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보다가 자동운항 전환”…신안 여객선 좌초로 본 해상 안전 경각심
전남 신안군 해상에서 발생한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 좌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항해사의 운항 과실로 드러나며 해상 안전 관리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수사 당국은 협수로 구간에서 수동 운항이 원칙임에도 자동항법장치에 의존한 점을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20일 수사 당국에 따르면 해경은 퀸제누비아2호의 선장과 항해사 등 주요 승무원을 상대로 1차 조사를 진행했다. 사고는 신안군 장산도 인근 협수로 해상에서 발생했으며, 여객선이 항로를 벗어나 인근 무인도와 충돌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결과 당시 선박을 조종하던 일등 항해사 A씨는 휴대전화를 보느라 전방 감시에 소홀했고, 수동 조종이 요구되는 협수로 구간에서 자동항법장치로 전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선박이 제때 방향을 틀지 못해 무인도 방향으로 그대로 진행하면서 좌초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해경은 보고 있다.
신안 장산도 주변 해역은 연안 여객선 항로가 밀집한 협수로 구간으로, 선박 간 간격이 좁고 암초와 도서가 많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구간에서는 통상 선장이 직접 조타를 잡거나 항해사가 수동 조종을 유지하며 자동항법장치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관행이라고 해경은 설명했다.
퀸제누비아2호에는 사고 당시 승객 246명과 승무원 21명 등 모두 267명이 타고 있었다. 이 가운데 30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대부분은 충돌 순간 충격으로 넘어지거나 선내 시설물에 부딪혀 타박상을 입었으며, 일부는 어지러움과 두통 등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상자 30명 가운데 26명은 별다른 이상 소견이 없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마치고 퇴원했다. 이들은 인근 숙박업소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귀가하거나, 곧바로 집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4명은 뇌진탕 등 진단을 받고 현재 입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의료진은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해경과 해양당국은 항해사가 휴대전화를 사용한 경위와 당시 선박 운항 지침 준수 여부 등을 집중 조사 중이다. 특히 협수로 기준과 회사 차원의 운항 매뉴얼, 사고 당시 상황을 담은 항해기록장치(VDR) 자료 등을 종합해 인적 과실의 정도와 관리 책임 범위를 따져볼 방침이다.
목포해양안전심판원과 목포해양수산청, 해경은 이날부터 사고 선박에 대한 합동 조사와 현장 감식에 착수했다. 선체 손상 부위와 항로 이탈 과정, 자동항법장치 설정 값 등을 면밀히 분석해 최종 사고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다. 해경 관계자는 “정확한 항로 이탈 시점과 조타 기록을 확인해 운항 과실 여부를 최종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국은 물리적 부상뿐 아니라 심리적 충격을 입은 탑승객 지원에도 나서기로 했다. 지자체와 관계 기관은 상담 인력을 투입해 불안, 외상 후 스트레스 등을 겪는 승객들을 대상으로 심리지원을 제공하고, 필요 시 추가 치료를 연계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번 사고는 여객선 운항 과정에서의 집중 의무와 자동운항장치 사용 기준을 둘러싼 제도적 보완 필요성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다수 승객을 태운 여객선에서 개인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전방 감시 소홀 문제가 반복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운항 인력 관리와 교육 강화 요구도 커질 전망이다.
해경과 해양당국은 추가 승무원 조사와 각종 기록 분석을 이어가는 한편, 운항사 측의 안전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도 병행할 계획이다. 사고의 직접 원인과 관리 책임 소재를 둘러싼 논의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여객선 안전 규정 개선 필요성에 대한 후속 논의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밀 감식 결과와 심판원 판단에 따라 구조적 문제 여부를 두고 추가 조사가 진행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