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보안 인재 키운다”…안랩, RnD 신입·주니어 대규모 채용
AI와 클라우드 전환으로 사이버 위협 양상이 급변하는 가운데 국내 보안 기업이 인력 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안랩이 연구개발 직군 신입과 주니어 개발자를 한꺼번에 뽑으며 보안 엔진 고도화와 AI 기반 분석 기술 강화를 동시에 노리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채용을 안랩이 차세대 보안 플랫폼 경쟁의 분기점으로 삼고, 공격 탐지와 대응 자동화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안랩은 21일 연구개발 직군 신입사원과 주니어 경력 인력을 대상으로 공개채용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원 접수는 다음달 7일 오후 11시 59분까지 안랩 채용 홈페이지에서 진행하며, 최종 합격자는 내년 2월 입사 예정이다. 채용 절차는 서류 전형 이후 코딩 테스트, 1차와 2차 면접, 채용 검진 순으로 이어진다. 실무 역량을 정량적으로 검증하려는 구조로, 보안 제품 수준을 좌우하는 개발 능력을 초기에 가려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모집 직무는 리눅스 개발, 윈도우 개발, 맥 OS 개발, 웹 개발, 보안 분석, 취약점 분석, 디지털 포렌식, 데브옵스 인프라 운영, AI 엔지니어링, 품질보증 등 10개 분야다. 운영체제별 엔드포인트 보안 솔루션부터 웹과 서버 영역, 인프라, 품질관리까지 제품 수명주기 전반을 포괄하는 구성이어서, 차세대 통합 보안 플랫폼을 지향하는 인력 포트폴리오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AI 엔지니어링 직무를 명시한 점이 눈에 띈다. 악성코드 패턴 분석, 이상 징후 탐지, 자동 분류 시스템 등에서 머신러닝과 딥러닝을 활용하는 고급 인력 수요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원 자격은 직무별로 동일하게 적용된다. 신입사원은 4년제 정규 대학교 졸업자와 졸업 예정자, 경력 1년 미만 인력까지 포함한다. 주니어는 관련 분야에서 1년 이상 3년 이하 실무 경력을 가진 지원자를 대상으로 한다. 안랩이 신입과 주니어를 동시에 선발하는 구조를 택한 것은, 사내 기술 스택에 빠르게 적응 가능한 실무형 인력을 확보하면서도 장기적으로 핵심 연구개발 인력을 육성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안랩의 이번 채용 직군은 최근 보안 시장에서 수요가 가장 가파른 분야와 맞닿아 있다. 취약점 분석과 디지털 포렌식 인력은 랜섬웨어, 공급망 공격, 국가기반시설 해킹 등 고도화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자원이다. 단말기와 서버, 클라우드 환경을 아우르는 리눅스와 윈도우, 맥 OS 개발 직무는 기존 백신 중심 사업에서 XDR 확장 탐지·대응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데 직접적인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데브옵스 인프라 운영과 QA 인력은 보안 제품 업데이트 주기를 단축하고 서비스 품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는 기반이 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AI 보안 기술을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의 보안 기업들은 대규모 텔레메트리 데이터를 학습해 위협 인텔리전스를 자동 생성하는 플랫폼을 내놓고 있으며, 클라우드 네이티브 환경을 겨냥한 취약점 진단과 런타임 보호 기술도 빠르게 고도화하고 있다. 안랩이 AI 엔지니어링과 보안 분석, 취약점 분석 직무를 함께 강화하는 행보는 이러한 흐름에 대응하면서 국내 시장 주도권을 공고히 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다만 AI 기반 보안 기술이 실전에서 충분한 효과를 내려면, 대규모 위협 데이터 확보와 알고리즘 고도화뿐 아니라 국내외 규제 환경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개인정보 보호와 로그 데이터 활용 범위, 침해사고 조사에서의 디지털 포렌식 자료 처리 기준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연구개발 인력 채용과 더불어 데이터 활용 정책 정비와 내부 가이드라인 구축까지 병행해야 지속 가능한 혁신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보보안 업계 관계자는 안랩의 이번 RnD 채용 확대가 국내 보안 산업 전반의 인력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고 본다며, 중소 보안 기업들도 AI와 클라우드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로 이전하고 있어 숙련된 개발자와 분석 인력 확보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시장에서는 제품 기능 못지않게 운영과 대응 프로세스, 규제 준수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보안 기업의 인재 전략이 기술과 제도, 산업 구조 변화 속도에 맞춰 재편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계는 안랩이 새로 영입할 RnD 인력을 기반으로 어떤 차세대 보안 서비스를 선보일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