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 결제 플랫폼”…네이버파이낸셜 두나무 합병 드라이브
디지털 자산과 전통 결제를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 경쟁이 네이버를 축으로 본격화하고 있다. 네이버 금융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과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합병을 추진하면서다.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 지갑을 핵심 인프라로 삼아 전자상거래 결제와 디지털 자산 투자를 한 플랫폼 안에서 묶는 구도가 그려진다. 업계에서는 빅테크와 가상자산 사업자 간 결합 경쟁이 한층 가속화하는 분기점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네이버는 26일 공시를 통해 네이버파이낸셜 이사회가 두나무와의 합병 추진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합병 구조는 네이버파이낸셜이 신주를 발행하고 이를 두나무 주주에게 교부하는 소규모 합병 방식이다. 네이버파이낸셜 보통주 1주당 두나무 보통주 2.5422618주를 배정하는 교환 비율을 제시했다. 합병이 마무리되면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의 100퍼센트 자회사, 네이버 입장에서는 손자회사가 된다.
기업가치 산정에는 미래 수익과 현금창출능력을 반영할 수 있는 현금할인모형이 활용됐다. 이 평가를 통해 도출된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기업가치 비율은 1대 3.064569로 책정됐다. 양사 발행주식 총수를 반영해 1주당 교환가액은 두나무 43만9252원, 네이버파이낸셜 17만2780원으로 산정됐고, 최종 교환 비율이 1대 2.5422618로 정리됐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 주주에게 발행할 신주는 총 8755만9198주다. 신주 발행가액 총액은 15조1284억7821만7513원 규모다. 회사 측은 두나무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함으로써 디지털 자산 기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적 목적을 분명히 했다. 네이버가 보유한 검색과 쇼핑, 컨텐츠 플랫폼에서의 트래픽과 네이버페이가 쌓아온 결제 데이터, 여기에 두나무의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자산 운용 노하우를 더해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실험할 수 있는 구조다.
합병 완료까지는 주주 승인과 법적 절차가 남아 있다. 상법상 합병 특별결의를 위해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는 내년 5월 22일 각각 주주총회를 열고 합병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같은 날부터 6월 11일까지 합병 반대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을 두어 이해관계자 보호 조치도 병행한다. 주총 통과와 이사회 승인을 거치면 합병은 2025년 6월 30일 전후로 마무리될 것으로 예고된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가 지분 89.21퍼센트를 보유한 금융 자회사다. 네이버는 2019년 11월 금융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네이버페이 사업부를 분사해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간편결제 서비스 네이버페이를 기반으로 연간 80조원대 결제액을 처리하고 있으며, 대출 비교, 보험, 증권, 부동산 등 금융 상품 중개 서비스까지 사업을 확장해 왔다. 빅테크 금융 인프라 역할을 수행하는 가운데, 이용자 데이터와 결제망을 확보한 플랫폼 사업자라는 점이 핵심 자산이다.
두나무는 2012년 설립된 블록체인·핀테크 기업으로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 모바일 증권 정보 플랫폼 증권플러스를 운영하고 있다. 2021년 가상자산 시장 급등기에 매출 3조7000억원, 영업이익 3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영업이익률 88퍼센트를 달성한 바 있다. 총자산이 10조8000억원을 넘어서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됐고, 최근에는 국내 가상자산업계 최초로 한국경제인협회에 가입하는 등 제도권 금융과의 접점을 넓혀 왔다. 최근 몇 년간 영업이익 1조원 이상을 유지한 점도 네이버 입장에서 매력적인 현금창출원이다.
특히 양사 결합은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 지갑을 중심으로 한 차세대 결제 인프라 구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가상자산의 가격 변동성을 보완하기 위해 법정화폐나 실물자산 가치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디지털 토큰을 의미한다. 네이버는 전자상거래와 컨텐츠 결제, 포인트 생태계를, 두나무는 블록체인 기반 자산 발행과 보관, 송금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양측 역량을 통합하면 이용자 입장에서는 하나의 앱에서 쇼핑 결제와 디지털 자산 송금, 투자까지 처리하는 경험이 가능해질 수 있다.
국내외 빅테크와 비교해도 전략적 포지셔닝이 뚜렷해진다. 해외에서는 미국의 대형 결제 플랫폼과 글로벌 거래소들이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 월렛을 통해 금융과 커머스를 묶는 시도를 해 왔다. 일본과 유럽에서도 은행과 가상자산 거래소, 핀테크가 연합해 토큰화 자산과 지불 결제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흐름이다. 국내에서는 기존 은행과 카드사가 자체 결제망 강화에 집중하는 가운데, 네이버는 플랫폼 기반과 가상자산 인프라를 동시에 장악하는 방향으로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다만 가상자산과 디지털 결제를 아우르는 대형 플랫폼이 등장할 경우 규제 환경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 논의와 전자금융거래법 개편 등이 병행되고 있다. 가상자산 사업자의 자금세탁 방지 의무, 고객자산 분리보관 기준,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에 대한 건전성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다. 빅테크 금융에 대한 공정경쟁과 소비자 보호 잣대도 높아지는 만큼, 통합법인은 전자금융업과 가상자산 서비스 간 경계, 리스크 관리 체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관건이 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네이버의 사용자 트래픽과 두나무의 디지털 자산 인프라 결합이 국내 결제와 투자 환경의 지형을 크게 바꿀 수 있는 사건으로 보고 있다. 빅테크와 전통 금융사, 가상자산 사업자 간 경계가 흐려지는 가운데, 누가 규제 요구에 맞춘 거버넌스와 보안, 소비자 보호 체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하느냐가 시장 재편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산업계는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합병이 예정대로 마무리돼 디지털 자산 기반 결제 생태계로 안착할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