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국전력 5만2,000원 회복…전력망 투자·AI 전력 수요 기대에 밸류에이션 재평가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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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전력 수급 대책과 전력망 재편 논의에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발 전력 수요 증가 기대가 겹치며 한국전력 주가가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공기업 규제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인프라 필수주로서의 위상이 강화되면서 밸류에이션 재평가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조적 수요 확대와 실적 턴어라운드가 맞물려 전력산업 정책 방향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에 시선이 쏠린다.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일 장 마감 기준 한국전력 주가는 52,200원을 기록해 전일 대비 3.16% 상승했다. 장중에는 52,500원까지 오르며 종가 기준 52,000원 선에 안착했다. 최근 한 달간 주가는 겨울철 전력 성수기 진입과 정부의 전력망 확충 정책 기대가 맞물리며 저점을 높여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5일 이동평균선이 20일선을 상향 돌파하는 등 지난 6개월간 이어진 하락 추세가 진정되고 상승 추세 전환 조짐이 나타났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분석] 전력망 재편·AI 수요 확대… 한국전력, 에너지 인프라주 성장세 강화
[분석] 전력망 재편·AI 수요 확대… 한국전력, 에너지 인프라주 성장세 강화

주가 변동을 이끈 핵심 요인은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겨울철 전력 수급 대책과 한국토지주택공사와의 대규모 전력망 구축 업무협약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내년 1월 셋째 주를 올겨울 최대 전력 수요 시점으로 예상하고 111.5GW 수준의 공급 능력을 점검하는 등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했다. 이에 따라 전력 공급의 최종 책임을 지는 한국전력의 역할이 부각되며 필수 공공재 인프라 기업에 대한 프리미엄이 재조명되는 분위기다.

 

LH와의 전력망 구축 협약은 장기 성장성을 뒷받침하는 재료로 평가된다. 3기 신도시 등 대규모 개발지구에 안정적인 전력망을 공동 구축하기로 한 만큼, 신도시와 데이터센터 등 신규 수요처를 묶어 장기적 전력 판매 기반을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단기 수익보다는 대규모 인프라 자산을 바탕으로 한 안정적 현금창출 모델이 강화되며, 전력 판매를 넘어 국가 전력망 인프라 사업자로서의 입지가 재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급 측면에서도 매수세가 뒷받침됐다. 지난 5일 기준 외국인은 약 86만 주, 기관은 약 28만 주를 순매수하며 동반 매수 우위를 기록했다. 최근 1주일간 상승 구간에서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 강도가 강화되는 패턴이 나타났고, 외국인 매수 지속 시 주가 탄력이 커지고 대규모 매도 전환 시 조정 압력이 확대되는 상관관계가 확인된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대형 가치주 중심 선호 현상이 한전 등 공기업 인프라주로 확산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업 규모를 보면 한국전력의 시가총액은 약 33조 5,105억 원으로 코스피 17위를 기록 중이다. 상장주식수는 약 6억 4,196만 주에 이르러 유동성이 풍부하며, 외국인 지분율은 56.67%로 한전기술 13.46%, 한전KPS 12.33%와 비교해 월등히 높다. 실적과 시장 지배력 측면에서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자본 대비 주가 수준을 의미하는 PBR이 0.35배에 불과해 여전히 자산 가치 대비 저평가 구간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적 측면에서는 2024년 연간 영업이익 흑자 전환이 예상되며 수익성 개선이 뚜렷해졌다. 3분기 영업이익률은 13.01%를 기록했고, 2025년 예상 자기자본이익률 ROE는 20.27%로 제시되며 자본 효율성의 급격한 회복이 기대되고 있다. 현재 주가는 주가수익비율 PER 3.69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어 증권가 목표주가 60,923원과 비교할 때 추가 상승 여지가 남아 있다는 평가다. 다만 부채비율이 496%대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실적 턴어라운드를 통한 재무 구조 개선 속도가 투자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전력망 구조 개편 논의도 중장기적으로 주가에 영향을 줄 변수다. 정부가 에너지 고속도로 정책과 연계해 개방형 전력망을 검토하는 가운데, 전력망 중립성 확보를 위한 구조 개편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전의 독점적 송배전 구조에 조정이 이뤄질 경우 송배전망 사업의 효율화와 투자가 동시에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요금·규제 체계 변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공존하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20여 년 만의 구조 변화 가능성이 한전의 중장기 밸류에이션을 좌우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인공지능 확산이 전력 수요 확대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초인공지능 시대의 전력 부족을 경고한 이후,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수적인 전력 인프라의 중요성이 국제적으로 부각됐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과 안정적인 송배전망을 요구하는 만큼, 국가 전력망을 보유한 한국전력이 AI 산업 성장의 간접 수혜주이자 필수 에너지 인프라 관련주로 재평가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기초 체력도 개선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약 90% 증가하며 에너지 원가 안정화와 비용 구조 조정의 효과를 입증했다. 여기에 미국 원전 시장 진출 등 해외 사업 확장에 대한 기대가 더해지며, 전통적인 내수 유틸리티에서 글로벌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 스토리가 강조되는 흐름이다. 시장에서는 전기요금 현실화와 해외 프로젝트 확대가 결합될 경우 이익 변동성이 줄고 안정적 배당 여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재무구조 부담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전력 설비와 유틸리티 테마의 중심 종목이지만, 한전KPS나 한전기술 등 계열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부채비율은 약점으로 지적된다. 일부에서는 공공요금 인상 속도가 더뎌질 경우 재무 개선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는다. 그럼에도 업계 전반에서는 실적 개선 속도가 빠른 만큼 부채 부담의 주가 디스카운트 요인은 점차 완화될 수 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주가 기술적 흐름을 보면 단기적으로 내년 1월 전력 피크 시즌까지 수급 모멘텀이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50,000원대를 지지선으로 삼아 전고점 부근인 54,000원 돌파 시도가 나올 수 있다는 낙관적 시나리오와, 50,000원선이 이탈될 경우 매물 소화를 위한 기간 조정 국면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보수적 시나리오가 병존하는 상황이다. 전기요금 인상 여부와 속도가 어느 쪽 시나리오에 힘을 실을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투자자들이 주시해야 할 리스크 요인은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성과 정부의 전기요금 조정 정책 지연 가능성이다. 유가와 연료비가 다시 상승세를 탈 경우 수익성이 압박받을 수 있고, 정치·사회적 부담으로 요금 조정이 늦어지면 실적 개선 속도가 둔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전력산업 구조 개편 과정에서 규제 체계 변화와 정치적 논쟁에 따른 노이즈가 발생할 수 있어, 관련 정책 논의의 진척 상황에 대한 상시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향후 한국전력의 주가와 실적 흐름은 겨울철 전력 수급 상황, 전기요금 결정 방향, 전력망 투자 확대 속도와 더불어 AI 데이터센터 등 신규 수요처의 성장세에 좌우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 글로벌 에너지 가격 흐름이 교차하는 내년 상반기까지 한전의 역할과 가치 재평가가 본격화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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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기후에너지환경부#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