 미디어아트로 빛나면, 일상에 지친 마음도 잠시 새로운 온기에 젖는다. ‘노원 달빛산책 축제’가 다시 찾아오며, 서울 노원구 당현천 2km 구간이 특별한 야외 미술관으로 변신했다.

 

축제 기간에는 저녁마다 달빛 아래로 예술작품들이 펼쳐진다. 한지로 만든 등불이 강가를 물들이고, 미디어아트가 하천 위로 몽환적인 풍경을 그린다. 실제로 SNS에는 “밤 산책길이 예술관 같았다”, “사진보다 더 아름다운 현장이었다”는 감탄이 쏟아지고 있다. 지역 주민이자 방문객인 한 참가자는 “빛을 따라 걷다 보면 오히려 내 안에서 이야기가 샘솟는다”고 표현했다.

한지 등부터 미디어아트까지…‘노원 달빛산책 축제’ 서울 노원구에서 열린다
한지 등부터 미디어아트까지…‘노원 달빛산책 축제’ 서울 노원구에서 열린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이미 지난해 100만 관람을 넘었던 이 축제는, 해마다 예술가와 시민의 소통에 새로운 기록을 쓰고 있다. 올해는 국내외 18팀 아티스트가 30여 작품을 선보여, 도시의 밤을 복합 예술 공간으로 채웠다. 한지 등과 미디어아트, 조각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 작품이 모든 세대의 발길을 붙든다. 주말이면 당현천 바닥분수에는 달빛버스킹이 울리고, 지역 푸드트럭에서는 소박한 먹거리의 따스함도 빠지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일상의 ‘감각 회복’이라 부른다. 미술평론가 김아란 씨는 “도시에 갇힌 삶에도 예술로 숨통이 열리는 순간이 필요하다”며 “함께 보는 달, 함께 걷는 산책길에서 공동체 정서가 다시 태어난다”고 해석했다. 당현천의 축제는 단순한 야간 조명이 아니라, 예술이 건네는 위로와 공감의 경험을 모두에게 나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퇴근 후 일부러 멀리 돌아 산책했다”, “아이와 손잡고 걷는 밤길의 기억이 오래 남을 것 같다”는 공감부터, “노원구가 이렇게 변했는지 몰랐다”는 놀라움까지 다양하다. 축제 현장 곳곳에서는 ‘모두의 달’이라는 주제답게, 각자의 사연과 일상이 자연스럽게 얽힌다.

 

도시의 밤이 빛으로 물드는 경험은 단지 축제를 즐기는 순간에 그치지 않는다. 따뜻한 한지 등, 낯설지만 어딘가 친근한 미디어아트, 그리고 공동체의 감각이 깃든 산책길. 이런 작고 사소한 계기가 우리 일상과 마음을 천천히 바꾼다. 노원의 달빛산책은 조용히 말한다. “작은 빛이 모여, 삶에도 길을 만든다”고.

윤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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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달빛산책축제#한지등#미디어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