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방 절차 왜 늦어지나”…조현 외교장관, 한미 협의 지연에 신중 대응
한국인 300여 명의 단체 석방을 둘러싼 외교적 갈등이 다시 부상했다. 미국 조지아주 현지에서 구금 중인 한국인 노동자 귀국 문제와 관련해 한미 당국 간 협의가 원활하지 않아 전세기 출발 일정이 미뤄진 것이다. 외교부와 대통령실에 따르면 미국 측 행정적 사정과 실무 이견이 지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외교부는 9월 10일 "조지아주에 구금된 우리 국민들의 현지 시간 10일 출발은 미측 사정으로 어렵게 됐다"며 "가급적 조속한 출발을 위해 미측과 협의를 유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당초 이들은 자진 출국 방식으로 전세기를 통해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당일 오전 인천공항을 출발한 대한항공 전세기는 갑자기 계획을 변경했다. 그러나 외교부는 지연 원인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미측 사정'이라고만 설명했다.

방미 중인 조현 외교부 장관 역시 현지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우리가 얘기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며 "(루비오 장관과) 면담이 끝나고 소상히 설명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에 따라 한미 간 협의가 끝나지 않은 내부적 쟁점이나 절차적 문제가 남아 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실제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전날 "버스로 모시고 올 때 현지 법 집행 기관이 고집하는 방식이 있다. 손에 뭘 어떻게 하고, 구금을 하는 등"이라며 "절대 그런 것을 하지 않는다는 것까지 하나하나 마지막 행정절차 협상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이 양국 실무 당국이 석방 절차, 호송 방식, 구금 상태 해제 조건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미국 영토 내 호송 과정에서 이민당국의 결박 등 실무 관행이 문제로 떠오르면서, 한미 긴급 협의가 장기화하는 양상도 엿보인다. 일각에선 "수백 명의 석방에 필요한 방대한 행정 서류 작업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고, '자진 출국' 명목이 불이익 없는 절차로 적법하게 마무리될지에 대해 미 부처 내 해석 차이도 주요 변수가 되고 있다.
특히 반이민 정서를 기반으로 한 국토안보부와, 외국인 투자 유치에 방점을 찍은 상무부 등 미국 내 여러 부처의 입장 차이,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이민 기조 역시 이번 지연 사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조현 장관과 루비오 장관의 대면 일정이 현지에서 하루 연기된 것도, 협의의 복잡성과 양국 간 논점 차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등 정치권에서는 절차 지연 배경과 한미 외교라인의 협의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구금자 송환 문제가 향후 한미 외교신뢰, 국내 이주자 처우 논란까지 확장될 수 있어 긴장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정치권과 정부는 미국 측과의 협의에 집중하면서, 국민 안전과 기본권 보장을 내세워 추가 절차를 조속히 매듭짓겠다는 방침이다. 외교부는 "실무 협상이 마무리 되는대로 구체적 이송 일정 및 석방 내용을 밝힐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