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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성비까지 바꾼다”…러시아, 남성 부족 현상에 데이터 주목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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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한 식당이 여성 손님으로만 가득 찬 영상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성비 불균형 문제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개인이 촬영한 짧은 영상이지만, 현지 남성 인구 감소와 전쟁 동원령, 그리고 러시아 특유의 높은 남성 조기 사망률이 겹치며 나타난 인구 구조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보건 통계와 디지털 인구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성별 인구 격차가 개인 경험을 넘어 계량적으로 확인되는 추세여서,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인구 보건 정책과 연결된 문제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9월 유튜브 채널 Joe튜브에는 러시아 현지 레스토랑 내부를 촬영한 영상이 공유됐다. 촬영자는 홀 전체를 비추며 손님이 거의 전부 여성이고 남성은 자신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어느 방향을 둘러봐도 여성 손님이 훨씬 많다고 전하며, 이러한 풍경이 러시아의 역사적 전쟁 경험과 사회 구조, 그리고 남성의 높은 조기 사망률과 맞닿아 있다고 언급했다.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로 영상이 퍼지자 이용자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남성 인구 비중에 미친 영향을 두고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해당 영상 속 설명처럼 러시아는 과거 두 차례 세계대전과 냉전기 군비 경쟁을 거치며 남성 인구 손실을 반복적으로 겪어 왔다. 최근에도 알코올 관련 질환과 심혈관 질환 등으로 남성 기대수명이 여성보다 크게 낮다는 점이 국제 보건 통계에서 확인된다. 여기에 2022년 이후 우크라이나 전선으로의 징집과 전황 장기화가 겹치면서 20대에서 40대 남성 인구의 현장 이탈이 추세적으로 누적되는 상황이다. 연구자들은 이 같은 구조가 장기적으로 특정 연령대에서 여성 인구 비율을 더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또 다른 변수로는 전쟁 동원을 피해 해외로 이주한 러시아 남성들의 흐름이 꼽힌다. 유럽과 중앙아시아, 코카서스 지역으로 이동한 청년층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지만, 정확한 규모는 국가별 출입국 통계와 이동통신 기반 위치 데이터, 비자 발급 내역 등을 결합한 디지털 추적 연구가 진행돼야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IT 기반 인구 동학 분석 기술은 이런 비정상적 인구 이동을 기존 통계보다 빠르게 포착할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영상 속 촬영자는 러시아 여성들이 해외 남성과 결혼하는 사례가 많은 이유를 남성 인구 부족에서 찾기도 했다. 실제로 일부 연구에서는 러시아와 동유럽 출신 여성의 국제 결혼 비율이 다른 지역 대비 높은 편이라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다만 국제 결혼 증가는 경제 격차, 교육 수준 차이, 이주 정책 변화 등이 함께 작용한 결과여서, 단일 원인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인구학과 사회보건학계에서는 국경을 넘는 결혼과 이주 데이터를 통합 분석할 수 있는 디지털 헬스·인구 플랫폼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과 비교하는 온라인 반응도 엇갈렸다. 일부 이용자들은 한국 역시 낮 시간대 카페나 레스토랑만 놓고 보면 여성 비중이 높게 보인다고 지적했다. 서비스 업종별, 시간대별, 지역별로 고객 성비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특정 공간의 순간적인 풍경을 전체 인구 구조로 일반화하는 데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러한 지적은 현장 관찰만이 아니라 국가 통계, 모바일 센싱 데이터, 상권 분석 플랫폼 등 다양한 IT 기반 데이터 소스를 함께 봐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성비 격차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의료 데이터와 인구 통계를 결합한 정밀 분석이 요구된다고 말한다. 전쟁 사망과 부상 데이터, 연령대별 질병 부담, 음주와 흡연 패턴, 자살률 등 보건 지표를 디지털 방식으로 통합하면 남성 조기 사망의 구체적 경로를 더 정밀하게 그릴 수 있다. 유전체 연구와는 별개로, 국가 단위의 인구 건강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사망 위험 요인을 계량화하고, 예방 전략을 설계하는 인구 보건 정보학이 IT와 바이오 융합 영역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 러시아의 사례는 전쟁이 인구 구조와 공중보건에 남기는 장기 상흔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된다. 무력 충돌이 길어질수록 전장 사망뿐 아니라 의료체계 붕괴, 경제위기, 이주 증가 등이 맞물리며 성별·연령별 인구 구성이 왜곡되는 경향이 있다. 세계보건기구와 국제기구들은 빅데이터 기반 인구 모델링으로 전쟁과 재난 상황에서의 보건 인력 수급과 의료 자원 배분을 시뮬레이션하는 프로젝트를 확대하는 추세다.  

 

이번 러시아 식당 영상은 개별 경험담 수준의 콘텐츠지만,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순식간에 확산되며 전쟁과 성비, 조기 사망, 이주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토론을 자극했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향후 러시아를 비롯한 전쟁 당사국의 인구 보건 데이터를 IT 기술로 정밀 분석하는 연구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는 이런 데이터 인프라가 실제 보건 정책과 의료 시스템 개편에 연결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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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성비#우크라이나전쟁#인구데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