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 망막 프린팅·신호경로 규명”…은평성모, 안질환 치료 혁신 나선다
3차원 세포 프린팅과 맞춤형 신호 분석 기술이 안(眼) 질환 치료의 새 패러다임을 이끌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은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국가아젠다 및 중견연구에 잇따라 선정되며, 국내에서 실명 주요 원인인 당뇨망막병증과 갑상선안병증 등에 대한 근본적 치료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는 이번 연구들이 실제 임상 적용을 앞당길 ‘정밀 의학 경쟁’의 분수령으로 평가하고 있다.
은평성모병원 안과 원재연 교수팀은 ‘난치성 망막질환 치료법 개발을 위한 3차원 세포 프린팅 기반 미세혈관-브루크막 모사 다층구조의 망막 모델 개발’ 과제로 국가아젠다연구에 선정됐다. 이달부터 3년간 약 6억원 규모의 연구비를 지원받게 된다. 해당 연구는 인체와 유사한 3차원 망막 구성체를 구현, 당뇨망막병증·황반변성 등 실명 질환의 세포·분자 수준 진행과정을 정밀 모사할 수 있다. 특히, 전통적 2차원 세포배양의 한계를 넘고, 후보 신약의 안전성·효능 평가를 위한 정교한 플랫폼 제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술적 진일보로 꼽힌다.

실제 기존 치료제로는 증상 완화에 머물던 황반 위축형 말기 질환 등에도, 다층 구조 망막 모델을 바탕으로 신약후보물질 검증·신속 도출이 기대된다. 원재연 교수는 “모사 조직에서 신약반응을 3차원 데이터로 분석함으로써, 치료 불가 단계 환자에게도 시력 회복 기회를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분비내과 이정민 교수 역시 ‘저산소 미세환경 변화에 의한 인슐린유사성장인자 신호 경로 분석 및 갑상선안병증의 치료 전략 개발’을 주제로 중견연구에 선정, 향후 3년간 2억1000만원의 지원을 받는다. 갑상선안병증은 자가면역 이상으로 생기는 안와 염증이나 부종으로 시력과 삶의 질 저하를 초래한다. 하지만 기존 스테로이드·항체 치료법은 효과가 제한적이고 부작용·재발률도 높아 환자별 맞춤 치료전략이 절실한 실정이다.
이 교수팀은 환자 유래 세포·동물 모델로 IGF-1R(인슐린유사성장인자 수용체) 신호경로 등 핵심 단백질의 작용 기전을 체계 분석, 원인 맞춤 신약·정밀치료법 설계에 나선다. “질환 기전 규명부터 환자 단위 맞춤형 접근까지, 기존보다 진일보한 치료전략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은평성모병원은 AI·빅데이터 도입을 통한 임상-기초연구 강화, 연구자 네트워크 및 인프라 투자에도 힘을 쏟고 있다. 빠르게 진화하는 글로벌 의생명·정밀의료 연구에서, 정부 과제 연속 선정 경험과 현장 적용력을 내세워 선도적 입지를 다진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모델-신호분석 기반 신약평가 플랫폼이 국내 안질환 치료 표준을 한 단계 높일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산업계는 실제 상용화·시장 적용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