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매달 들어오는 700만원”…연금복권 720이 만든 ‘월급 같은 당첨의 시대’

이도윤 기자
입력

요즘 복권을 고르는 기준이 달라졌다. 한 번에 목돈을 노리기보다, 매달 꾸준히 들어오는 월급 같은 돈을 바라보는 사람이 늘었다. 예전엔 로또가 ‘인생 역전’의 상징이었다면, 이제는 연금복권이 생활비를 보태는 현실적인 꿈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사소한 선택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불안한 노후와 생활비를 스스로 메워 보려는 마음이 겹쳐 있다.

 

11월 27일 추첨된 연금복권 720 291회에서도 이런 흐름이 그대로 드러났다. 동행복권이 발표한 이번 회차 1등 당첨번호는 4조 1 4 9 3 0 9다. 이 번호를 가진 1등 당첨자는 2명으로, 매달 700만원씩 20년 동안 연금 형식으로 받는다. 세금 22%를 제외하면 통장에 꽂히는 실수령액은 월 546만원이다. 누군가에게는 월급을 대신하거나, 퇴직 후 노후비용을 지탱해 줄 두 번째 소득이 생긴 셈이다.

연금복권 720 291회 당첨결과
연금복권 720 291회 당첨결과

2등 당첨자는 1등과 같은 6자리 번호에 조만 다른 경우로, 각조 1 4 9 3 0 9를 가진 8명이 나왔다. 이들은 매달 100만원씩 10년간 연금 형식으로 받게 되고, 세후 실수령액은 월 78만원이다. 생활비 한 줄이 추가로 생긴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일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같은 조건의 보너스 번호는 각조 0 3 6 1 7 9로, 여기에 당첨된 6명도 월 78만원씩 10년을 받는다.

 

목돈 당첨을 기대하는 이들의 시선은 중하위 등수에도 머무른다. 3등은 1등 번호 기준 뒷 5자리 4 9 3 0 9가 같은 경우로, 55명이 100만원씩 받는다. 4등은 뒷 4자리 9 3 0 9에 559명이 당첨돼 10만원을 받는다. 5등 당첨번호는 3 0 9로 5,746명이 5만원을, 6등 0 9는 5,000원을, 7등 9는 1,000원을 받는다. 소액이지만 “커피 몇 잔 값이라도 벌었다”며 일상의 작은 위안을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연금복권 720의 1등 당첨번호를 자리별로 모아 보면, 나름의 ‘행운 패턴’을 찾으려는 시도도 이어진다. 조 단위 당첨 횟수는 4가 66회로 가장 많았고, 이어 1이 63회, 5가 57회, 3이 56회, 2가 49회다. 숫자 4가 66번이나 뽑혔다는 기록은, 일부 구매자에게 ‘4조를 넣어야 할 것 같다’는 심리적 끌림을 만든다.

 

십만 단위에선 4가 37회, 8이 36회, 1이 33회, 5가 32회, 9가 30회로 나타났다. 만 단위에서는 4가 다시 39회로 가장 많이 등장했고, 3이 37회, 7이 33회, 1이 32회, 0이 31회로 뒤를 이었다. 천 단위에서는 9가 34회로 최다였고, 7이 32회, 2와 6이 각각 31회였다. “유난히 자주 보이는 번호가 있다”고 느끼는 이유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백 단위에서는 0, 2, 3이 나란히 34회로 가장 많았고, 십 단위는 5가 35회, 7이 34회, 3이 33회로 높은 빈도를 보였다. 일 단위에서는 6이 37회로 가장 자주 뽑혔고, 8이 36회, 3과 7이 각각 33회였다. 당첨번호 9는 일의 자리에서 24회 등장했다. 이런 기록을 꼼꼼히 챙기는 이들은 “언젠가 나도 이 숫자들 사이에 들어가겠지”라며 자신만의 조합을 적어 내려간다. 과학적 근거를 떠나, 숫자를 고르는 순간만큼은 각자의 소망과 기억이 마음속에서 되살아난다.

 

전문가들은 이런 연금형 복권 열풍을 ‘소득의 다변화를 꿈꾸는 생활형 재테크’로 부른다. 한 번에 인생을 바꾸겠다는 욕망보다는, 불투명한 미래에 대비해 작은 현금 흐름이라도 만들고 싶다는 감정이 앞선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연금복권 720+의 1등 당첨확률은 1/5,000,000으로, 로또 6/45의 1/8,145,060보다 약 1.6배 높다. 완전히 닿을 수 없는 꿈이 아니라, 아주 낮지만 ‘그래도 언젠가’ 기대해 볼 수 있는 확률이라는 점이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린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로또보다 실수령액은 적어도 매달 들어오면 마음이 편할 것 같다”, “노후에 연금 하나 더 갖는 기분일 것 같다”는 공감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반면 “당첨확률을 생각하면 결국 같은 꿈”이라며 거리를 두는 시선도 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당첨번호를 확인하는 목요일 저녁만큼은 잠시 계산기를 내려놓고, 화면 속 숫자에 자신의 내일을 겹쳐 본다.

 

연금복권의 구조는 생활과도 맞닿아 있다. 당첨금 지급 기한은 개시일로부터 1년이고, 등수별 중복 당첨금은 모두 받을 수 있다. 5만원 이하는 복권판매점에서, 5만원 초과는 농협은행 전국 지점에서 수령한다. 연금식 당첨금은 동행복권에서 당첨을 확인한 뒤 지급된다. 가까운 인쇄복권 판매점에서 살 수도 있고, 동행복권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 당회차 구매나 예약 구매도 할 수 있다. 목요일 오후 7시 5분 생방송으로 공개되는 당첨번호를 둘러싸고, 거실 TV 앞에는 여전히 “이번엔 나일까”를 속으로 읊조리는 사람들이 모인다.

 

어떤 이에게 연금복권은 한 장짜리 종이에 적힌 숫자일 뿐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미래의 생활비와 노후, 마음의 여유를 상상하게 하는 기호가 된다. 모두가 당첨자가 될 수는 없지만, 그 가능성을 바라보며 하루를 버티는 힘을 얻는 사람도 있다. 작고 사소한 선택 같지만, 우리의 지갑과 마음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는 그 한 장에서 조금씩 드러난다.

이도윤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연금복권720#동행복권#로또6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