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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에이전트 구버, MS 행사·MWC로 글로벌 도전 가속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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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에이전트 기술이 글로벌 서비스 시장의 경쟁 구도를 바꾸고 있다. 국내 AI 기업 솔트룩스가 자회사 구버를 앞세워 미국과 중동을 동시에 공략하며, AI 기반 업무 비서와 콘텐츠 생성 서비스 영역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자체 개발한 대규모 언어 모델과 통신사,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을 결합한 전략이라 향후 플랫폼 주도권 경쟁의 분기점이 될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이용자 200만 명을 넘긴 구버가 글로벌 AI 에이전트 시장에서 본격적인 검증 단계에 진입했다고 보고 있다.  

 

솔트룩스는 자회사 구버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마이크로소프트 이그나이트 2025 한국관에 참가해 AI 에이전트 서비스 구버를 시연했다고 2일 밝혔다. 이그나이트 2025는 MS가 매년 여는 기술 콘퍼런스로, 생성형 AI와 클라우드, 개발자 도구 등 최신 기술의 로드맵이 공유되는 자리다. 구버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과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주관한 한국관 내 단독 부스를 마련해 실제 서비스 데모를 제공했고, 행사 기간 글로벌 빅테크를 포함해 법률, 리테일, 보험 분야 기업들을 잠재 고객으로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구버는 솔트룩스가 독자 개발한 루시아 LLM을 탑재해 환각 현상으로 불리는 잘못된 정보 생성 빈도를 줄이고, 기업 환경에서 요구되는 보안 수준을 높인 점을 핵심 차별점으로 내세운다. 기업이 온프레미스나 전용 클라우드 환경에 도입해 내부 데이터를 안전하게 연동할 수 있게 설계한 구조라, 공공 클라우드 기반 범용 챗봇보다 정보 유출 우려를 줄였다는 평가다. 동시에 멀티 LLM 아키텍처를 채택해 챗GPT와 구글 제미나이 등 상용 모델도 함께 연동하며, 작업 난이도와 비용에 따라 가장 효율적인 모델을 자동 선택하는 방식으로 서비스 운영 비용을 낮추는 전략을 쓴다.  

 

특히 이번 기술은 단순한 질의응답형 챗봇이 아닌 AI 에이전트 구조를 통해 기존 검색과 콘텐츠 생성 방식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점이 강조된다. 구버는 웹과 문서, 뉴스 등 다양한 소스에서 사용자가 관심을 보인 주제를 자동 트래킹하고 정보를 정제해 제공한다. 여기에 추론 AI를 적용해 심층 리포트 형식의 요약 콘텐츠와 팟캐스트형 오디오 콘텐츠를 자동 생성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최근에는 이미지와 오디오를 결합한 미디어 생성 기능이 추가돼, 마케팅 자료 제작이나 교육용 콘텐츠 제작 등 실무 적용 범위를 넓혔다.  

 

글로벌 시장 공략은 샌프란시스코에서만 이뤄진 것이 아니다. 구버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글로벌 ICT 전시회 MWC25 도하에도 KT 협력사 자격으로 참여했다. 현지에서는 부스 운영뿐 아니라 네트워킹 행사, 투자자 대상 피칭 세션에 참여하며 중동과 유럽을 겨냥한 투자 유치와 파트너 발굴에 나섰다. 솔트룩스 측은 행사 기간 현지 통신사와 ICT 기업, 투자사 등으로부터 서비스 상용화와 조인트 벤처 설립 등 다양한 협력 문의가 이어졌다고 전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AI 기반 업무 비서와 도메인 특화 에이전트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으로, 구버가 중동과 북미를 동시에 두드리며 레퍼런스를 확보하는 구도다.  

 

국내에서는 통신사와의 협력으로 대중적 확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버는 대학 등 교육 기관과의 공동 프로젝트와 더불어 여러 기업과 프로모션, 마케팅 협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지난 27일부터 국내 주요 통신사인 KT 고객을 대상으로 1년 무료 이용권을 제공하는 이벤트가 시작됐다. KT의 마이케이티 애플리케이션 내 마이K 생활 카테고리를 통해 제공되는 이번 프로모션은 내년 1월 말까지 진행될 예정이며, 이 기간 가입자 증가 속도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구버의 누적 이용자 수는 최근 200만 명을 넘어섰고, 통신사 유통망을 활용한 확산 효과까지 더해지면 향후 트래픽 기반 수익모델 전환 여지도 생길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글로벌 경쟁 구도에서 보면 구버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 구글의 에이전트형 제미나이, 오픈AI의 GPT 기반 에이전트 생태계와 맞붙는 위치에 놓인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기업 전용 AI 에이전트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한국산 LLM과 서비스를 결합한 구버가 어느 정도 차별성을 보여줄지가 관건이다. 예를 들어 특정 국가 언어와 규제환경에 특화된 검색과 문서 이해, 법률 도메인 대응력을 앞세우면 틈새시장 공략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글로벌 빅테크가 클라우드와 오피스 생산성 도구, 개발툴을 묶어 에이전트 생태계를 확장하는 만큼, 구버 역시 통신사, 클라우드 사업자와의 전략적 제휴를 보다 넓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AI 서비스의 상용화 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보안과 규제 대응도 관건이다. 루시아 LLM을 기반으로 한 온프레미스형 구버는 데이터 주권과 개인정보 보호를 중시하는 금융, 공공, 의료 분야에서 상대적 강점을 가질 수 있다. 유럽의 AI법과 각국 개인정보 보호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데이터 이동을 최소화하고 기업 내부망에서만 학습과 추론을 수행하는 구조가 규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국가별로 상이한 AI 윤리 기준과 알고리즘 투명성 요구에 맞춰 설명 가능한 AI 기술과 로그 추적 기능을 강화해야 글로벌 대형 계약을 따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경일 솔트룩스 및 구버 대표는 루시아 LLM의 지속적인 고도화와 글로벌 파트너 네트워크 확대를 병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AI 에이전트가 검색과 문서 작업을 넘어 개인화된 정보 비서와 비즈니스 의사결정 도구로까지 확장될 것이라며, 구버를 이런 변화의 전면에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솔트룩스가 국내 통신사와 해외 빅테크 행사를 동시에 활용하며 구버의 인지도를 높이는 전략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독자 생태계 구축과 수익모델 다각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산업계는 이번 구버의 행보가 글로벌 AI 에이전트 시장에서 실제 상용 서비스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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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버#솔트룩스#루시아ll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