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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전 좌초 자산 우려" 여당, "탐사 지속해야" 야당…유전개발 예산 정면 충돌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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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전 예산과 지역화폐를 둘러싼 여야의 갈등이 예산 심사 정국을 달구고 있다. 내년도 예산을 심사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서 에너지 전환과 민생 지원을 둘러싼 대립이 격화하며 정면 충돌 양상을 보였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는 20일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소관 유전개발사업 출자 예산과 행정안전부 소관 지역사랑상품권 국비 지원 예산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 온 동해 가스전 프로젝트 대왕고래 사업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에너지 정책 방향과 예산 배분의 타당성을 둘러싼 논쟁이 부각됐다.

쟁점의 중심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편성한 유전개발사업출자 예산 109억2천200만원이 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글로벌 에너지 수요 전망을 근거로 사업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했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서해·남해 해양 주권과 에너지 안보를 이유로 예산 유지를 요구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이소영 의원은 국제에너지기구 보고서를 인용하며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30년을 기점으로 전 세계 가스 수요가 급락할 텐데 지금 유전을 탐사·발굴하고 그 이후 수십 년간 사업 기간을 가져가는 것은 좌초 자산 리스크가 있다"고 지적했다. 탄소 중립과 에너지 전환 흐름을 감안하면 장기 투자 성격의 유전 개발이 재정과 산업 측면에서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는 논리다.

 

같은 당 임미애 의원도 "사업 타당성을 확인할 수 없다"고 거들며 구체적 경제성 검증과 리스크 분석이 부재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왕고래 사업 논란과 맞물려 유전개발 예산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해당 예산의 목적을 동해 가스전과 분리해 설명하며 방어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 측은 소위에서 "해당 예산은 동해가 아닌 서해·남해 지역 탐사 목적으로 편성됐다"며 "서해와 남해는 중국과 맞물려 해양 주권 문제가 있으므로 탐사 예산을 배정해 사업 연속성을 유지하게 해달라"고 밝혔다. 에너지 개발 차원을 넘어 해양 주권과 영해 관리 차원의 전략적 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국민의힘 강승규 의원도 산업통상자원부 논리를 뒷받침하며 정부 원안 유지를 촉구했다. 강승규 의원은 "동해 가스전은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됐지만 주변 시추 탐사에 메이저사가 참여하는 등 여전히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뒤 "또 내년 유전개발사업비는 동해가 아닌 서해·남해 관련"이라고 강조했다. 대왕고래 사업과 별도로 서해·남해 가스전 탐사에 대한 잠재 가치를 꺼내 들며 예산 삭감에 반대했다.

 

여당은 사업성 검증을 위한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한발 물러섰다. 민주당 의원들은 구체적인 경제성 분석과 장기 수익성, 기후위기·에너지 전환 정책과의 정합성을 확인한 뒤 재논의하자고 제안했고, 이에 따라 민주당 소속 한병도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장은 유전개발사업 출자 예산 심사를 보류했다. 에너지 안보와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이중 과제가 부딪히며 최종 판단은 후반 심사로 미뤄진 셈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예산 심사 과정에서는 청년 예술인과 창업 지원 사업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K아트 청년 창업자 지원 신규 사업은 지원 방식과 목표 설정을 놓고 논쟁에 올랐다. 여당은 신규 사업의 필요성과 문화예술 산업 활성화를 강조했지만, 국민의힘은 재정 효율성과 설계의 모호성을 문제 삼았다.

 

국민의힘 강승규 의원은 K아트 청년 창업자 지원 예산을 겨냥해 "계획과 목표가 불분명한 새 정부의 돈 살포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사업 구조와 성과 지표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재정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논쟁이 이어지자 한병도 위원장은 이 사업에 대해서도 심사를 보류하며 추가 검토를 예고했다.

 

행정안전부 소관 예산 심사에서는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된 1조1천500억원 규모의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국비 지원 예산을 두고 날 선 공방이 오갔다. 두 정당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재정 부담 사이에서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은 지역사랑상품권 지원 구조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를 촉구했다. 조정훈 의원은 "여야와 보수, 진보할 것 없이 지역사랑상품권 지원 사업을 다각도로 분석해서 합의해야 할 때"라며 "분석과 합의 없이 1조원 이상을 투입하며 일시적인 프로그램을 상시화하는 건 절대 반대한다"고 밝혔다. 지속 가능한 정책인지, 지역 소비 진작 효과가 실질적인지 따져보지 않은 채 막대한 국비를 계속 투입하는 것은 책임 있는 재정 운용이 아니라는 비판이다.

 

이에 맞서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대선 민심을 거론하며 반대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노종면 의원은 "대선에서 중요한 이슈였고, 국민이 발행을 늘리라고 이재명 정부를 선택한 것"이라며 "일정한 효과를 거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 이 순간에 깎는 건 대선에서 드러난 민심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축소는 선거를 통해 확인된 민심과 지역 상권의 요구를 무시하는 선택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여야의 인식 차이는 예산 구조와 정책 철학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은 대규모 국비 지원 사업에 대해 성과 분석과 일몰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재정 절제를 앞세우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지역사랑상품권을 지역경제 회복과 소상공인 지원의 핵심 수단으로 보고 대선 공약과 연계해 예산 유지·확대를 주장하는 모습이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서 주요 쟁점 사업들이 잇따라 보류되면서 향후 예산 협상 과정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유전개발사업 출자 예산의 경우 에너지 전환 속도와 해양 주권 수호라는 두 가치가 연결된 만큼, 정부와 여야가 추가 자료와 분석을 토대로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또한 대선 민심과 재정 건전성 논리가 정면으로 부딪힌 사안이라 향후 본회의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까지 쟁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회는 내년도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앞두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예산안조정소위원회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며, 여야는 유전개발과 지역화폐를 포함한 핵심 쟁점 예산을 둘러싸고 막판까지 치열한 협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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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유전개발사업출자예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