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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회의 제대로 한 것 아니냐 여론 있다"…윤석열, 계엄 국무회의 CCTV 제출 요구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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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선포를 둘러싼 법적 공방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맞붙었다. 계엄 직전 국무회의의 적법성을 놓고 양측 주장이 엇갈리면서 향후 재판 쟁점이 더욱 복잡해지는 모습이다.

 

윤 전 대통령은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 심리로 열린 특수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 사건 속행 공판에서 지난해 12월 3일 열린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가 헌법과 법률에 맞게 진행됐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날 재판은 체포방해 혐의와 비화폰 관련 서증 조사에 집중해 진행됐다. 대통령 관저 폐쇄회로TV와 비화폰 보안 체계 등 국가 안보 관련 사안이 다뤄질 수 있다는 이유로, 증거조사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법정 중계가 허용됐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국무회의 절차가 핵심 쟁점이라고 강조하며,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 CCTV 영상을 증거로 제출하라고 특검팀에 요구했다. 변호인은 "이 사건의 쟁점은 국무회의의 법리적 판단"이라며 국무회의가 실제로 개최됐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직접 발언에 나선 윤 전 대통령은 국무회의 구성과 절차가 정당했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계엄 선포를 하기 위한 헌법상 요건인 국무회의는 아무 국무위원을 되는대로 불러서 하는 게 아니다"라며 "가장 필수적인 대통령,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등 8명은 필수 기본멤버로 대통령이 정했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자신 측의 CCTV 제출 요구가 재판의 실체 판단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질적인 심리가 이뤄지기 위해 국무회의가 갖춰졌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윤 전 대통령은 계엄 국무회의 영상이 이미 다른 재판에서 다뤄졌다고 언급했다. 그는 "국무회의 CCTV 영상이 이미 한덕수 전 국무총리 재판에서 공개돼서 국민 대부분이 봤고, 거기서 나온 여론이 국무회의 제대로 한 것 아니냐고 나온다"며 "국무회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국무위원들의 심의권이 박탈됐는지 판단하는 데 선결적인 부분이라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특검팀은 국무회의 자체의 성립 여부보다 참여하지 못한 국무위원들의 권한 침해 여부가 쟁점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특검팀은 "공소사실은 국무회의에 참여하지 않은 국무위원들의 심의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라며 "어떻게 국무회의가 이뤄졌는지는 주요 쟁점이 아니라 증거로 따로 신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CCTV 영상 제출 문제를 두고 피고인 측의 책임을 분명히 했다. 백대현 부장판사는 "해당 증거가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피고인 측이 증거 신청하길 바란다"고 말해, 윤 전 대통령 측이 직접 증거신청에 나설 여지를 뒀다.

 

이날 서증조사 과정에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 시기 윤 전 대통령과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나눈 시그널 메시지도 법정에서 소개됐다. 체포방해 의혹의 구체적 정황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으로 주목됐다.

 

재판부에 제출된 내용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올해 1월 7일 김 전 차장에게 국군통수권자의 안전을 강조하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 윤 전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자 안전만 생각하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달했고, 김 전 차장은 "그 내용을 주지시키고 흔들림 없이 숭고한 의무를 수행하겠다"고 답했다.

 

1월 10일자 메시지에는 지지층을 언급한 내용도 포함됐다. 김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에게 "대통령님을 위해 길바닥에서 고생하는 지지자를 생각하면서 결연한 의지를 다지겠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 검찰과 특검은 이 같은 대화가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경호실이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 보여주는 자료라고 보고 있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은 지난 1월 3일 경호처의 저지로 한 차례 무산됐다가 같은 달 15일 두 번째 시도 끝에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경호 인력이 물리력을 동원해 집행을 막았는지 여부가 재판 과정의 쟁점 가운데 하나다.

 

윤 전 대통령은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국무위원 9명의 헌법상 계엄 심의·의결권을 침해한 혐의, 계엄 선포문을 사후에 허위로 작성한 뒤 폐기한 혐의 등으로 지난 7월 구속기소됐다.

 

법조계에서는 계엄 국무회의 CCTV 영상과 시그널 메시지 등 디지털 자료가 국무회의 적법성과 체포방해 의도 입증 여부를 가르는 핵심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특검과 변호인단이 쟁점의 범위와 증거의 의미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증거 채택과 해석을 둘러싼 공방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법정에서 양측은 국무회의 구성과 국무위원 심의권 보장 문제, 체포영장 집행 당시 경호처의 역할 등 핵심 쟁점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재판부는 향후 증인신문과 추가 서증조사를 예고하며 심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고, 정치권과 법조계는 계엄 국면의 책임 소재를 가를 재판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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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한덕수#공수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