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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온2 직접결제로 승부수 엔씨, DAU 150만 돌파로 플랫폼 흔든다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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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MMORPG 시장에서 플랫폼 중심 결제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신작 아이온2를 출시한 뒤 PC 자체 결제를 전면에 내세우며 모바일 앱 마켓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을 구체화했다. 일평균 활성 이용자 수가 150만명을 넘기며 흥행 초반 성적도 확보해, 게임 산업 내 수수료 구조 재편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형 IP 기반 신작이 직접 결제 비중을 공개한 사례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플랫폼과 게임사의 주도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엔씨소프트는 21일 아이온2의 일평균 활성 이용자 수가 15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게임은 19일 밤 12시 정식 출시 직후 수만명 단위 서버 대기열이 발생할 만큼 이용자가 몰리며 초기 동시 접속 지표를 끌어올렸다. 회사는 구체적인 매출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10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다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엔씨소프트는 해당 추정치에 대해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관심을 끄는 지점은 결제 구조다. 엔씨소프트는 아이온2 출시와 동시에 PC 자체 결제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회사에 따르면 현재 결제의 90퍼센트 이상이 PC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이 비중은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같은 모바일 앱 마켓 매출 순위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실제로 아이온2는 21일 오후 기준 구글 플레이 매출 30위권에 머물러 있는데, 엔씨소프트는 직접 결제 비중이 높아 외부에서 보이는 순위가 실제 매출 규모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고 해석하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 전략은 글로벌 IT업계에서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인앱결제 수수료 구조와도 맞물린다. 플랫폼 수수료를 줄이기 위해 대형 게임사가 PC 클라이언트 중심의 직접 결제를 밀어 올릴 경우, 모바일 앱 마켓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결제 경로 선택지가 늘어나고, 게임사는 수수료 부담을 줄이며 서버·콘텐츠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맞닿는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플랫폼과의 협상 구도, 규제 환경 변화에 따라 전략 수정 가능성도 남는다.

 

아이온2의 기술적 구현 역시 IT업계 관심사다. 엔씨소프트는 이 작품을 아이온의 완전판을 목표로 개발했다. 원작의 정체성이던 천족과 마족의 영원한 대립 구조와 8개 고유 클래스를 계승하면서, 엔진과 전투 시스템, 콘텐츠 볼륨을 전면 재구성했다. 그래픽은 언리얼 엔진5를 채택해 고해상도 텍스처와 라이팅, 대규모 필드 표현력을 확보했다. 이전 세대 엔진과 비교해 더 많은 폴리곤과 복잡한 이펙트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어, 대규모 전투나 공중전을 구현하는 데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전투 시스템은 후판정 기반 수동 전투를 전면에 내세웠다. 후판정은 스킬 버튼 입력이 끝난 뒤에도 충돌 판정 시간을 일정 부분 열어두는 방식으로, 네트워크 지연과 조작 타이밍 편차를 보완하는 설계다. 자동 전투 의존도가 높았던 국내 모바일 MMORPG와 달리 손으로 직접 조작하는 재미를 강화해 숙련도에 따른 격차를 크게 만드는 전략이다. PvE 콘텐츠는 방대한 필드와 인스턴스 던전, 보스 레이드 구조로 설계됐고,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은 얼굴·체형·장식 요소까지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확장했다.

 

시장 관점에서 아이온2는 기존 모바일 중심 수익모델을 재조정하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진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IP 시리즈에서 확인된 고과금 구조에 대한 피로감, 모바일 자동 전투 중심 메타에 대한 반감을 의식해, PC와 모바일을 아우르는 크로스 플랫폼 환경 속에서 조작감·그래픽·커뮤니티를 차별 포인트로 내세웠다. PC 결제 비중을 높이면 고가 과금 유저를 자사 플랫폼으로 유도하기 쉽고, 이를 기반으로 서버 인프라와 콘텐츠 업데이트 주기를 빠르게 가져갈 여지도 생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대형 MMORPG를 구독형·부분유료화·배틀패스 등 다양한 모델로 혼합하는 사례가 늘었다. 북미·유럽에서는 스팀과 콘솔 중심의 패키지 혹은 시즌 기반 모델이 여전한 반면, 한국과 일부 아시아 지역은 여전히 모바일 앱 마켓 매출 순위에 따라 시장 평가가 좌우된다. 아이온2처럼 직접 결제를 앞세운 대형 IP가 안정적인 사용자 지표와 매출을 확보할 경우, 다른 국내 게임사들도 PC 클라이언트 강화와 자체 런처, 결제 시스템 확장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다만 규제와 정책 측면에서 논의해야 할 지점도 존재한다. 앱 마켓 밖 결제 비중이 커질수록 결제 안전성, 환불·분쟁 처리, 미성년자 보호 장치 등이 각사 책임 아래로 더 깊게 들어오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콘텐츠 이용자 보호 규정과 게임시간·청소년 결제 한도 관리 등이 이미 제도화된 상태로, PC와 모바일을 가로지르는 하이브리드 결제 구조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지가 과제로 남는다. 플랫폼과 규제 기관이 앱 마켓 외부 결제에 대한 모니터링 기준을 조정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게임 업계에서는 아이온2가 단기 흥행을 넘어 장기 라이브 서비스 체제로 안착할 경우, 대작 MMORPG의 비즈니스 모델과 기술 투자 방향에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한 게임 전문가는 DAU 150만 수준이 유지되면 서버 인프라와 콘텐츠 개발 인력이 동시에 늘어나면서, 중소형 게임사의 인력 수급 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산업계는 아이온2의 직접 결제 전략과 이용자 지표가 향후 몇 분기 동안 어떤 궤적을 그릴지, 실제 시장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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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아이온2#언리얼엔진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