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직접 투여하는 헌터라제ICV”…GC녹십자, 러시아 첫 시술 성공으로 희귀질환 치료 새 국면
뇌실 내 직접 투여 방식의 헌터증후군 치료제가 러시아에서 처음으로 사용되며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 패러다임 전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중추신경계 손상을 동반하는 헌터증후군은 기존 효소대체요법으로는 뇌 장벽을 충분히 넘기 어려워 인지 기능 저하 등을 막는 데 한계가 지적돼 왔다. GC녹십자가 개발한 헌터라제 ICV는 이 한계를 정면으로 겨냥한 세계 유일의 치료 옵션으로, 러시아 도입을 계기로 글로벌 희귀질환 시장에서 중추신경 표적 정밀치료 경쟁을 자극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GC녹십자는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 ICV가 러시아에서 첫 투여됐다고 3일 밝혔다. 첫 시술은 취약 아동을 지원하는 러시아 재단 Krug Dobra 프로그램을 통해 진행됐으며, 아스트라한 지역 헌터증후군 환아가 모스크바 소재 러시아 어린이 임상 병원 RCCH에서 치료를 받았다. 러시아는 일본에 이어 헌터라제 ICV 치료법을 도입한 두 번째 국가가 됐다.

헌터라제 ICV는 머리 뼈에 삽입한 디바이스를 통해 약물을 뇌실 내부로 직접 투여하는 뇌실 내주입 ICV 방식의 효소대체 치료제다. 혈액뇌장벽으로 불리는 뇌 보호막을 우회해 약물을 곧바로 뇌척수액과 중추신경계 환경으로 보내는 구조가 핵심이다. 헌터증후군 환자의 뇌혈관과 중추신경 세포에 직접 도달해 인지 기능 저하, 언어 및 운동 발달 지연 등 중추신경 손상에 의해 나타나는 증상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정맥주사 기반 효소대체요법이 전신 장기에는 효과를 보이면서도 중추신경계로의 약물 전달 효율이 낮았던 한계를 보완한 점에서 주목받는다. 뇌실 내주입은 신경계와 맞닿은 뇌척수액 공간에 약물을 공급하는 구조라, 병의 진행이 빠른 소아 희귀질환에서 신경학적 기능 보존 가능성을 넓히는 접근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헌터라제 ICV가 헌터증후군을 시작으로 뇌 기반 희귀 유전질환 전반으로 적응증 확대 논의를 촉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투여를 집도한 RCCH 신경외과 전문의 드미트리 알렉산드로비치 레슈치코프 박사는 헌터라제 ICV 적용을 중증 헌터증후군 치료의 전환점으로 규정했다. 그는 헌터라제 ICV가 중추신경계 기능 개선과 관련 증상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현지 의료진에게는 새로운 뇌실 내 주입 프로토콜과 수술 기법이 요구되는 만큼, 첫 시술 성과는 러시아 내 후속 환자 치료 허브를 구축하는 마중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RCCH는 글로벌 수준의 치료 역량 확보를 위해 아스트라한 지역 의료진을 초청해 실습과 이론 교육을 병행했다. 수술 전 절차, 디바이스 삽입 및 고정, 투여 속도 관리, 감염·합병증 모니터링 등 뇌실 내주입 요법에 특화된 커리큘럼이 운영됐다. 교육을 마친 의료진은 RCCH 의료진과 함께 첫 투여를 공동 수행하면서 향후 러시아 지역 병원에 같은 치료를 확산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 이는 고난도 희귀질환 치료에서 중요해지는 지역 거점 병원 네트워크 모델을 보여주는 사례로도 해석된다.
헬스케어 업계에서는 러시아가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헌터라제 ICV를 도입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은 소아 희귀질환 분야에서 중추신경계 표적 치료와 정밀의료 도입이 비교적 빠르게 진행된 국가로 꼽힌다. 여기에 러시아가 동참하면서, 중추신경계 동반 희귀질환에 대한 적극적 치료와 공공 재단을 통한 재정 지원 모델이 확산되는 흐름이 감지된다. 반면 미국과 유럽은 중추신경계 타깃 치료제에 대해 장기 추적 데이터와 비용 대비 효과 분석을 더욱 엄격히 요구하는 분위기여서, 각 지역 규제 환경 차이가 상용화 속도를 가르는 변수로 남아 있다.
다만 중추신경계 직접 투여 치료제는 장기간 반복 투여와 수술·시술 리스크 관리가 필수여서, 환자 가족과 의료진 모두에게 치료 이득과 부담을 세밀하게 비교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신경외과 술기가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상급병원 중심의 집중 치료 체계와 감염관리·마취 인력 등 인프라 구성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꾸준하다. 이번에 러시아에서 교육과 시술이 동시에 진행된 것도 이러한 구조적 요건을 충족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국가 간 협력을 통해 혁신 치료제 접근성이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고 강조하며, 헌터증후군 환자들의 치료 환경을 개선하는 활동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헌터라제 ICV의 러시아 첫 투여를 계기로, 향후 동유럽과 중동 등으로 희귀질환 중추신경계 치료 네트워크가 확장될 여지도 관측하고 있다. 산업계는 고난도 희귀질환 치료제가 실제 의료 현장에 얼마나 빠르게 뿌리내릴지, 그리고 각국 제도와 재정이 이를 얼마나 뒷받침할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