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환 AX 본격화”…야놀자, 3개 축 대표 선임으로 글로벌 공략
AI 전환이 글로벌 여행 플랫폼 산업의 경쟁 구도를 다시 짜고 있다. 야놀자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B2C와 B2B, 지주부문을 아우르는 3개 부문 대표를 새로 선임하며 조직 체계를 손봤다. 소비자 플랫폼,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코퍼레이션을 각각 분리해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데이터 기반 초개인화 서비스와 여행 특화 AI, 공격적 글로벌 투자 전략을 앞세워 트래블 테크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서는 구도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가 야놀자의 AI 전환 AX를 전사 전략으로 고도화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야놀자는 3일 컨슈머 플랫폼,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코퍼레이션 등 3개 사업 축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리더십 체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컨슈머 플랫폼 부문 대표에는 이철웅 놀유니버스 최고마케팅책임자,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부문 대표에는 이준영 야놀자그룹 기술총괄 겸 야놀자클라우드 공동대표, 코퍼레이션 부문 대표에는 최찬석 야놀자그룹 최고투자책임자를 각각 선임했다. 그룹 차원의 중장기 비전과 글로벌 전략 실행을 위해 각 영역 리더십을 명확히 분리하고 권한을 부여한 것이 핵심이다.

컨슈머 플랫폼을 담당하는 이철웅 대표는 B2C 여가 플랫폼 놀유니버스를 총괄한다. 야놀자는 마케팅과 사업 전략 전문가인 이 대표를 전면에 내세워 데이터 기반 초개인화 추천, UX 개선, 상품 경쟁력 강화를 통해 국내외 플랫폼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캔슬프리, 골드클래스 등 사용자 친화 정책과 NOL 브랜드 리브랜딩을 주도해온 경험을 기반으로, 고객 접점 전반을 데이터화하고 고객 여정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작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기술 구현 측면에서 야놀자는 야놀자클라우드와의 시너지를 전제로 하고 있다. 이철웅 대표가 이끌 놀유니버스는 예약, 결제, 취소, 후기 등 방대한 이용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수요 예측, 가격 최적화, 맞춤형 프로모션 등 알고리즘 고도화가 가능한 구조다. OTA 업계에서는 동일한 고객에게 항공, 숙박, 액티비티까지 통합 제안을 하는 크로스셀링 전략이 매출 확대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만큼, 야놀자는 데이터·AI 인프라를 활용해 체류 전후 전 과정을 아우르는 여행 경험 패키지화를 노리고 있다.
이철웅 대표는 아고다와 클룩 등 글로벌·로컬 플랫폼에서 동북아 사업 조직을 이끈 OTA 전문가다. 특히 아고다 재팬 시니어 디렉터로 활동하며 일본 시장의 수요 구조와 공급자 네트워크를 다져, 야놀자의 일본·동북아 공략에도 경험을 이식할 수 있다. 쿠팡트래블 최고디렉터를 거쳐 야놀자 CMO로 합류한 이후에는 놀유니버스 론칭과 NOL 브랜드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것으로 평가된다.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부문을 맡게 된 이준영 대표는 AI와 클라우드, 호텔·레저 운영 솔루션 등을 포괄하는 B2B 사업을 이끈다. 야놀자클라우드는 PMS, RMS 등 숙박·여행 산업 특화 SaaS를 다수 확보하고 있으며, 이번 인사로 기술 내재화와 글로벌 SaaS 확장에 더욱 무게가 실린 셈이다. 이 대표는 그룹 CTO로서 R&D 조직 전체를 통할해온 만큼, 여행 특화 AI 모델, 클라우드 기반 운영 시스템, 엔터프라이즈 솔루션의 통합 아키텍처를 설계·고도화하는 역할을 계속 수행하게 된다.
특히 이번 인사는 기존 OTA 방식이 가진 인력 의존형 운영과 비효율적 수요 예측의 한계를 정면으로 공략하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야놀자는 숙박업소, 여행사, 액티비티 사업자가 각자 쓰던 온프레미스 또는 레거시 시스템을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으로 전환하고, 여기에 AI를 접목해 예약률과 객실 점유율을 자동 최적화하는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역별 이벤트, 계절, 검색 트렌드, 가격 민감도와 같은 변수를 학습한 AI가 객실 요금과 프로모션 타이밍을 조정하면, 동일 재고를 활용해 수익률을 눈에 띄게 높일 수 있다.
이 대표의 이력은 글로벌 테크 기업 수준의 AI 역량을 야놀자 내부에 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는 삼성전자와 야후코리아를 거친 뒤 구글 미국 본사에 입사한 한국인 최초 엔지니어이며, 약 20년간 구글코리아 R&D센터 설립과 시멘틱 검색 기술 개발을 주도했다. 시멘틱 검색은 사용자가 입력한 문장의 의미를 분석해 맥락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는 기술로, 여행 산업에서는 사용자의 여행 목적과 상황을 이해해 최적의 일정과 상품을 제안하는 AI 가이드로 확장될 여지가 크다. 야놀자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여행자와 사업자를 돕는 특화형 AI 서비스 개발에 집중해 왔고, 그룹 차원의 AI 전환 AX 전략도 이 대표가 중심이 돼 추진해왔다.
코퍼레이션 부문을 맡은 최찬석 대표는 미래 성장 기반 확보가 핵심 과제다. 그는 VC, IB, 산업계를 아우르는 25년 경력의 투자·재무 전략 전문가로, 넷마블 기업공개, 코웨이 인수, 북미 게임사 카밤 인수 등 대형 딜을 성사시킨 경력을 갖고 있다. 야놀자 합류 이후에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17억 달러 규모 투자 유치, 인터파크와 GGT, MST트래블 등 주요 글로벌 기업 인수를 주도하며 공격적인 성장 전략을 실행해 왔다.
야놀자는 코퍼레이션 부문을 통해 각 사업부문을 뒷받침하는 자본 조달과 인수합병, 전략적 파트너십을 일원화할 계획이다. 글로벌 트래블 테크 시장에서는 플랫폼과 솔루션 사업자의 수평·수직 통합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기술만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반영된 셈이다. 야놀자는 기존 M&A 경험을 토대로 지역·카테고리별 핵심 자산을 추가 확보하고, 이를 놀유니버스와 야놀자클라우드에 연동해 규모의 경제와 데이터 시너지를 함께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세계 여행 시장에서는 미국과 유럽의 글로벌 OTA, 아시아의 슈퍼앱 플랫폼들이 예약 데이터, 결제 인프라, 로열티 프로그램을 앞세워 이용자 락인 효과를 키워가고 있다. 동시에 숙박·여행 업계 전반에선 클라우드 전환과 SaaS 도입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야놀자의 이번 인사와 조직 개편은 소비자 플랫폼과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투자·지주 기능을 명확히 분리함으로써 글로벌 경쟁사와 비슷한 수준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야놀자는 모바일 시대를 넘어 AI 전환 AX 시대로 진입하는 전환기에 맞춰 고객 가치 중심 사고와 기술 혁신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브랜드 리뉴얼과 놀유니버스 출범을 마친 뒤, 이제는 AI 기술과 글로벌 자본을 결합한 2단계 성장 전략에 들어갔다는 의미다. 다만 AI 기반 여행 서비스의 실제 수익 창출 속도, 글로벌 매크로 환경에 따른 투자 여건 변화, 규제 환경 등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야놀자 관계자는 이번 리더십 체계 개편이 글로벌 트래블 테크 기업 도약을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고객, 기술, 조직 세 영역에서 혁신을 가속화해 AI 시대 여행 및 여가 산업 변화를 능동적으로 이끌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야놀자가 구축한 3중 리더십 구조가 실제 시장 성과와 글로벌 확장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고, 기술과 투자, 조직 운영이 맞물린 복합 전략의 실행력이 향후 평가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조직 재편이 실제 시장에서 검증될 때, 트래블 테크 경쟁의 판도가 한 번 더 요동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