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연인 살해하고도 혐의 부인”…하남 살인범에 징역 28년 확정

한지성 기자
입력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에게 징역 28년형이 확정됐다. 데이트 폭력 끝에 발생한 살인 사건에서 대법원이 하급심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계획 범행은 아니지만 장기간 격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최근 살인 및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8년을 선고하고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6일 연합뉴스 등이 전했다.  

다른 남자와 통화했다고…여친 살해한 20대, 징역 28년 확정 (사진: 기사와 관련 없는 이미지)
다른 남자와 통화했다고…여친 살해한 20대, 징역 28년 확정 (사진: 기사와 관련 없는 이미지)

사건은 2024년 8월 3일 새벽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A씨의 주거지에서 발생했다. A씨는 당시 여자친구 B씨가 다른 남성과 통화했다는 이유로 말다툼을 벌이다가 격분해 흉기로 B씨를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 직후 A씨는 119에 전화를 걸어 “여자친구가 나를 찌르려다 자해했다”고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부검 결과에서 타살이 의심된다는 소견이 나오면서 수사 방향이 바뀌었고, 경찰은 약 한 달 뒤인 9월 2일 A씨를 살인 혐의로 체포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범행을 중대하게 보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교제 과정에서의 폭력성과 범행 이후 허위 신고 정황 등을 종합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일부 변경해 A씨에게 징역 28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기에 급급할 뿐 유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거나 용서를 구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고 있으며, 재범 위험성이 매우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며 “죄책에 상응하는 중형을 선고할 필요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양형에서 우발성을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전에 범죄를 계획했다기보다 술에 취해 우발적, 충동적으로 범행했다”며 “충동성과 우발성은 반사회성이 낮고 교화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요소로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피고인은 만 26세로 인격이 성숙하거나 변화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비교적 이른 나이에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 장기간의 유기징역 선고를 통해 피고인이 성찰할 여지는 없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와 검사는 모두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원심의 사실인정과 법리 적용에 중대한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이로써 A씨에 대한 징역 28년과 전자발찌 20년 부착 명령이 그대로 확정됐다.  

 

이번 판결로 사건은 형사재판 절차상 마무리됐지만, 연인 간 갈등이 극단적 폭력과 살인으로 이어지는 데이트 폭력의 심각성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법조계와 여성단체 일각에서는 우발성을 이유로 한 감형이 재발 방지와 피해자 보호 측면에서 충분한 제재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과 사법 당국은 유사 사건 재발 방지 대책과 함께, 고위험 관계에 대한 조기 개입과 보호 장치 강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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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살인사건#a씨#대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