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C로 글로벌공략 속도…롯데바이오로직스, 링커기술 내세워 CDMO승부수
항체약물접합체 ADC가 글로벌 항암제 시장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내부 기술 교류 채널을 통해 차세대 ADC 플랫폼 경쟁력을 부각하고 있다. 회사의 솔루플렉스 링커 기술과 뉴욕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를 앞세운 CDMO 원스톱 전략이 고부가가치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장에서 파급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행사를 롯데바이오로직스의 ADC 사업 본격화와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가속 구간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인천 송도 IBS타워 다목적홀에서 전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미래 혁신 기술개발 포럼을 열고 ADC를 중심으로 한 최신 바이오의약품 개발 동향을 공유했다. 이 포럼은 2023년부터 정기 개최되고 있으며 한국 본사와 미국 뉴욕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 간 기술과 인력 교류를 위한 사내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회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 차별화와 협력 생태계 확대를 목표로 포럼 주제를 바이오의약품 개발과 생산 기술 전반으로 넓혀가고 있다.

다섯 번째로 열린 이번 포럼에는 GC녹십자 R앤디부문장 정재욱 부문장이 주요 연사로 나섰고 ADC 링커 기술을 보유한 카나프테라퓨틱스의 이병철 대표이사도 참석했다. 정 부문장은 발표를 통해 바이오 산업 환경 변화와 더불어 세계적으로 급성장 중인 ADC 분야 기술 트렌드를 짚었다. 동시에 GC녹십자가 보유한 바이오 파이프라인과 최근 신규 진출한 ADC 개발 현황을 소개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전략 변화를 공유했다.
정 부문장은 먼저 기존 세포독성 항암제 기반 치료 패러다임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세포 분열이 빠른 암세포를 공격하는 기전 탓에 정상 세포까지 동시에 손상시켜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해 왔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비해 ADC는 표적 항체와 강력한 항암 페이로드를 화학적으로 결합해 암세포 표면 특정 항원을 정확히 인지하도록 설계된다. 이 과정에서 항체가 암세포를 찾아가고 링커가 체내에서 안정성을 유지하다가 세포 내부 특정 조건에서만 약물을 방출하는 구조를 취해 정상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ADC의 성능은 항체 표적성, 약물 독성, 그리고 이 둘을 이어주는 링커의 화학적 특성에 의해 좌우된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강조하는 솔루플렉스 링커 기술은 이 가운데 접합 플랫폼에 해당한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솔루플렉스 링커는 친수성이 강화된 전용 링커 구조를 채택해 다양한 계열의 페이로드에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 높은 수용성을 바탕으로 제조 공정에서 까다로운 조건에서도 수율 저하를 최소화하면서 균일한 접합 비율을 구현하는 것이 강점으로 소개됐다.
특히 솔루플렉스 링커를 기반으로 한 ADC는 생체 내 효능과 약물 동태, 안정성 측면에서 기존 상용 ADC 대비 우수한 데이터를 확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링커가 혈중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아 비표적 조직 노출을 줄이고, 종양 조직 내에서만 선택적으로 분해돼 페이로드를 방출하도록 설계돼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고정밀 링커 플랫폼이 향후 차세대 ADC 개발 파트너십과 상업 생산 수주 경쟁에서 핵심 차별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ADC를 차세대 성장축으로 삼기 위해 생산 인프라와 연구 협력 네트워크를 동시에 확장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뉴욕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 내 ADC 전용 생산시설을 기반으로 임상 개발 초기 단계부터 상업 생산까지 아우르는 원스톱 CDMO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항체 생산과 접합 공정, 완제 충전까지 수직 통합 라인을 구축해 글로벌 제약사의 파이프라인을 조기에 흡수하겠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ADC를 중심으로 한 고부가 CDMO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의 대형 CDMO 업체들은 ADC를 바이오의약품 포트폴리오의 핵심 성장 분야로 규정하고 생산능력과 독자 플랫폼 기술을 앞다퉈 늘리는 중이다. 국내에서는 롯데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해 일부 기업만이 본격적인 ADC 생산시설과 접합 기술을 확보해 초기 시장 선점 경쟁이 진행되는 국면이다. 특히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내 생산거점을 보유한 점에서 글로벌 제약사와의 물리적 접근성과 규제 대응 측면에서 비교 우위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기술 파트너십 전략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정재욱 부문장은 포럼에서 ADC 링커 핵심 기술을 보유한 카나프테라퓨틱스와의 협업을 통해 파이프라인 가치를 높이겠다는 계획을 언급했다. 조기 임상 단계에서부터 공동 연구 과제를 진행하며 다양한 표적과 페이로드 조합의 ADC 후보를 발굴하고, 이 과정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 뉴욕 생산시설이 파일럿 생산과 스케일업 검증에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개발 생태계 측면에서도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23년 4월부터 ADC 분야 권위자를 잇달아 초청하는 기술 포럼을 열고 있다. 뉴욕주립대 약학과 네이선 투미 교수, 미국 생명공학기업 ATUM의 오렌 베스케 박사, 타보텍 바이오테라퓨틱스의 마크 치우 박사, 오티모 파마의 자니 핀레이 박사 등 세계적인 전문가들이 참여해 최신 학술 정보와 공정 기술 동향을 공유했다. 회사는 이러한 정기 포럼이 글로벌 연구자 네트워크와 내부 인력의 기술 역량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장치가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규제와 품질 측면에서는 미국 식품의약국과 유럽 규제기관의 엄격한 기준을 만족하는지 여부가 상업화의 관건이다. ADC는 독성이 강한 약물을 다루는 공정 특성상 제조시설의 안전성, 품질 관리 시스템, 분석법 검증이 특히 중요하다. 업계에서는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미국 내 생산시설을 기반으로 조기부터 글로벌 규제 환경에 맞춘 밸리데이션과 인허가 전략을 쌓아갈 경우 CDMO 수주 경쟁에서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ADC가 향후 항암제 시장의 주력 플랫폼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항체 기술과 합성 화학, 제제 공정까지 복합 기술이 요구되는 만큼 진입 장벽이 높아 CDMO와 기술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이 함께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솔루플렉스 링커 기술과 뉴욕 ADC 생산라인이 실제 글로벌 빅파마의 대형 프로젝트를 확보하는지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포럼을 계기로 내부 역량과 외부 네트워크를 동시에 강화하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행보가 시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지 지켜보는 분위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