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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시총 29조 돌파…IP 확장 전략, 글로벌 성장 견인

한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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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의 IP 확장 전략이 글로벌 게임 산업의 성장 공식을 다시 쓰고 있다. 기존 대표작의 라이프사이클을 크게 늘리면서도 신규 IP와 플랫폼 다변화를 병행하는 방식이 투자 지표에 직접 반영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용자 기반이 탄탄한 프랜차이즈 위에 콘솔, 모바일, 스팀 PC 등 다양한 플랫폼을 겨냥한 신작이 더해지며 수익 구조가 수평·수직으로 동시에 확장되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을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넥슨의 체질 전환이 본격화되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넥슨은 28일 자사 일본법인 기준 시가총액이 29조1000억원 수준에 해당하는 3조1000억엔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전일 종가는 3768엔으로, 지난 11일 3분기 실적발표 이후 3600~3700엔 대를 이어가며 2021년 4월 이후 약 4년 7개월 만의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CMB 발표 직전이던 2024년 9월 2일 종가 2889엔과 비교하면 같은 해 11월 27일 종가 기준 기업가치는 약 30.4퍼센트 늘어났다. 단일 분기 실적을 넘어, 중장기 성장 전략에 대한 시장 신뢰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핵심 동력으로 꼽히는 것은 이정헌 넥슨 대표가 제시한 IP 성장 전략이다. 그는 2023년 9월 일본 도쿄에서 연 CMB 행사에서 기존 주요 IP를 확장하는 종적 성장과 신규 IP를 발굴하는 횡적 성장을 양대 축으로 제시하며, 2027년까지 매출 7500억엔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공개했다. 종적 성장에는 라이브 서비스 기간이 긴 온라인 게임 특성을 살려 콘텐츠 업데이트와 플랫폼 확장을 통해 단일 IP당 매출과 수명을 끌어올리는 전략이 포함된다. 횡적 성장은 콘솔, 패키지, 모바일 등 새로운 장르와 플랫폼에서 완전히 새로운 IP를 구축해 위험을 분산하고 성장 동력을 추가하는 접근이다.  

 

종적 성장 측면에서 넥슨의 대표 프랜차이즈는 수치로 성과를 입증하고 있다. 국내 메이플스토리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약 3배 확대되며 장기 서비스 온라인 RPG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용자 세대 교체와 신규 콘텐츠 구조 개편이 맞물리며, 과금 구조 개선과 이용자 충성도 증가가 동시에 일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던전앤파이터 PC 버전과 축구 IP를 활용한 FC 프랜차이즈 역시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며 장수 IP의 수익 기여도를 다시 끌어올렸다.  

 

이와 함께 글로벌 누적 판매 500만 장을 넘긴 데이브 더 다이버와 서브컬처 장르로 고정 팬층을 확보한 블루 아카이브 역시 기업 가치 상승에 힘을 보탰다. 두 타이틀은 스팀 PC와 모바일에서 각각 두터운 이용자층을 쌓으며, 온라인 RPG 중심이던 넥슨 포트폴리오의 장르적 편중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선택 가능한 장르 스펙트럼이 넓어졌고, 회사 입장에서는 특정 장르 성과에 편중되지 않는 구조를 만들 수 있게 된 셈이다.  

 

횡적 성장을 견인하는 신작들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3월 출시된 마비노기 모바일은 원작이 지닌 생활형 콘텐츠와 감성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장기 서비스 기반을 다졌다. 이 작품은 2025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대통령상에 해당하는 대상을 수상하며 콘텐츠 경쟁력과 라이브 서비스 역량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같은 달 출시된 퍼스트 버서커 카잔도 강한 액션성과 연출력을 앞세워 최우수상과 기술창작상을 수상해 패키지·콘솔 영역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반기부터는 글로벌 신작이 성장 모멘텀을 이어가고 있다. 엠바크 스튜디오가 개발해 10월 30일 전 세계에 선보인 아크 레이더스는 출시 2주 만에 글로벌 누적 판매량 400만 장을 돌파하며 초반 흥행에 성공했다. 콘솔과 PC를 아우르는 멀티플랫폼 대응과 협동 슈팅 장르 특유의 소셜 경험이 흥행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모바일 방치형 RPG 메이플 키우기 또한 11월 6일 출시 이후 빠른 순위 상승을 기록하며 기존 메이플스토리 IP를 라이트 유저층까지 확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중장기 관점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후속 라인업이다. 6월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서 최고 인기 데모로 선정된 빈딕투스 디파잉 페이트는 마비노기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액션성과 그래픽을 크게 끌어올린 작품으로, 마비노기 IP의 확장 여력을 재확인시켰다. 프로젝트 오버킬과 던전앤파이터 아라드의 글로벌 론칭은 2027년까지 순차적으로 이어질 예정으로, 던전앤파이터 세계관을 콘솔과 글로벌 패키지 시장으로 넓히는 교두보로 평가된다.  

 

여기에 좀비 아포칼립스 장르의 낙원 라스트 파라다이스와 넥슨게임즈가 준비 중인 우치 더 웨이페어러 등 완전히 새로운 콘셉트의 신규 IP 개발이 진행되며 포트폴리오 다각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러한 신작들은 모바일, PC, 콘솔을 모두 아우르는 멀티플랫폼 전략과 결합해 특정 지역이나 플랫폼에 대한 매출 의존도를 낮추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규제, 플랫폼 수수료, 이용자 취향 변화 등 변수가 커지는 상황에서 분산된 포트폴리오는 기업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중요해지고 있다.  

 

이정헌 대표는 3분기 실적발표에서 IP 확장 전략에 따라 핵심 프랜차이즈와 신규 IP 모두의 성장 속도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구축하고 글로벌 시장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메이플스토리와 던전앤파이터 같은 기존 강자와 아크 레이더스, 마비노기 모바일 등 신작 간의 조합이 맞아떨어지면서 4분기와 연간 기준 모두 최대 실적을 경신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대형 게임사들이 자사 IP를 콘솔, 모바일, 스트리밍, 영상화 등으로 확장하는 IP 종합 플랫폼 전략 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넥슨의 행보가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한 IP 기반 게임 기업들과 어떤 격차를 만들지, 또 현 수준의 주가와 실적 기대가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 산업계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술과 콘텐츠, IP와 플랫폼을 동시에 관리하는 역량이 향후 글로벌 게임 산업에서 새 성장 조건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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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메이플스토리#던전앤파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