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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항체 ADC로 승부수"…삼성, 中프론트라인 투자로 항암신사업 속도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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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체 약물 접합체 ADC 기술이 글로벌 항암제 시장의 핵심 모달리티로 부상하는 가운데, 삼성이 중국 ADC 전문 개발사 프론트라인 바이오파마에 전략 투자를 단행했다. 차세대 이중 항체와 이중 페이로드 기반 플랫폼을 확보해 항암 신약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향후 바이오 신사업의 성장 동력을 선점하려는 행보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제약사가 앞다퉈 ADC 기술 확보 경쟁에 나선 상황에서 삼성이 본격적으로 차세대 항암 기술 밸류체인에 진입하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25일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따르면 삼성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는 삼성물산,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공동 출자해 조성한 바이오·헬스 벤처 투자 펀드로, 이번에 중국 프론트라인 바이오파마 지분 투자를 결정했다. 투자를 통해 프론트라인이 보유한 ADC 기술 플랫폼과 파이프라인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향후 파트너십 확장과 신사업 발굴 기회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ADC는 암세포를 인지하는 항체에 세포독성 약물을 결합해, 정상 세포 손상은 줄이면서 표적 암세포에 강력한 약물을 전달하는 정밀 항암 치료 기술이다. 기존 세포독성 항암제 대비 독성을 국소화해 부작용을 줄이고, 표적성 높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글로벌 항암제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로 꼽힌다. 최근에는 자가면역질환 등 항암 이외 영역으로 연구 범위가 넓어지면서 플랫폼 기술 가치도 높아지는 추세다.

 

특히 프론트라인이 보유한 이중 항체 및 이중 페이로드 기반 ADC 플랫폼은 기존 단일 항체·단일 페이로드 ADC의 한계를 보완하는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중 항체는 하나의 약물에 두 개의 서로 다른 항원을 인지하는 결합 부위를 탑재해, 서로 다른 표적을 동시에 겨냥할 수 있도록 설계한 구조다. 여기에 두 가지 기전의 페이로드를 동시 탑재하는 이중 페이로드 기술을 결합한 플랫폼을 통해 약물 전달 효율을 높이고, 상호보완적 작용을 하는 약물을 병용하는 효과를 한 번의 투여로 구현하는 구조다.

 

이러한 구조는 단일 표적·단일 페이로드 기반 ADC가 직면한 세 가지 핵심 한계를 줄이는 데 유리하다고 평가된다. 첫째, 표적이 변하거나 소실되면서 생기는 내성 문제를 두 개 표적 동시 공략으로 분산할 수 있다. 둘째, 종양 내 세포가 서로 다른 표지자를 발현해 치료 반응에 차이를 보이는 종양 이질성에 대해, 복수 표적·복수 페이로드 접근으로 대응력을 높일 수 있다. 셋째, 단일 기전 약물의 반응 지속성이 짧을 수 있는 한계를 서로 다른 작용기전을 조합해 보완함으로써 반응 기간을 연장할 여지가 생긴다.

 

프론트라인은 현재 이중 항체 기반 ADC 후보물질에 대해 글로벌 임상을 진행 중이며, 내년 1분기에는 이중 항체와 이중 페이로드를 동시에 적용한 차세대 ADC 후보의 임상에 추가 진입할 계획이다. 플랫폼 단계에서 이중 항체와 이중 페이로드 기술을 동시에 구현해 임상 단계로 끌어올리는 시도는 글로벌에서도 고난도 영역에 속하는 만큼, 성공 시 기술가치와 라이선스 아웃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미 지난해 10월 프론트라인과 ADC 분야 후보물질 개발, 제조, 상업화를 아우르는 공동연구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을 통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프론트라인이 보유한 ADC 파이프라인 2종에 대한 공동 개발권을 확보했으며, 프론트라인의 페이로드 1건을 자사가 개발 중인 다른 바이오의약품에 적용할 수 있는 독점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이번 지분 투자는 연구 협력을 넘어 지식재산과 플랫폼 역량을 묶는 전략적 제휴의 수위를 한 단계 높인 조치로 풀이된다.

 

삼성 입장에서 ADC는 바이오시밀러 중심의 기존 사업 구조를 넘어 혁신 신약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 교두보다. 대량 위탁생산 중심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강점이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 그리고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를 통한 유망 기술 투자까지 더해지면서, 개발과 생산, 자본을 한 축으로 묶는 통합 바이오 생태계 구축을 시도하는 흐름으로도 읽힌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주요 빅파마와 바이오텍이 ADC 기술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ADC 특화 기업에 대한 대형 인수합병과 라이선스 계약이 잇따르고, 중국에서도 프론트라인과 유사한 플랫폼 기반 기업들이 다수 등장하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다만 이중 항체와 이중 페이로드를 동시에 구현하는 고급 플랫폼을 기반으로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는 사례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만큼, 프론트라인과의 협력은 기술 차별화를 노리는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ADC 행보가 단기 성과보다는 중장기 파이프라인 다변화와 신약 개발 역량 축적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본다. 글로벌 규제 환경 역시 항암 ADC를 중심으로 임상 설계와 안전성 기준이 빠르게 정교해지고 있어, 초기부터 해외 임상을 병행하는 플랫폼 기업과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이 중국발 ADC 플랫폼과 보유 생산 인프라를 어떻게 접목시킬지에 따라 향후 글로벌 항암제 시장에서의 위상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산업계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삼성이 ADC를 축으로 한 혁신 항암제 사업에 어느 수준까지 자원을 투입할지, 그리고 프론트라인과의 협력이 실제 상업화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과 자본, 글로벌 규제가 맞물린 ADC 경쟁 구도 속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의 성패가 향후 바이오 산업 재편의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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