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비자 활동 범위 확대 촉구”…조현 외교부 장관, 미측에 숙련공 파견 보장 요구
단기 파견 숙련공의 미국 활동 범위를 두고 한국 정부와 미국 이민당국이 충돌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미국 출장 중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만나 B1 등 상용비자 활용의 모호성을 해소해 달라며 적극적 협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최근 현대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기업 인력이 미국 내 공장 셋업 과정에서 현지 단속에 적발되는 사태가 불거졌고, 이 사건을 계기로 한미 양국 간 비자 해석을 둘러싼 갈등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9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단기 파견 기업인들이 B1 비자만으로도 공장 설치 등 핵심 임무를 수행하도록 해석을 명확히 해달라며 미국 국무부와 조율에 나선다. 실제 B1 비자 세부 규정상 “특정 조건 충족 시 해외 구매 산업장비 설치·유지보수 등 제한적 업무”는 가능하도록 명시돼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이민세관단속국과 국토안보수사국이 B1 비자 소지자까지 적발·체포하면서 혼란이 커졌다. 업계에서는 이미 주한 미국대사관으로부터 장비 설치 및 시운전 지원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까지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선 미 이민당국의 엄격한 집행이 반이민 정서 심화와 맞닿아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외국 투자기업의 미국 인력 파견 애로를 직접 언급하며 “어려움 해결을 약속하겠다”고 밝힌 만큼, 한미 정부 간 입장 조율 가능성도 언급된다. 정부 관계자는 “연방정부 내 해석만 통일되면 대부분 현장의 문제가 풀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동시에 정부는 한국기업 단기 파견 인력을 위한 별도 비자 신설, 주재원 비자(L1) 취득 기준 완화 등 제도 개선도 미측에 지속적으로 제안할 것으로 전해졌다. 중장기적으로는 한국인 전문인력 대상 ‘E-4’ 등 전용쿼터 신설에도 힘을 싣는 모습이다. 과거 ‘한국 동반자법’ 추진이 거듭 좌절됐지만, 이번 사태로 미측 실익과 투자유치 측면에서 국내외 모두 비자 확장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정치권과 산업계 모두 공장 완공 지연 등 대미 투자 축소 우려를 거론하며, 한미간 비자제도 개선에 힘을 싣고 있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전환점 삼아 미국과 실질적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조현 장관과 미 국무부는 조만간 후속 실무 협의 일정을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