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은 유사 군정”…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재판서 선관위 출동 위법성 설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진행 중인 재판에서 방첩사령부 장교들과 선거관리위원회 출동 지시의 위법성을 두고 정면충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11월 10일 속행 공판을 열고 내란우두머리,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 사건의 병합 최종 일정을 논의하며 내년 1월 초까지 심리를 마무리하겠다고 못 박았다.
이날 재판부는 “결국 세 사건을 병합해서 종결할 예정”이라며 “12월 29일에서 30일 즈음 병합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예정됐던 증인신문 일정이 늘어나 법원 동계 휴정기에도 재판을 이어가기로 하면서, “늦어도 1월 초에는 종결하고 판결을 선고해야 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재판의 핵심 쟁점인 선거관리위원회 출동 지시의 위법성 문제를 놓고, 이날 출석한 방첩사령부 간부들은 정부 지시의 적법 절차와 내부 저항 움직임을 상세히 진술했다. 지난해 12월 3일 계엄 상황에서 출동지시를 받은 유재원 방첩사 사이버보안실장(대령)은 “지시에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간부들과 토의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그는 “임무가 선관위 사무국 전산실 확보와, 불응 시 하드디스크 확보 지시까지 포함돼 있었다”고 밝혀 논란이 증폭됐다.
이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은 증인 진술에 직접 반박하며 “계엄이란 것은 유사 군정과 비슷하다. 계엄이 선포되면 계엄 당국은 입법부를 빼고 행정, 사법까지 직접 관장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수사 목적으로 자료를 압수하는 것과 현장 점검, 데이터베이스 현황 확인은 계엄 당국의 권한”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유 대령은 “그럼에도 행위는 법적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맞서며 팽팽한 긴장감이 형성됐다.
특검팀은 방첩사 부대원들이 출동 임무를 실제 수행하지 않은 데 대해 “결국 현장에 가지 않는 결과만으로 위법성을 면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종훈 방첩사 군사보안실장(대령)은 “선관위 출동 임무가 법적 문제 소지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임무 불이행 시 항명죄 우려가 있어 이동만 했다”고 진술했다.
양승철 방첩사 경호경비부대장(중령) 역시 “출동지시에 정당성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불응 시 항명죄가 걱정돼 일단 출동했다”고 증언했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법과 포고령상 행정 업무에 대한 검토가 우선돼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이에 양 중령은 “포고령만 보고 판단했다. 지시가 들어온 것은 데이터 확보였지만 포고령상 내용은 인원 통제였다”고 설명했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은 ‘충암파 논란’ 관련 질문에서도 전하규 전 국방부 대변인에게 충암고 출신임을 확인하고, “잘나가는 사람은 없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지는 등 주변 인맥에 관한 언급도 이어졌다.
재판부는 오는 13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을 추가 증인으로 신문하기로 했다. 동계 휴정기에도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인 만큼 내년 1월 초 판결 선고가 예상된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재판 결과가 내년 정국에 심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