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입법 주도권은 내가”…정청래, 여의도 속도전 지휘하며 당정 ‘엇박자’ 노출
정치적 주도권을 둘러싼 충돌이 여의도 한복판에서 재점화됐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이재명 정부의 핵심 개혁 입법을 사실상 이끌고 있다는 평이 나오는 가운데,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등 굵직한 사안을 놓고 여권과 대통령실 사이에서 ‘엇박자’ 기류가 가시화하고 있다. 당내 강경 지지층의 요구와 충분한 토론 부족 사이에서, 개혁 속도전을 둘러싼 정치권 내 긴장감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민주당은 지난 9월 3일 의원총회를 열고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의 행정안전부 산하 설치에 사실상 합의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중요 쟁점에 대한 합리적 토론”을 주문한 직후 내려진 결론이다. 정청래 대표는 “일정 시점에 충분한 토론을 하겠다”고 밝혔으나, 당일 의총에서는 이견이 공개적으로 제기되지 않았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강경 지지층 분위기와 의총장 기류상, 반대 의견 개진이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법무부에 중수청을 두자는 일부 의견에 대해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언급 직후 “입법 주도권은 당에 있다”고 한 발 빼면서 강경론에 힘이 실렸다. 개혁 입법과정에서 여당과 정부의 방향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된 셈이다.
언론을 상대로 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서도 당과 대통령실은 미묘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3일 “징벌적 손해배상을 언론에 적용하는 문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언급했다. 반면 민주당은 5일, 정치인과 고위공직자도 허위보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도록 입법하겠다는 원칙을 발표했다. 당 언론특위는 '사실상 고의·과실 모두 징벌적 손배 적용' 방침까지 천명했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고의적인 왜곡이나 허위 정보에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으나, 실제 법제화 범위를 둘러싸고 아직 당정 온도차가 적지 않다.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서도 온도차가 감지된다. 대통령실은 사법개혁적 필요성과 위헌 소지 논란 등을 들어 신중한 접근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정청래 대표는 5일 “국민적 요구를 누구도 피할 수 없다”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차원의 신속한 논의 촉진을 촉구했다. 반면, 김병기 원내대표 등은 “대안을 내달라”며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신중론에 무게를 둔 모양새다.
신속한 입법 처리 과정에서 밝혀진 혼선에 대해 정청래 대표는 “원팀, 원보이스에 차질을 빚는 행위를 색출하고 엄단하겠다”며, 당 기강 확립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대법관 증원안 유출 논란 등 관련 보도에 “명백한 해당 행위”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정청래 대표의 입지는 이재명 정부 내 강경 지지층의 요구와 맞닿아 있다는 진단이 당내외에서 나온다. 일각에선 “충분한 토론 없이 과속을 강조하다 부실 입법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신중론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당 지도부는 향후 “당정 사이 세밀한 논의와 현장 의견 수렴 절차를 병행할 것이다”고 전했다.
이날 국회는 개혁입법의 속도와 방식, 그리고 신중한 검토 요구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가며, 향후 여야의 정면 대립 및 입법과정 혼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