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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문외과 여의사 검색 논란”…의료 선택권 두고 온라인 공방 확산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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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커뮤니티에서 의료진 성별을 둘러싼 논쟁이 확산하고 있다. 한 이용자가 남자친구의 검색 기록에서 항문외과 여의사를 일부러 찾아 진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갈등을 겪었다는 사연을 올리면서다. 익명성이 강한 온라인 플랫폼 특성상 성적 수치심, 의료윤리, 환자 선택권을 둘러싼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의료 접근의 주체가 환자에서 플랫폼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진료실 안팎의 성인지 감수성과 디지털 문화의 충돌이 부각된 사례로 해석된다.

 

사연에 따르면 직장인 커뮤니티에 22일 한 여성 이용자가 남자친구의 모바일 검색 기록에서 항문외과 여의사라는 검색어를 발견한 뒤 이를 두고 다툰 과정을 공유했다. 남자친구는 과거 남성 항문외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을 때 검진기구 삽입 과정이 매우 고통스럽고 불쾌했다고 설명하며, 이후 재발한 치루 진료는 의도적으로 여성 전문의를 검색해 찾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글은 단기간에 다수의 조회수와 댓글을 모으며 성별과 의료, 성적 불편감의 경계를 두고 논쟁을 키웠다.

기술적으로는 모바일 검색 기록과 위치 기반 정보, 병원별 의사 소개 페이지가 결합되면서 환자가 의사 성별, 경력, 세부 전문 분야를 세밀하게 필터링해 선택하는 행태가 일상화됐다. 특히 항문외과, 비뇨기과, 산부인과처럼 민감 부위를 진료하는 과에서는 환자의 심리적 저항을 줄이기 위해 성별 정보, 익명 예약, 비대면 상담 기능을 적극 제공하는 추세다. 환자가 온라인에서 특정 성별 의사를 선택하는 과정은 디지털 헬스케어 환경에서 자연스러운 진화로 볼 수 있지만, 성적 상상과 결합될 때 의료진에 대한 대상화로 비춰질 소지도 존재한다.

 

이번 사례에서 남성 환자는 과거 진료 경험을 트라우마로 표현하며 여성 의사를 선호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항문 질환 진료는 신체 노출과 통증이 동반되며, 일부 환자는 같은 성별의 의사에게 진찰을 받는 것에 더 큰 수치심을 느끼기도 한다. 의료 현장에서는 이를 줄이기 위해 사전 설명 강화, 보조 인력 입회, 국소 마취 및 진통제 활용 등으로 체감 불편을 줄이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특히 환자와 의사 간 성별 조합에 따른 심리적 부담 차이는 디지털 예약 플랫폼 설계 단계에서부터 반영돼야 할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이번 논쟁을 두고 극단적으로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일부 이용자는 여성이 남성 산부인과를 검색해 찾아가는 상황에 빗대며 불쾌감을 표했고, 남자가 항문외과 여의사를 일부러 검색해 간 행위 자체를 변태적 동기로 해석했다. 반대로 다른 이용자들은 여성이 남성 의사를 피하듯 남성도 특정 성별 진료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며, 문제를 성적 의도와 단정하는 시선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플랫폼 상의 짧은 글과 제한된 정보만으로 개인의 의료 선택 배경을 도덕화하는 경향 또한 논쟁의 한 축으로 드러났다.

 

의료법과 윤리 관점에서 환자가 의사 성별을 선호하는 행위 자체는 금지되지 않는다. 다만 의료기관과 플랫폼이 성별 정보를 노출하고 선택 기능을 제공할 때, 이를 마케팅 수단이나 선정적 요소로 활용할 경우 의료전문성 훼손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민감 진료과의 경우 여의사, 남의사 여부를 전면에 내세운 광고는 의료진에 대한 성적 상상과 직결될 위험이 있어 규제 기관의 모니터링 대상이 되기도 한다. 개인 의료 정보와 검색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병원 추천 기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선택권 보장과 직업 존중의 균형을 맞추는 설계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커뮤니티에서의 감정적 논쟁과 별개로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 중심 접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성별 선호가 있는 환자를 무조건 비난하기보다는,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됐는지에 대한 안전과 인권 차원의 설명과 상담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동시에 의료진의 성별을 반복적으로 성적 맥락에서 소비하는 온라인 문화는 의료 불신을 키우고, 특정 진료과 기피를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의료 정책 연구자는 디지털 플랫폼이 의료 선택의 기본 창구가 된 만큼, 의료진 성별 정보 제공과 추천 알고리즘 설계에서 윤리 가이드라인을 세밀하게 마련하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온라인 문화 속에서 의료진과 환자가 서로를 안전하게 신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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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문외과여의사#의료선택권#디지털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