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20형 앞세운 핵 위력 과시”…김정은, ICBM 고도화로 대미 압박 수위 높여
북한이 미국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속도를 높이며 한반도 정세가 새로운 격랑에 휩싸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9일, 탄소섬유 복합재를 적용한 신형 고체엔진의 마지막 지상 분출 시험을 직접 참관했다. 당 창건 80주년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북한이 핵전력 강화의 속내를 내비치자 외교·안보 라인을 중심으로 대미 압박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해당 엔진은 화성-20형 등 차세대 ICBM에 탑재를 앞두고 개발된 것으로, 9차례에 걸친 개발 공정 중 이번이 마지막 실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통신은 “발동기 최대 추진력은 1천971킬로뉴턴”이라고 발표해 북한의 미사일 추진 기술력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음을 시사했다. 이번 시험은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 방문 직후 처음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자리라는 점에서도 대외 메시지로 풀이된다.

노동신문은 이날 “국가핵무력 확대발전에 관한 우리 당과 정부의 전략적 구상을 피력하며 중대한 과업과 방향을 제시했다”고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을 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탄소섬유 고체엔진 개발은 경이적인 결실이며, 국방기술 현대화사업에서 가장 전략적 성격을 띈다”고도 강조했다. 군사전문가들은 “고체엔진 개발의 ‘마지막’이라는 언급은 차기 ICBM의 시험발사가 임박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이처럼 전례 없는 수준의 ICBM 기술 고도화에 대해서는 정치권 안팎에서 다양한 해석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소속 유용원 의원은 “애초 계획한 최대 추진력보다 향상된 수치를 과시했다”며 “다탄두 ICBM으로의 개량 의도가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실제 다탄두화가 이루어질 경우 미사일 요격은 한층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미국과의 협상 지렛대 확보를 위한 일종의 무력시위로 바라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 역시 “연내 화성포-20형 시험발사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은 핵 보유국 인정 압박 카드로 적극 활용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ICBM 시험발사가 성사될 경우 2020년 이후 처음이어서 미북 간 긴장 수위도 재차 고조될 전망이다.
아울러 러시아 기술 이전 의혹도 제기됐다. 탄소 섬유 소재는 기존 금속 엔진보다 중량을 줄이면서도 대기권 재진입 시 고열·고압을 견딜 수 있는 특성을 지닌다. 이상규 한국국방연구원(KIDA) 핵안보연구실장은 “러시아의 민군 겸용 기술 이전 등에 대한 우려가 실제화할 조짐”이라고 해석했다. 북한이 올해 내 군사 정찰위성 발사도 재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와 국방부 등 정부 당국은 “북한의 대외용 메시지로 판단된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경계 태세를 유지하는 한편, 국제사회와의 공고한 군사·안보 협력 방안도 적극 모색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정치권 역시 북한의 도발 움직임에 긴장감을 높이며, 대북 억지력 차원의 대응책 마련에 나선 분위기다.
북한이 내달 노동당 창건 80주년을 맞아 대규모 열병식과 ICBM 시험발사를 단행할 경우, 한반도 정세는 새로운 긴장국면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향후 북한의 미사일 동향과 국제 협력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며, 추가 도발 시 즉각 대응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