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세우고 다 잘사는 나라 만들 것"…김민석 총리, 5·18 민주묘역서 각오 다져
정치적 상처의 기억이 서린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김민석 국무총리가 정의와 민생을 동시에 잡겠다고 약속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과거 광주에 대한 각오를 직접 언급하며 스스로에게도 "잘해야 한다"고 다짐해, 새 정부의 광주·호남 행보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26일 오후 광주광역시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그는 방명록에 "광주의 빛을 이어 국민의 삶과 주권을 꽃피우겠습니다"라고 적으며 5·18 정신 계승 의지를 드러냈다.

김 총리는 추모탑 앞에서 분향과 묵념을 마친 뒤 오월단체 관계자들과 만나 "정의를 세우는 것이 기본이고, 다른 한편으론 다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거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민주화 가치 수호와 함께 국민 생활 향상을 국정의 두 축으로 삼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이어 이재명 대통령과 자신의 광주 인연을 거론하며 책임감을 강조했다. 김 총리는 "대학 다닐 때 개인적으로 광주를 잘 몰랐다가 나중에 알고 '잘 갚아야지' 생각했던 이재명이 이제 대통령이 됐고, 젊어서 광주로 청춘을 시작한 저는 총리가 됐다"며 "저희가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5·18 정신 앞에서 대통령과 총리 모두가 광주에 빚을 지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며 국정 운영의 무게를 되새긴 셈이다.
김 총리는 희생자 개별 묘역도 찾았다. 그는 광주기독병원에서 헌혈을 마치고 돌아가다 계엄군의 총격으로 숨진 박금희 열사 묘역과, 민주화 항쟁 당시 YWCA 총무와 조선대학교 교수로서 시위와 양심선언에 나섰던 이애신·문병권 부부 묘역을 참배하며 유족들을 위로했다.
특히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문재학 열사 묘역을 참배하는 자리에서는 김 총리가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5·18의 비극을 담아낸 문학작품을 통해 전국적으로 알려진 인물인 만큼, 김 총리의 감정 표현은 5·18 희생에 대한 공감과 애도를 강조하는 장면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날 참배에는 강기정 광주광역시장, 강윤진 국가보훈부 차관이 동행했다. 또 신극정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회장, 양재혁 5·18민주유공자 유족회 회장, 윤남식 5·18 공로자회 회장 등 오월단체 인사들도 함께해 정부와 지역사회가 나란히 묘역을 걸었다. 정부 인사와 오월단체가 한 자리에 선 만큼, 5·18 관련 현안과 기념사업 추진 과정에서 협력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총리의 이날 광주 방문은 취임 후 두 번째다. 다만 지난 7월 방문은 폭우 피해 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목적이었던 만큼, 지역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시민들을 만나는 정치·민생 행보로는 사실상 첫 일정으로 평가된다. 그는 5·18 민주묘지 참배를 마친 뒤 광주 기아 오토랜드 공장과 지역 전통시장 등을 잇따라 방문해 지역 경제와 민생 현안을 살펴볼 계획이다.
정치권에선 김 총리의 행보가 이재명 대통령의 대국민 통합 메시지와 맞물리면서 호남 민심을 다지는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편 야권은 새 정부의 5·18 정신 계승 약속이 제도 개선과 지역 발전 정책으로 이어지는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국회와 정부의 5·18 관련 입법·예산 논의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재조명하고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계속 검토할 예정이다. 국회도 5·18 관련 입법 과제와 지역 균형 발전 정책을 두고 다음 회기에서 본격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