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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토서팁, 골육종 넘는다 메드팩토 희귀육종 공략 시동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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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GF-베타 신호 전달 경로를 정밀 겨냥한 표적 신약 후보가 희귀 육종 치료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국내 신약 개발 기업 메드팩토가 골육종 임상에서 확인한 후보물질 백토서팁의 효용을 공개하며, 유잉육종과 횡문근육종 등 다른 희귀 육종으로의 적응증 확장 전략을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희귀암 영역에서 국산 표적치료제 파이프라인이 얼마나 빠르게 임상 후반 단계로 진입할지가 향후 경쟁 구도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메드팩토는 20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4회 육종 혁신연구 심포지엄 KINGS에서 골육종 대상 백토서팁 임상 경과와 향후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학술 행사는 국립암센터 발전기금과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국립암센터 희귀암연구사업단이 후원하는 연구조직 KINGS가 주최해 국내외 육종 분야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협업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행사에서 메드팩토 김성진 대표는 주요 연사로 참여해 육종의 암화 과정과 치료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대표는 육종에서의 TGF 베타 경로 역할이 일반 고형암과 구조적으로 다르다고 짚었다. 대부분의 육종세포는 TGF 베타 신호 자체에는 반응하지 않지만, TGF 베타1을 다량 분비해 주변 종양 미세환경을 바꾸고 암 성장과 전이를 촉진하는 데 기여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러한 미세환경 조절 메커니즘을 차단하는 것이 육종 치료의 핵심 타깃이라고 강조했다.

 

백토서팁은 이 같은 TGF 베타 기반 종양 미세환경 변조를 제어하는 기전의 경구용 신약 후보로 알려져 있다. 메드팩토는 골육종에서 백토서팁 단독요법으로 의미 있는 항종양 효과가 관찰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수치와 단계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단독 투여에서 약효 신호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후속 병용요법 개발과 적응증 확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특히 기존 항암화학요법에 내성이 있거나 재발한 골육종 환자에서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시할 여지가 생긴다는 평가다.

 

김성진 대표는 골육종에서의 임상 성과를 토대로 유잉육종, 횡문근육종 ARMS, 선천적 섬유육종 등 다른 육종에서도 백토서팁의 치료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들 질환은 소아 청소년기에 주로 발생하는 대표적 희귀 육종으로, 근본적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이고 표준요법 이후 대안이 부족하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TGF 베타가 주도하는 종양 미세환경 변화 패턴이 유사하게 관찰되는 만큼, 동일 기전을 활용한 적응증 확대 전략이 합리적이라는 설명이다.

 

육종은 연골, 근육, 지방, 혈관, 신경 등 인체를 지지하고 연결하는 연부 조직과 뼈에서 발생하는 암으로, 대다수 암이 상피세포에서 생기는 것과 달리 간엽 조직에서 출발한다. 환자 수가 적고 아형이 수십 종 이상으로 세분돼 있어 원인 규명과 대규모 임상이 어렵고, 글로벌 제약사들도 투자 우선순위를 높게 두지 않던 영역이다. 이 때문에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 중심으로 빠르게 진화한 상피성 고형암과 비교해 치료 혁신이 더딘 분야로 분류된다.

 

TGF 베타 경로를 겨냥한 치료제 개발은 글로벌 제약사와 바이오텍이 최근 주목하는 영역이지만, 육종에 특화된 임상 개발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메드팩토가 골육종을 비롯한 여러 육종으로 파이프라인을 넓히면, 국내 희귀암 정밀의료 전략에서 TGF 베타 표적 제제가 하나의 축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국립암센터와 국립보건연구원 등이 참여하는 KINGS 네트워크와 연계하면, 희귀 육종 환자 모집과 임상 설계 효율성도 높아질 수 있다.

 

다만 실제 치료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 FDA 등 규제 기관의 평가와 장기 안전성 검증이 관건이다. 희귀질환 치료제는 환자 수 한계로 인해 소규모 임상을 허용받는 대신, 사후 안전성 모니터링과 리얼월드데이터 기반 효과 검증이 중시되는 구조다. TGF 베타 경로를 조절하는 약물 특성상 면역계와 조직 재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충분한 데이터 확보도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백토서팁을 비롯한 TGF 베타 표적 후보들이 육종 외 폐암, 췌장암, 위암 등 난치성 고형암으로 활용 범위를 넓힐지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국내 한 종양학 전문가는 국산 표적치료제가 희귀 육종에서 의미 있는 임상 데이터를 쌓는다면, 글로벌 제약사와의 공동개발이나 기술수출 협상에서도 협상력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산업계는 백토서팁이 골육종을 넘어 다양한 희귀 육종에서 실제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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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드팩토#김성진#백토서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