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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보다 업무에 최적화"…네이버밴드, 북미 700만 돌파로 재도약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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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커뮤니티 플랫폼 밴드가 북미 시장에서 월 이용자 수 700만명을 넘어섰다. 메신저와 SNS 주도권을 빼앗긴 한국 빅테크가 커뮤니티·업무용 협업 툴 영역에서 새로운 성장 축을 발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페이스북 그룹이 약해진 틈을 타 학교·종교·로컬 소상공인·프랜차이즈 조직까지 흡수하며, 밴드가 사실상 ‘생활 밀착형 워크스페이스’로 자리잡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이용자 확대를 북미 커뮤니티 플랫폼 재편의 분기점으로 본다.  

 

네이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밴드의 북미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710만명으로 집계됐다. 2023년 10월 500만명, 지난해 10월 604만명에서 매년 약 100만명씩 증가한 수치다. 2014년 북미에 진출한 이후 페이스북 등 글로벌 소셜 미디어의 그룹 기능과 정면 경쟁을 벌여온 서비스가 중고등학생 방과후 활동 도구를 넘어 성인·업무 중심 플랫폼으로 전환에 성공한 셈이다.  

기술적으로 밴드는 소셜 네트워크라기보다 ‘그룹 운영 OS’에 가깝도록 설계돼 있다. 공지와 일정 관리, 설문, 파일 및 사진 공유, 채팅 기능을 하나의 앱 안에 통합해, 사용자가 별도 협업 툴 없이 대부분의 그룹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만든 구조다. 일반 SNS가 타임라인 중심 개인 소통에 최적화된 반면, 밴드는 역할과 권한이 분리된 관리자 기능, 공지 고정, 읽음 확인, 캘린더 연동 등 집단 운영에 필요한 모듈을 세밀하게 제공한다. 그룹 커뮤니케이션에 초점을 맞춘 UI와 기능 세분화가 차별점으로 꼽힌다.  

 

특히 이번 성장의 배경에는 현지화 중심의 기능 고도화 전략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네이버는 북미 사용자 피드백을 기반으로 인터페이스와 이용 경험 전반을 손봤다. 기존에 나뉘어 있던 내 밴드 탭과 새글 피드 탭을 합쳐 ‘글로벌 메인 홈’을 신설했고, 피드 상단에 새글 알림 배너를 배치해 중요한 공지를 한 번에 확인하도록 했다. 개별 밴드 내부도 홈, 게시글, 일정, 사진첩 등 네 개 탭으로 재편해 관리자 메시지·첨부파일·필수 공지 등 핵심 정보를 홈 탭에 집중시켰다. 학교 동아리부터 대형 교회, 프랜차이즈 매장 네트워크까지 규모와 목적이 다른 커뮤니티들이 한 화면에서 효율적으로 정보를 찾도록 한 셈이다.  

 

시장 활용 측면에서 밴드는 단순 친목 앱을 넘어서고 있다. 미국 루이지애나 주의 한 맥도날드 매장 운영팀은 교대 근무 공지, 설문 조사, 재고 관리 등 점포 운영 전반을 밴드로 옮겨 서류와 구두 전달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났다. 잭슨 주립대 마칭 밴드처럼 대규모 구성원을 가진 대학 밴드 조직도 공지, 연습 일정, 악보 공유를 플랫폼 안에서 처리하며 오프라인 운영 비용을 줄이고 있다. 학교 기반 커뮤니티에서 출발한 서비스가 회사 업무, 대학 그룹, 종교 단체, 지역 커뮤니티 등으로 확장되면서 실생활 기반 협업 도구로 재정의되고 있는 것이다.  

 

경쟁 구도에서는 페이스북 그룹, 왓츠앱, 슬랙, 마이크로소프트 팀즈 등과 분야별로 맞붙는 구조가 형성됐다. 페이스북 그룹이 대규모 공개 커뮤니티에 강점을 갖는 반면, 밴드는 초대 기반 폐쇄형 그룹과 역할 분리형 관리에 초점을 맞춰 소규모 조직 운영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과 유럽에서 슬랙·팀즈가 기업형 협업 시장을 선점한 가운데, 밴드는 교회·스포츠 클럽·학교·로컬 비즈니스 등 ‘애매한 사각지대’ 조직을 빠르게 흡수하며 틈새를 파고드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규제나 정책 이슈 측면에서는 밴드가 업무·학교·종교 커뮤니티 데이터까지 다루면서 개인정보 보호와 콘텐츠 모더레이션 책임이 확대되는 국면에 들어섰다. 미국·캐나다 등 북미는 플랫폼 책임 규제 논의가 지속되는 지역이어서, 그룹 내 게시물 관리, 미성년자 보호, 위치 정보 처리 등에서 추가 기준이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밴드가 비공개 그룹 중심 구조를 채택하고 있고, 광고 노출 밀도가 페이스북 대비 낮은 편이어서 과도한 타겟팅 광고 논란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평가도 함께 나온다.  

 

네이버는 이번 북미 성장세를 계기로 밴드를 글로벌 그룹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 재정비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글로벌 사용자들로부터 일정 확인이 쉬워졌다는 반응, 알림 정확도 개선에 대한 긍정적 피드백이 이어지고 있다며 미국 앱 마켓 평점과 리뷰 역시 우호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밴드가 기능 통합형 커뮤니티 툴로서 입지를 넓힐 경우, 구독형 유료 기능과 기업 대상 솔루션 등 소프트웨어 서비스 수익 모델을 본격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밴드가 일정 관리와 파일 공유 등 그룹 운영에 필요한 기능을 간편하게 제공해 북미에서도 입소문을 타고 사용자층을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외 IT 업계는 밴드가 페이스북 이후 느슨해진 커뮤니티 플랫폼 시장에서 어느 수준까지 영향력을 키울지, 그리고 그룹 커뮤니케이션 인프라 경쟁 구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를 지켜보고 있다. 산업계는 밴드가 실제로 북미 조직의 표준 그룹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는 분위기다.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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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밴드#북미커뮤니티#그룹커뮤니케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