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온스당 5천달러 간다”…골드만삭스 설문에 드러난 금 랠리 기대, 인플레·지정학 리스크 속 가속 전망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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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29일,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Goldman Sachs)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가 공개되면서 국제 금 시장에 대한 낙관론이 한층 확산하고 있다. 경제 불확실성과 끈질긴 인플레이션, 지정학적 긴장이 겹친 가운데 기관 투자자 다수가 향후 수년간 금 가격의 대폭 상승을 예상해 국제 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낳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디지털 매체 코인오태그(coinotag)가 인용한 골드만삭스 설문에서 기관 투자자의 36%는 금 가격이 2026년 말까지 온스당 5,000달러에 도달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또 다른 33%는 4,500∼5,000달러 구간을 전망해, 응답자의 70% 이상이 내년에도 금 가격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현물 금 가격은 연초 대비 58.6% 급등한 뒤, 온스당 4,000달러를 돌파해 최근 4,175.50달러 선에서 거래를 마쳤다.

골드만삭스 설문조사, 기관 투자자 70% 이상 금값 추가 상승 전망
골드만삭스 설문조사, 기관 투자자 70% 이상 금값 추가 상승 전망

설문 응답자들은 금값 랠리의 핵심 배경으로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매입과 고조된 지정학적 리스크를 지목했다. 응답자의 38%는 중앙은행의 금 보유 확대가 상승장의 주요 동력이라고 평가했다. 세계금협회(WGC)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최근 몇 년간 매년 1,000톤 이상을 사들이며 외환보유액 중 금 비중을 높여 왔다. 유동성, 디폴트 위험이 없다는 점, 특정 국가의 정치적 영향력에서 벗어난 자산이라는 점이 매입 확대의 이유로 꼽힌다.

 

금 가격의 가파른 상승세는 거시경제 환경과도 맞닿아 있다. 고착화된 인플레이션과 주요 지역의 성장 둔화, 주기적인 달러 약세가 결합하며 무이자 자산인 금의 매력을 부각시켰다. 각국 정부가 재정 지출 확대와 높은 차입 압력으로 대차대조표를 불리는 상황도 헤지 수단으로서 금 수요를 떠받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소매 투자자뿐 아니라 헤지펀드,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까지 인플레이션 위험과 통화 가치 하락에 대비해 금 비중을 늘리는 흐름이 관측된다.

 

전문가 발언도 강세 심리를 뒷받침하고 있다. 영국계 자산운용사 블루 웨일 캐피털(Blue Whale Capital)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스티븐 이우(Stephen Yiu)는 세계 최대 금광업체 뉴몬트(Newmont)에 대한 투자 매력을 강조하며 “금광 산업 내 대표 기업의 위치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는 취지로 평가했다. 공매도 전문 헤지펀드 머디 워터스 캐피털(Muddy Waters Capital)을 이끄는 카슨 블록(Carson Block) 역시 캐나다 금 탐사 기업 스노우라인 골드(Snowline Gold)를 잠재적 인수 후보로 언급하며, 금값 상승 국면에서 광산주와 M&A 관련 종목의 기회를 부각시켰다.

 

금 시장의 움직임은 미국(USA)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전망과도 맞물려 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인플레이션 둔화를 근거로 향후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으며, 이는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금에 상대적 우위를 제공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지속과 환율 변동성 같은 구조적 압력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투자자들은 금을 신뢰할 수 있는 가치 저장 수단으로 재평가하는 분위기다.

 

최근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기술적 장애로 금 선물과 옵션 거래가 일시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으나, 현물 시장의 주간 수익률은 3% 상승세를 유지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단기적 거래 차질에도 불구하고 수급과 심리가 뒷받침된 강세장이 이어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주요 외신들도 중앙은행의 대규모 매입과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유입을 언급하며 지난달 금 가격이 온스당 4,380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 수준, 이른바 ‘미지의 영역’에 진입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흐름은 전통적인 안전 자산으로 여겨졌던 국채나 달러 자산에서 일부 자금이 이탈해 금으로 이동하는 구조적 변화로 연결되고 있다. 특히 채무 부담이 커진 국가들이 국채 공급을 늘리는 상황에서 국채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자, 금이 대체적 안전 자산으로 부상했다는 평가다. 광산업계에서는 통합과 인수합병 움직임이 가속화되며 투자 기회가 새로 형성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주요 운용사와 헤지펀드가 관련 종목에 포지션을 확대하는 모습은 금값 랠리의 신뢰도를 높이는 요소로 거론된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금의 위상은 인플레이션 방어 수단을 넘어, 지정학적 긴장과 통화 정책 전환기에 리스크를 분산하는 핵심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중앙은행 매입, ETF 유입, 광산업 재편이라는 세 가지 축이 맞물리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금 가격의 추가 상승 가능성과 함께 거시경제 변화에 따른 자산 배분 전략을 재점검하고 있다. 앞으로 금이 어느 수준까지 오를지, 그리고 안전 자산 지도에 어떤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지 국제사회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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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중앙은행#금가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