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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선구제 약속 지켜야"…이재명 대통령, 재추진 지시하며 추진상황 보고 요구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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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사기 피해 구제를 둘러싼 입법 논쟁이 다시 정치권 전면으로 떠올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무산됐던 선 구제 후 구상권 청구 방식 법안을 두고, 이재명 대통령이 재추진을 공식 지시하면서 여권과 야권의 향후 공방이 주목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2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전세 사기 관련 논의를 진행하던 중 선 구제 후 구상 방식의 입법을 다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관련 추진 상황을 보고하라고 지시하며 대책 마련 속도를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일단 피해자들을 먼저 보상해주고 정부가 이후에 책임지고 구상하는 방안을 입법화하려다 당시 대통령에게 거부당한 일이 있었다"고 말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상황을 언급했다. 그는 이어 "저를 향해 '대통령이 되고서도 왜 이행하지 않느냐'고 따지는 사람이 많다. 공식적으로 약속했으니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고 "예산도 필요하고 고려사항이 많을 테니 별도로 준비해 보고해 달라"고 지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전세 사기 피해자에 대해 국가가 먼저 피해를 보상한 뒤 사기에 연루된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구조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이 내용을 반영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했다.

 

그러나 개정안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재의요구권, 이른바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효력을 얻지 못하고 폐기됐다. 당시 여야는 피해자 선 구제 방식의 재정 부담, 도덕적 해이 가능성, 피해 범위 기준 등을 둘러싸고 강하게 맞섰다. 전세 사기 피해자 단체들은 신속한 선 보상을 주장한 반면, 일부에서는 국가 재정 부담과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시각이 제기됐다.

 

이날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 이행을 재차 언급한 것은 거부권 행사 이후 멈춰 있던 입법 논의를 다시 궤도에 올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선 구제 방식은 상당한 예산 투입과 정교한 피해 기준 설정이 전제돼야 하는 만큼 여야 협의 과정에서 적잖은 이견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정책실과 민주당 정책위가 초안을 두고서 검토하고 있다"며 "추후 자세히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가 이미 실무 차원에서 입법 초안을 검토 중이라는 점을 공개적으로 확인한 셈이다.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의 지시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 논의가 다시 가속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과거 거부권 행사 당시 쟁점이었던 재원 조달 방식, 피해 인정 기준, 보상 절차 설계 등을 둘러싸고 야당이던 국민의힘의 문제 제기가 다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공약 이행을 전면에 내세우며 신속한 처리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는 선 보상 규모와 재정 소요, 금융권 부담 배분 방안 등을 놓고 세부 검토에 착수할 전망이다. 전세 사기 피해자 단체와 시민사회도 입법 과정에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여, 구체적인 제도 설계 과정에서 이해관계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날 대통령실이 입법 재추진 방향을 분명히 한 만큼 국회 논의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재개될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국회는 전세 사기 피해자 선 구제 방안을 둘러싸고 다시 치열한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크며, 여야는 향후 회기에서 개정안을 본격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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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전세사기특별법#김용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