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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해양감시와 수중로봇 구조…해경 R&D 5년 로드맵 가동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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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을 앞세운 첨단 기술이 해양 치안과 재난 대응 체계를 재편하는 방향으로 투입된다. 해상교통량 증가와 기후변화로 해양 재난 양상이 복잡해지는 가운데, 해양경찰이 수행하는 경비·수색구조·환경보호 업무 전반에 AI 분석, 수중로봇, 무인 이동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플랫폼을 연계하는 중장기 국가 R&D 전략이 마련됐다. 업계와 정책 당국은 향후 5년간 이 계획이 해양 안전 인프라 고도화와 관련 산업 생태계 확장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3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제77회 운영위원회를 열고 제2차 해양경찰 분야 과학기술진흥 종합계획을 심의·의결했다. 해양경찰 분야 과학기술진흥 종합계획은 해양경찰법 제21조에 근거한 중장기 종합정책으로, 해양경찰 업무에 필요한 연구개발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5년 주기로 수립된다. 이번 2차 계획은 해상 물동량 증가, 해양 재난의 대형화·복합화, 해양 범죄 고도화 등 환경 변화를 반영해 4대 핵심 추진전략을 제시했다.

첫 번째 전략은 해양 임무수행 첨단화를 위한 혁신기술 투자 확대다. 경비, 구조·안전, 해양환경 등 주요 임무 분야별 기술개발 로드맵을 구축하고, 국정과제와 국가전략기술과 연계한 중장기 R&D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여기에는 해양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위험도를 자동 판단하는 AI 알고리즘, 대규모 해양 데이터 통합 분석 시스템, 위성·드론·선박 센서 데이터를 융합하는 해상 관제 플랫폼 등이 포함될 수 있다.

 

특히 이번 계획은 기존 사람이 중심이던 경비와 치안 업무방식을 데이터와 알고리즘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을 지향한다. AI 기반 해양 상황판단 자동화 기술을 적용해 해상 교통 혼잡, 선박 충돌 위험, 불법 조업 패턴 등을 조기에 탐지하고, 해양범죄 패턴 분석 기술로 밀수·불법 어획·해상 불법 출입국 등 반복되는 범죄 유형을 사전에 예측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이다. 더불어 수중로봇과 각종 무인이동체를 운영하는 공통 플랫폼을 마련해 인명 구조와 오염 방제 작업에 투입함으로써, 고위험 수역에서 인력 투입을 줄이고 대응 속도를 높이는 효과를 노린다.

 

두 번째 전략은 해양경찰 맞춤형 R&D 전주기 전략성 강화다. 이를 위해 민간 기술 수요조사를 정례화해 현장 요구와 산업계 역량을 조기에 반영하고, 사업 기획부터 성과 창출까지 전 단계를 전문 조직이 관리하는 체제로 전환한다. 연구과제 수행 과정에서는 현장 실무자 참여를 전제로 한 리빙랩 방식과 파일럿 실증을 의무화해 기술 개발과 실사용 환경 간 괴리를 줄이도록 설계했다. 개발된 기술은 혁신제품 지정, 공공 시범구매, 정식 도입으로 이어지는 상용화 연계체계를 통해 조기 시장 안착을 지원하는 구조다.

 

세 번째 전략은 지속가능한 과학기술 거버넌스 정립이다. 해양경찰 내부에 R&D를 전담 관리하는 조직을 신설해 연구 기획, 성과 평가, 예산 배분을 일원화하고, 현장 문제와 민간 기술을 연결하는 양방향 소통형 기술혁신 오픈플랫폼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 플랫폼은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학계, 연구기관이 보유한 AI, 로봇, 센서, 통신 기술을 해양경찰의 구체적인 난제와 매칭하는 통로가 될 수 있어, 공공 수요 기반의 해양 특화 기술 시장이 확대될 여지도 있다.

 

네 번째 전략은 기술과 현장을 연결하는 인력과 인프라 조성이다. 첨단장비 운용·관리를 전담하는 직무체계를 신설하고, AI와 데이터 분석 등 미래 기술 분야 전문 교육과정을 도입해 해양경찰 인력을 디지털 기반 전문인력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동시에 업무 지원용 생성형 AI를 전면 도입해 보고서 작성, 법규 검토, 작전 계획 수립 보조 등 비정형 정보 처리 업무의 효율을 끌어올리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러한 인력·인프라 강화는 첨단 장비 도입에 그치지 않고 실제 임무에 기술을 녹여내는 데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 계획은 해양 안전 분야에서 AI와 로봇, 데이터 기술을 국가 주도로 통합 적용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이미 해양 감시 위성, 무인 수상정, 자율운항 시스템 등으로 해양 치안과 국경 경비를 고도화하는 가운데, 한국도 해양경찰 R&D를 별도 축으로 분리해 투자 방향을 명확히 한 셈이다. 다만 실제 성과를 위해서는 예산 규모와 민간 참여 인센티브, 데이터 공유·보안 규칙 등 세부 실행계획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회의를 주재한 임요업 과학기술혁신조정관은 이번 계획을 급변하는 해양환경에서 국민 안전을 과학기술로 지키기 위한 향후 5년의 청사진으로 규정하며, AI 등 첨단기술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해 해양경찰이 보다 신뢰받는 안전지킴이로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산업계와 해양 분야 연구계는 향후 R&D 세부 사업 구성과 규제 정비 수준에 따라 관련 기술이 실제 시장과 현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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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해양경찰#인공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