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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색소 퇴출 움직임 확산…메롱바·츄파춥스 논란이 던진 경고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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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 식용색소 유해성 논란이 국내 가공식품 시장 전반을 흔들고 있다. 편의점 히트 상품으로 떠오른 중국산 아이스크림 메롱바에 이어, 중국에서 제조돼 수입·판매 중인 츄파춥스 젤리 제품들에서도 동일 합성착색료가 사용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식품의약국 FDA가 어린이 행동장애와 발암 가능성을 이유로 타르 색소 6종에 대해 단계적 사용 금지를 예고한 가운데, 한국의 허용 기준과 관리 체계가 국제 안전 기준에 맞는지 재점검이 불가피해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합성색소 의존형 제품 전략을 바꿀 분기점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수입식품정보마루 자료에 따르면 중국에서 제조돼 국내에 들어오는 츄파춥스 젤리 사워게코, 츄파춥스 오션믹스 젤리, 츄파춥스 사워 크롤러 등에는 타르 계열 식용색소가 다수 포함돼 있다. 사워게코에는 식용색소 황색 4호, 적색 40호, 청색 1호, 황색 5호가, 오션믹스 젤리에는 황색 40호, 적색 40호, 청색 1호가 사용된다. 사워 크롤러에는 적색 40호, 황색 4호, 황색 5호, 청색 1호가 들어간다. 당국은 현행 기준 내 사용이라고 설명하지만, 소비자 사이에서는 해당 색소를 의식적으로 피하는 이른바 기피 리스트가 빠르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타르 식용색소는 석탄에서 얻는 콜타르에서 추출한 벤젠, 나프탈렌 등을 원료로 합성하는 착색료다. 화학 구조상 색을 강하고 선명하게 구현할 수 있어 사탕, 젤리, 아이스크림, 껌, 과자 등 색감이 중요한 가공식품에 널리 쓰인다. 국내에서는 9종 16품목이 허용돼 있으며, 식약처가 정한 1일 섭취 허용량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특히 이번 논란은 독성 자체보다도 어린이·청소년처럼 체중이 적고 간 해독 능력이 미성숙한 집단이 여러 식품을 통해 누적 섭취할 때의 장기 노출 위험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이미 일부 타르 색소를 줄이거나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해외시장뉴스에 따르면 FDA는 식품업계와 협력해 2026년 말까지 6가지 타르 식용색소의 단계적 사용 중단을 추진하고 있다. FDA가 정리한 위해성 자료를 보면 적색 40호는 일부 어린이에게 과잉행동과 주의력결핍행동장애 ADHD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황색 5호는 알레르기 반응과 함께 어린이 과잉행동 및 ADHD와의 연관성이 지적됐고, 황색 6호는 실험에서 간과 부신 종양 발생이 관찰된 바 있다.

 

청색 1호의 경우 일부 어린이에서 행동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으며, 청색 2호는 수컷 쥐에서 뇌암 발생이 보고돼 위해 우려 목록에 올랐다. 녹색 3호는 1981년 실험에서 수컷 쥐의 고환암과 방광암과 관련성이 관찰됐고, 적색 2호는 발암 가능성이 있는 색소로 분류됐다. 유럽연합 역시 타르계 합성색소에 대해 어린이 행동장애와 연관성을 경고하는 라벨 표시를 의무화하는 등 규제 강도를 높여 왔다. 특히 이번 기술과 규제 흐름은 개별 색소별 독성뿐 아니라, 다수 색소와 식품첨가물이 동시에 노출될 때의 상호작용을 평가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추세다.

 

국내에서는 일부 대형 식품기업이 논란이 반복된 타르 색소를 자발적으로 빼거나 천연 착색료로 대체해 왔다. 하지만 수입 제품이나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편의점·할인점용 간식류에서는 여전히 고채도 색감을 구현하기 위한 합성색소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특히 어린이·청소년이 주 고객인 젤리, 사탕, 캐릭터 아이스크림에서 문제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산업계 전체의 제품 포트폴리오와 표시 관행에 대한 구조적 점검이 요구된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제품은 편의점 GS25가 9월 출시한 메롱바다. 중국산 OEM 아이스크림인 메롱바는 출시 두 달 만에 500만 개 이상 판매되며 GS25 아이스크림 사상 최단 기간 판매 기록을 세웠고, 월드콘과 메로나 등 기존 스테디셀러를 제치며 흥행을 이어갔다. 그러나 메롱바 원료로 타르 식용색소 황색 4호와 청색 1호가 사용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들 색소의 인체 유해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육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해당 성분을 피하자는 소비자 운동이 나타나고, 편의점 PB 제품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특정 제품 논란이 아니라 첨가물 관리 체계 전반을 재정비할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은 현재 국제 기준에 맞춰 타르 색소를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미국과 유럽이 장기 독성 데이터 축적을 바탕으로 허용 범위를 계속 축소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허용 품목과 사용 기준을 선제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어린이 대상 제품에 대해서는 사전 위해성 평가를 강화하고, 동일 색소가 여러 간식류에 중복 사용될 때의 총 섭취량을 고려한 규제 설계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식품업계는 한편으로는 대체 천연색소 개발과 적용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식물·과일 유래 색소는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높지만, 색이 쉽게 변하고 발색력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어 공정 기술과 포뮬러 최적화가 필요하다. AI 기반 성분 설계와 독성 예측 기술이 발전하면서, 신규 천연색소 후보 물질의 안정성과 발색 특성을 사전에 시뮬레이션하고, 위해 가능성이 높은 조합을 미리 걸러내는 시도도 산업계에서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동물실험 중심 안전성 평가 방식의 시간·비용 부담을 줄이고, 보다 다양한 첨가물 조합에 대한 위험 탐지를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책 측면에서는 첨가물 규제와 표시 의무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있다. 소비자는 타르 색소의 학술명, 번호 표기만으로는 위해성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린이 행동장애나 알레르기 등 잠재 위험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경고 문구 도입 요구가 커지고 있다. 반면 식품업계는 과도한 경고 표기가 소비자 불안만 키우고 합성첨가물 전반을 기피하게 만들어 제품 혁신과 수출 경쟁력을 제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규제 당국은 과학적 데이터에 근거한 단계적 관리, 취약 계층 중심의 선별 규제, 업계 자율 개선을 병행하는 절충안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타르 식용색소를 둘러싼 이번 논란이 식품 안전 정책과 첨가물 기술 전략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첨가물 허용 기준을 국제 흐름에 맞게 정비하고, AI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위해성 평가와 대체 소재 발굴을 병행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산업계는 눈에 잘 띄는 색보다 데이터 기반 안전성이 중시되는 시장 환경에서, 메롱바와 같은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품 기획 단계부터 구조적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결국 기술과 규제, 소비자 인식이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식품 산업의 체질이 바뀔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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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롱바#츄파춥스젤리#타르식용색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