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AI 전력 수요 폭증에 16% 급등…비에이치아이, 원전 테마 타고 구조적 상승세

한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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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원전과 가스 복합화력 발전 관련주가 재조명되고 있다. 12월 들어 비에이치아이 주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며 52주 신고가에 근접하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인공지능 시대 전력 인프라 투자가 국내 에너지 장비 기업의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고개를 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AI 투자와 에너지 전환 정책이 맞물리며 관련 종목의 구조적 리레이팅이 진행 중인지 주목하고 있다.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5일 장중 기준 비에이치아이 주가는 59,700원으로 전일 대비 16.37% 급등했다. 장중 한때 60,800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 61,900원을 눈앞에 두는 흐름을 보였다. 최근 한 달간 주가가 직전 6개월간의 등락 구간을 상향 돌파하며 원형 바닥 패턴을 완성했다는 기술적 해석이 나오고 있고, 20일 이동평균선을 강하게 넘어서며 중기 하락 추세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분석] AI 전력 수요 급증… 비에이치아이 원전관련주 구조적 상승 흐름
[분석] AI 전력 수요 급증… 비에이치아이 원전관련주 구조적 상승 흐름

상승세 배경에는 글로벌 인공지능 산업 확장에 따른 전력 설비 수요 급증이 자리 잡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가동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과 가스 복합화력발전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각되면서, 비에이치아이가 생산하는 배열회수보일러와 원전 보조기기 설비에 대한 글로벌 수주 기대가 커졌다. 특히 미국과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대형 프로젝트 수주 가능성이 거론되며 투자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수급도 우호적이다. 최근 1주일간 수급 동향을 보면 외국인 투자자는 12월 3일 하루에만 약 20만 주를 순매수하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기관 역시 12월 2일부터 4일까지 3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수 구간마다 주가가 탄력적으로 오르는 패턴이 확인됐다며, 단기 모멘텀뿐 아니라 중기 추세 전환 신호로 해석하는 시각도 나온다.

 

펀더멘털 측면에서도 업계 내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비에이치아이의 시가총액은 약 1조 8,473억 원 수준으로 코스닥 시가총액 기준 37위권에 위치하며 상장주식수는 약 3,094만 주다. 씨에스윈드, 한화솔루션 등 에너지 장비 업종 내 주요 경쟁사와 비교하면 자기자본이익률이 두드러진다. 한화솔루션이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비에이치아이는 높은 이익 성장률을 바탕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을 부각시키는 분위기다.

 

실적은 가파르게 개선되고 있다. 회사는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59% 증가하며 시장 기대를 웃돌았다. 올해 예상 ROE는 20%를 상회할 것으로 관측되고, 내년에는 40%대에 육박할 수 있다는 공격적 전망도 나온다. 현재 주가수익비율은 약 24배로 업종 평균 대비 높은 편이지만, 급격한 이익 증가 속도를 감안할 때 밸류에이션 부담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부채비율과 당좌비율도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어 재무 리스크는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직접적인 촉매는 글로벌 기업 이슈와 산업 환경 변화에 맞닿아 있다.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가 AI 산업의 장기적 전력원으로 원자력 발전의 필요성을 공공연히 언급하면서 글로벌 증시에서 원전 밸류체인 종목들의 재평가가 이뤄졌다. 비에이치아이는 기존 원전 핵심 설비 공급 이력을 갖고 있어 이러한 흐름의 직접 수혜주로 지목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 내 주요 원자력 기관들과 대형 원전 및 소형모듈원전 협력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 더해지며 기술력에 대한 국제적 신뢰가 주가 프리미엄으로 반영되는 모습이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을 위한 LNG 복합화력발전 수요 증가는 또 다른 성장 축으로 거론된다. 인공지능 연산 처리는 단기간에 끌어올리기 힘든 막대한 전력을 요구하는 만큼, 신속한 전력 생산이 가능한 가스 발전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비에이치아이는 가스 발전 효율을 높이는 배열회수보일러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다투는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증권가에서는 미국향 수출 물량 확대가 본격화할 경우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을 동시 견인할 수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며,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구조적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여지가 크다고 본다.

 

신사업과 기술 경쟁력도 투자 포인트로 꼽힌다. 비에이치아이는 최근 한국남부발전과 공동으로 개발한 2MW급 알카라인 수전해 설비 시연을 성공적으로 마쳐 그린수소 생산 설비 분야로 사업을 넓히고 있다. 전통적인 화력과 원자력 중심 포트폴리오에서 나아가 수소 경제 밸류체인에 진입했다는 점은 중장기 밸류에이션 상향 요인으로 언급된다. 여기에 무누설 가스열교환기 등 차세대 신기술 관련 특허를 확보해 기술 장벽을 높인 점도 긍정 요인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에너지 정책 변화도 뒷받침 재료다. 체코 원전 수출 프로젝트와 관련한 기대가 유지되는 가운데, 탄소 중립 기조 확산으로 고효율 발전 설비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시장 일각에서는 환율 변동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거시 변수에 대한 경계가 남아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현재로서는 폭발적인 전력 설비 수요가 비용 부담을 상당 부분 상쇄하고 있다고 본다.

 

뉴스와 테마 관점에서 보면 비에이치아이는 원전, 전력 설비, 수소 등 세 가지 에너지 핵심 테마의 교집합에 서 있는 종목으로 평가된다. 최근 한 달간 AI 전력 인프라 확충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 관측됐고, 글로벌 IT 기업 경영진의 발언이나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이 추가로 공개될 경우 단기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테마 강세가 단기간의 순환매보다는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가 본격화되는 구조적 성장 국면 진입 신호일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동일 업종 내 비교에서는 수익성 개선 속도가 두드러진다. 경쟁사 상당수가 업황 부진과 저마진 구조로 실적 방어에 어려움을 겪는 동안, 비에이치아이는 고마진 프로젝트 수주와 비용 통제에 힘입어 이익의 질을 끌어올리고 있다. 다만 단기간 주가 급등에 따라 가격 부담과 밸류에이션 고평가 논란이 병존하는 만큼, 내년 이후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어느 정도 충족하느냐가 주가 방향성의 관건으로 지목된다.

 

투자 전략 측면에서 단기적으로는 60,000원선 안착 여부가 분수령으로 거론된다. 최근 집중 매수 구간에서 형성된 매물대를 소화하고 62,000원대를 돌파할 경우 새로운 상승 구간 진입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시각도 있다. 보수적 관점에서는 55,000원을 주요 지지선으로 보고 해당 가격대가 유지되는 한 상승 추세가 유효하다고 판단한다.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전력 설비 슈퍼사이클 진입 기대를 근거로 직전 고점 돌파 시 6만 원 중반대를 목표 구간으로 열어두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단기 급등에 따른 변동성 확대 리스크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원전과 전력 설비 관련 테마는 정책 방향이나 글로벌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이 있어 호재성 이슈가 소강될 경우 차익 실현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원자재 가격 급등이나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재현될 경우 프로젝트 수익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 역시 잠재 리스크로 거론된다. 향후 주가 흐름은 글로벌 AI 투자 속도, 각국 에너지 정책 변화, 실제 수주 성과 등에 의해 좌우될 전망이다.

한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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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이치아이#엔비디아#원자력발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