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친구탭 되돌린다…UI 선택권 확대 예고
메신저 기반 플랫폼의 사용자경험이 다시 원점 조정을 앞두고 있다. 카카오톡이 논란이 컸던 친구탭 개편을 한 달여 만에 사실상 철회하고, 이용자가 직접 화면 구성을 고를 수 있는 선택형 사용자환경으로 방향을 틀었다. 트래픽과 체류시간 확대를 노린 소셜 피드 실험이었지만, 핵심 기능을 해치면 이용자가 즉각적으로 이탈 조짐을 보인다는 점을 다시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카카오의 이번 결정이 국내 메신저와 슈퍼앱 전반의 UX 개편 속도 조절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는 다음 달 중 카카오톡 친구탭을 기존 목록형으로 복원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는 업데이트를 준비 중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친구탭 화면에서 기존과 같이 세로로 친구가 나열되는 목록형 UI와, 지난 9월 도입했던 격자형 피드 UI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할 예정이다. 당초 11월 내 복원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카카오는 기능 안정화 작업과 이미 예정된 다른 업데이트의 우선순위를 고려해 시점을 다음 달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배포일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목록형 복원은 9월 적용된 소셜미디어형 개편에 대한 역풍이 결정적 요인이 됐다. 카카오는 당시 친구탭을 카드형 피드 중심 구조로 바꾸고, 친구들의 프로필 콘텐츠와 게시물이 타임라인처럼 흐르도록 설계했다. 알고리즘 기반 추천이나 광고 슬롯 확장 등 후속 비즈니스 모델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실사용자 입장에서는 채팅 상대를 빠르게 찾는 기본 경로가 한 번 더 눌러 들어가야 하는 구조로 바뀌면서, 접근 동선이 길어졌다는 불편이 집중 제기됐다.
특히 이번 개편은 기존 메신저 UX의 핵심 원칙을 흔든 사례라는 점에서 비판이 거셌다. 메신저 앱에서 친구 목록은 대화 시작을 위한 최소 클릭 경로이자, 사용자가 기능 추가와 광고 노출을 상대적으로 용인하던 안전지대로 여겨져 왔다. 카카오는 이 지점을 소셜 피드와 콘텐츠 허브로 전환하는 전략을 시도했지만, 사용자들은 앱 스토어에 1점 평가와 항의성 리뷰를 쏟아내며 즉각 반응했다. 친구탭 롤백 요구가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 전반으로 확산되자, 카카오는 개편 일주일 만에 기존 목록형 UI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카카오는 이번 업데이트에서 UI 선택 옵션 제공 외에도 추가적인 기능 개선을 함께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친구탭 내부에서 채팅 진입 동선을 다시 단순화하고, 피드형 UI에서 노출되는 콘텐츠 밀도와 광고 배치도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사용 빈도가 높은 기능을 상단에 고정하거나, 사용자별 사용 패턴에 따라 맞춤형 탭 구성을 제안하는 방식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카카오는 아직 구체적인 세부 기능 구성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내외 메신저와 소셜 플랫폼은 최근 몇 년간 광고 매출과 커머스 트래픽을 늘리기 위해 대화 중심 구조에서 피드·쇼핑 중심 화면으로 UI를 재편해 왔다. 글로벌 사례로는 메신저와 스토리를 결합한 미국 플랫폼, 커머스 탭을 전면에 배치한 동남아 메신저 등이 꼽힌다. 다만 이들 플랫폼도 채팅 진입까지 필요한 클릭 수를 최소화하고, 기존 친구 목록 동선을 유지하는 선에서 실험을 진행해 왔다. 이번 카카오 사례는 메신저 본연의 기능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치가 글로벌과 국내 모두에서 여전히 높다는 점을 상기시킨 셈이다.
정책과 규제 측면에서는 이번 UI 논란이 직접적인 제재 대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다만 플랫폼이 필수 기능 화면에 피드·광고·추천 콘텐츠를 대거 배치하는 흐름이 강해지면서, 향후 이용자 선택권과 광고 표시 투명성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불붙을 여지도 있다. 사용자가 원치 않는 화면 구성과 데이터 활용 방식에 대해 명확히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할 것인지가 디지털 플랫폼 정책의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어서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이달 7일 3분기 잠정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카카오톡 UI 개편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정신아 대표는 톡 개편이 카카오톡 출시 이후 15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변화였다고 설명하면서, 이용자가 전달한 다양한 의견을 토대로 4분기부터 친구탭 개편을 포함한 지속적인 서비스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업계 관계자는 메신저는 일상 인프라에 가까운 서비스인 만큼, 실험적 UX보다 이용자가 체감하는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우선이라는 점을 이번 사례가 다시 보여줬다고 말했다.
향후 카카오톡 친구탭 업데이트가 실제 사용자 이탈을 막고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로 남아 있다. 플랫폼 업계는 수익화와 UX 실험 사이에서 카카오의 선택을 면밀히 참고하면서, 메신저와 슈퍼앱 전략을 다시 조정할지 저울질하고 있다. 산업계는 결국 핵심 기능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이용자 선택과 데이터 활용, 수익 모델 간 균형을 찾는 플랫폼 설계 역량이 새로운 성장의 조건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