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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사회적 책임 빵점"…주병기 공정위원장, 시장지배적 사업자 검토 시사

정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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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과 규제 당국이 쿠팡을 둘러싸고 정면 충돌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납품업체 불공정 거래 의혹이 겹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강경 대응이 예고되며 전자상거래 시장 전반에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30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서 쿠팡의 사회적 책임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개인정보 유출로 논란이 커진 상황을 언급하며 "한국에서 상당히 큰 기업인데 사회적 책임에 있어서는 정말 빵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도 현재 처리하고 있는 사건에서, 그리고 앞으로도 기업 사회적 책임에 대해 철저하게 모니터링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주 위원장은 쿠팡 지배구조와 관련한 동일인 지정 문제에도 손질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쿠팡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인물로 알려진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되지 않고 예외적으로 쿠팡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된 점을 두고 "과거에는 김 의장이나 친족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해서 동일인 지정에서 예외 조건을 만족한다고 봤는데 이번에 다시 한번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일인 재검토는 공정위의 기업집단 규율 방식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한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청문회에서는 쿠팡의 납품업체에 대한 거래 관행이 도마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이주희 의원은 쿠팡이 판매가격 인하로 발생한 손실을 납품업체에 떠넘기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주 위원장은 "마진 손실을 다 납품업체에 광고비로 전가하는 행위에 대해서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법 위반 사실이 확인되는 즉시 엄중히 조치할 계획이다. 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도 계속 모니터링하겠다"고 했다. 그는 향후 조사에서 공정거래법 위반이 드러날 경우 과징금 부과 등 제재가 뒤따를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공정위 내부와 쿠팡의 대관 창구 간 유착 가능성을 둘러싼 지적도 제기됐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쿠팡 관련 사안에서 공정위의 태도가 공정거래위원장보다 실무자와 쿠팡 대관 담당자 간 관계에 좌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 위원장은 이에 "공직기강도 엄중히 살피겠다"고 답하며 내부 관리 강화 의지를 내놓았다.  

 

쿠팡의 시장 지위에 대한 공정위의 인식 변화도 드러났다. 주 위원장은 "시장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지난 5년 동안 많이 변했다. 그래서 지금은 상당히 시장점유율이 많이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쿠팡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인지 검토 중이라고 언급하며 "시장지배적 사업자인지 여부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고 지금도 그렇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쿠팡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될 경우, 가격 정책과 납품사와의 거래 조건 등 각종 행위에 대해 강화된 규제가 적용될 수 있다.  

 

국제 무역 갈등으로 번질 수 있는 소지도 지적됐다. 주 위원장은 국회가 쿠팡 관련 청문회를 여는 등 대응에 나선 것을 두고 일부 미국 측 인사가 차별적 조치라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을 언급했다. 그는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기업과 국외 기업에 공평하게, 똑같은 비차별적인 방식으로 법 적용을 하고 있다"고 반론했다. 이는 쿠팡 모회사인 쿠팡Inc를 둘러싼 한미 간 통상 마찰 우려를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청문회에는 쿠팡과의 거래에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참고인이 신원 보호를 이유로 비공개로 출석했다. 그는 쿠팡 영업담당자와의 통화 녹취를 비롯해 납품업체 피해 사례를 입증할 자료가 있다며, 이를 제출할 수 있도록 제보사이트 개설을 요구했다. 주 위원장은 "공정위 웹사이트에 가면 고발할 수 있는 채널이 있으니 자료를 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공정위가 향후 추가 자료를 확보하면 조사 범위와 수위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국회 청문회는 쿠팡의 개인정보 보호와 거래 관행, 노동환경을 둘러싼 국회의 문제 제기와 공정위의 규제 방향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자리였다. 정치권은 쿠팡 책임론을 놓고 공세와 방어를 이어가고 있으며, 공정거래위원회는 동일인 지정 재검토와 시장지배적 사업자 판단, 법 위반 조사 등을 병행하면서 규제 방향을 정리해 나갈 계획이다.

정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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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병기#쿠팡#김범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