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처벌 제재 효과 없다"…이재명, 쿠팡 거론하며 경제범죄 징벌적 부담 주문
경제 범죄 대응 방식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이 형사 처벌 위주 제재의 실효성을 정면으로 문제 삼으면서, 대규모 과징금과 민사 배상 확대 등 경제 제재 중심의 전환을 강하게 주문했다. 최근 개인정보 유출 논란을 빚은 쿠팡을 우회적으로 겨냥한 발언이어서 정치권과 재계 파장이 예상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세종컨벤션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등 경제 부처 업무보고에서 경제 분야 위법 행위에 대한 제재 방향을 대폭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가 경제형벌합리화 태스크포스 TF를 설치했는데 속도를 내야 할 것 같다"고 말하며 경제형벌합리화 TF 가동에 박차를 가할 것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에는 형벌 조항이 너무 많다"고 문제를 제기한 뒤, 형법 중심 처벌 구조의 한계를 구체적으로 짚었다. 그는 "(이 같은 형법 위주의 처벌은) 기업의 사장이나 이익을 보는 사람이 처벌받는 것이 아니라 실무 책임자를 처벌하는 일이 많다. 그마저도 수사와 재판에 5∼6년씩 걸린다"고 지적했다. 형사 처벌이 기업 의사결정의 핵심 책임자에게 제때 부담으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담겼다.
또한 이 대통령은 "이런 처벌은 아무런 제재 효과가 없다"며 최근 사례를 직접 언급했다. 그는 "이번에 '무슨 팡'인가 하는 곳에서도 규정을 어기지 않나"라고 말한 뒤 "그 사람들은 처벌이 전혀 두렵지 않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명확한 회사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사회적 논란이 커진 쿠팡을 지목한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대안으로는 경제적 부담 강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 대통령은 "(경제 분야 위법행위에는) 그에 합당한 경제적 부담을 지워야 한다"며 "TF를 만들었으면 속도를 내야 한다. 속도가 생명"이라고 재차 말했다. 사실상 형사 처벌보다 과징금 상향, 징벌적 손해배상 확대 등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을 서두르라는 주문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이미 경제형벌합리화 TF를 출범시킨 상태다. TF는 금융·조세·공정거래·노동 등 경제 관련 법령에 산재한 형사 처벌 규정을 정비하고, 행정벌과 경제적 제재 중심으로 구조를 재편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 발언으로 TF 논의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이 대통령은 국세청 업무보고에서는 조세 정의 강화를 위한 체납 징수 인력 확충을 주문했다. 그는 "체납관리단을 대규모로 만들려고 했더니 손이 작아서 그런지 2천명밖에 배치를 안 했다고 하더라"고 언급했다. 이어 "제가 성남시나 경기도에서 경험해본 바로는 3천∼4천명으로 늘려도 절대 손해가 아니다"라며 지방자치단체장 시절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이 대통령은 체납관리단 증원이 재정에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대규모 체납관리단으로) 추가로 걷히는 세금을 고려하면 인건비를 충당하고도 남는다"고 말하며 세수 확충 효과를 강조했다. 체납 관리 인력을 공격적으로 늘려 세금 누수를 줄이면, 인건비 이상 재정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조세 질서 확립의 중요성도 강한 표현으로 부각했다. 이 대통령은 "'사채업자 돈은 떼먹어도 세금은 떼먹을 수 없다'는 말도 있다는데, 진짜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며 강력한 징수 의지를 주문했다. 필요하다면 체납관리단 운영을 위한 추가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검토하라고 언급해, 국회 예산 논의와도 연결될 여지를 남겼다.
이날 이 대통령 발언은 경제범죄 제재 체계와 조세 집행을 동시에 겨냥했다는 점에서 정치권과 경제계 전반에 파장을 낳을 전망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과징금 상향과 징벌적 배상이 과도한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온 만큼, 경제형벌합리화 TF 논의 과정에서 이해관계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는 향후 정부가 마련하는 관련 법령 개정안과 예산 증액 요구를 둘러싸고 여야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개인정보 보호, 플랫폼 기업 규제, 조세 회피 차단 등 현안과 맞물려 각 정당의 규제·친기업 노선 차이가 재차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경제형벌합리화 TF 논의를 토대로 구체적 입법 과제를 도출하고, 국회와 협의해 제도 개선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국회는 세법과 경제 관련 법 개정, 체납관리단 인력과 예산 증액 문제를 다음 회기에서 본격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