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용퇴 요구에 개겨"…윤석열 부부 텔레그램, 박성재 공소장에 적시
검찰 인사를 둘러싼 권력 개입 의혹과 비상계엄 정국에서의 역할을 두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내란 특별검사팀과 정면 충돌했다. 내란특검이 박 전 장관 공소장에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구체적인 텔레그램 메시지 내용과 계엄 선포 당시 박 전 장관의 행적을 상세히 적시하면서 정치권 파장이 커지고 있다.
12일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국회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2024년 5월 15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 직후 박성재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같은 내용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각각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메시지에는 인사 배경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이 이원석 검찰총장의 용퇴를 요구했다는 취지의 언급과 검찰 수사 상황에 대한 평가가 함께 담겼다.

공소장에 적시된 메시지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 부부는 박 전 장관에게 "검사장급 인사가 전광석화처럼 이뤄졌고, 역대급이었다 보니 말들이 엄청 많다"고 전한 뒤 "인사 배경과 관련해 용산이 4월 말이나 5월 초 총장의 업무실적, 능력, 자기 정치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용퇴를 요구했으나 총장이 거부하고 개기기로 하면서…갑자기 중앙사장에게 명품백 사건 신속 처리 등을 지시한 게 배경이 됐다는 얘기가 있다"고 보냈다. 특검은 이 메시지가 대통령실 차원의 검찰총장 용퇴 요구와 검찰 인사 개입 정황을 뒷받침한다고 판단했다.
검찰 인사에 대한 대통령실 핵심 참모의 평가도 드러났다. 김주현 당시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은 2024년 5월 30일 박 전 장관에게 텔레그램으로 "장관님 인사 실력이 워낙 훌륭하셔서 말끔하게 잘 된 것 같다. 감사하다"고 전했다. 특검은 이를 두고 검찰 인사안을 주도한 박 전 장관에 대한 대통령실의 긍정적 평가이자 인사 방향에 대한 공유 정황으로 해석했다.
김건희 여사가 검찰 인사 이전부터 박 전 장관에게 구체적인 수사 관련 메시지를 전달한 정황도 공소장에 포함됐다. 김 여사는 2024년 5월 5일 박 전 장관에게 보낸 '검찰 관련 상황 분석' 메시지에서 "특별수사팀 구성 지시는 중앙지검이나 대검 중간급 간부와도 상의 없이 총장의 전격 지시라고 함"이라고 전한 뒤 "지난 겨울 중앙지검 김창진 1차장이 특별수사팀 구성이 필요했다고 보고한 게 사실인지 법무부 검찰국장 등을 통해 확인 필요함"이라고 요구했다.
김 여사는 같은 날 또 다른 메시지에서 야권 인사 및 사법부 관련 수사를 거론했다. 그는 "김정숙 수사와 수원지검 김혜경 수사 미진의 이유와 대검이 해당 수사를 막은 행위가 있었는지 등에 대한 적절한 의문 제기도 필요하다"며 "김명수 대법원장 수사는 형사1부에서 한 지 2년이 넘어가는데 결론 없이 방치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문제 제기도 필요하다"고 썼다. 특검은 이 대목을 통해 대통령 배우자가 개별 사건 수사 내용과 방향에 관여하려 했다고 봤다.
특검팀은 공소장에서 박 전 장관이 같은 시기 임세진 당시 법무부 형사기획과장을 통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수사팀의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관련 고발인 조사 일정 등 수사 상황을 보고받았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라인을 통한 수사 정보 공유가 정기적으로 이뤄졌다는 취지다.
윤 전 대통령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관련 언급도 박 전 장관에게 직접 전달된 것으로 드러났다. 공소장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2024년 10월 17일 검찰이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불기소 처분한 당일 저녁 박 전 장관에게 텔레그램으로 "문 정권의 도이치모터스 검찰수사는 별건 수사로 전례 없는 불법 수사"라며 "한동훈이 사건을 매듭짓지 않고 2년간 끌고 온 것도 사악한 의도에 기인"이라고 보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메시지 발송 직후 박 전 장관과 36분간 통화하며 김 여사에 대한 관련 수사를 무마할 방법을 강구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 인사뿐 아니라 개별 사건 처리 방향까지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 간 직접 논의가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공소장에는 이른바 명태균 의혹 수사에 대해 박 전 장관이 수시로 보고받은 정황도 포함됐다. 특검팀에 따르면 박 전 장관은 2024년 11월 이병주 당시 법무부 공공형사과장으로부터 명 모 씨 조사 요지를 보고받았다. 이 보고에는 "여론조사 조작 의혹 관련 자체 조사를 조작한 일이 없고 허용되는 가중치 조절만 했다", "강혜경이 여론 조사 비용으로 주장하는 3억7천520만원은 과장된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특검팀은 계엄 선포 전후 박 전 장관의 움직임도 문제 삼았다. 공소장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 당일 오후 7시 41분경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호출을 받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공공수사 업무를 총괄하던 이병주 당시 공공형사과장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어 상황을 점검했다.
특검은 특히 박 전 장관이 계엄 선포 직전 대접견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참석자 중 유일하게 비상계엄 문건에 윤 전 대통령의 발언을 직접 메모한 점을 강조했다. 특검은 "박 전 장관이 대통령 발언을 적어가며 지시를 적극 이행하려는 의지를 보였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계엄 선포 이후 박 전 장관이 법무부 간부회의에서 계엄 조치에 동조하는 지시를 내렸다는 주장도 담겼다. 특검팀은 공소장에서 구상엽 법무실장과 정홍식 국제법무국장이 계엄의 위법성과 국제사회 파장을 지적했음에도 박 전 장관이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게 "계엄 발생한 것 알고 있느냐, 빨리 와라, 계엄사로부터 출국금지 요청이 들어올 수 있으니 출국금지팀을 대기시켜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포고령 위반자 구금 장소 확보 작업에도 나섰다고 적시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박 전 장관은 계엄 선포 당일 오후 11시 4분께 대통령실에서 법무부 청사로 복귀하는 차량 안에서 신용해 당시 교정본부장에게 전화해 "교정시설 수용 현황을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신 전 본부장은 이후 보안과장에게 '포고령 위반자 구금에 따른 수용인원 조절 방안'이라는 제목을 직접 정해주며 관련 문건 작성을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용 공간 확보를 위해 분류심사과장에게 긴급 가석방과 추가 가석방 검토를 지시해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가석방 실시 검토' 문건이 작성됐다는 내용도 공소장에 포함됐다.
내란특검의 공소장 제출로 윤 전 대통령과 박 전 장관을 둘러싼 형사 책임 공방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국회는 특검이 밝힌 계엄 문건 이행 정황과 검찰 인사 개입 의혹을 놓고 향후 청문회와 관련 상임위원회 회의를 통해 추가 검증 절차에 나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