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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1인당 환자수 제한"…국회, 최소 배치기준 공론화 나서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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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1인당 환자수 상한을 법제화하는 논의가 국회에서 본격화된다. 고령화로 환자 중증도가 높아지고 의료기술이 복잡해지는 가운데, 인력 기준이 환자 안전과 의료 질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한 것이다. 대한간호협회와 여야 국회의원들은 의료기관 간호사 최소 배치기준 마련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병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간호 인력 기준의 필요성과 제도화 방향을 짚는다. 업계에서는 이번 논의를 간호인력 정책 전환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30일 더불어민주당 이수진·남인순·서영석·서미화 의원과 국민의힘 김미애·김예지 의원 공동 주최로 의료기관 간호사 최소 배치기준 마련 토론회를 연다고 밝혔다. 장소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이며, 일정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정오까지다. 보건복지부가 후원에 나서면서 정부 차원의 정책 검토 수순으로도 해석된다.  

논의의 출발점은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에 담긴 간호사 정원 기준의 노후화다. 현재 기준은 연평균 1일 입원환자 수를 2.5로 나눈 수를 간호사 정원으로 산정하도록 규정한다. 해당 공식은 1962년 도입된 이후 의료환경 변화에도 큰 손질이 없었다. 고령 인구 비중 확대, 암·만성질환 증가, 중환자실·수술실 등 고난도 치료 비중 확대 등 구조 변화가 누적됐지만, 간호업무의 복잡성과 전문성, 환자 안전 요구 수준은 정원 산정 공식을 통해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의료계와 정책현장에서 제기돼 왔다.  

 

특히 중증 환자 비율이 높은 상급종합병원과 지역거점병원에서 간호사 1인이 담당하는 환자수가 과도하다는 문제 제기가 반복돼 왔다. 인공지능 모니터링 시스템, 전자의무기록 등 디지털 기술 도입이 확대되고 있지만, 정작 이를 운영하고 환자 상태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간호 인력이 부족하면 환자안전사고를 줄이는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간호사 업무는 약물 투여, 감염관리, 생체신호 관찰, 디지털 장비 활용까지 포괄하면서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지만, 인력 기준이 낮으면 교대제 피로 누적과 이직률 상승으로 이어져 악순환을 부르는 구조다.  

 

대한간호협회는 지난해 9월 간호법 공포 이후 후속 입법 과제로 간호사 대 환자 수 기준 마련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협회는 병원급 의료기관 간호사 배치기준 마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약 6개월간 의료현장·학계 전문가와 논의를 진행했고, 의료기관 간호사 최소 배치기준안을 도출했다. 이 안은 의료기관 종별 특성, 입원 환자 중증도, 병동·중환자실·수술실·응급실 등 간호부서별 간호 필요도 지수를 함께 반영하는 방향으로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병상 수 기반이 아니라 환자 상태와 의료서비스 복잡도에 맞춘 ‘가중치 기반 산정 방식’ 도입이 핵심 취지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토론회 2부에서는 조성현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교수가 대한간호협회가 마련한 의료기관 간호사 최소 배치기준안을 공식 발표한다. 이후 병원 현장 간호관리자와 일선 간호사, 학계, 노동계, 소비자단체, 정부 관계자가 참여하는 패널토의가 이어질 예정이다. 패널들은 기준 도입에 따른 병원 경영 부담, 지역·중소병원 인력 확보 문제, 보상체계와 건강보험 수가 조정 필요성 등 현실 과제를 중심으로 의견을 나눌 전망이다.  

 

환자와 보호자 입장에서는 배치기준 상향이 병상당 간호시간 증가로 이어지면서 낙상, 감염, 약물 오류 등 안전사고 감소와 회복기간 단축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반면 의료기관은 인건비 비중 확대와 인력 확보 경쟁 심화, 특히 지방·중소병원의 간호사 공백 심화 등을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여력과 의료 접근성, 환자 안전 간 균형점을 찾는 해법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간호사 대 환자 수 법정 기준을 도입하거나 강력한 가이드라인을 운영하는 국가가 적지 않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일반 병동에서 간호사 1인당 환자수를 5명으로 제한하는 식의 규범을 운영 중이며, 일부 유럽 국가도 중환자실·응급실 등 고위험 부서에서 강화된 인력 기준을 적용한다. 이러한 흐름은 환자 안전과 근무환경 개선이 장기적으로 의료비 절감과 치료 성과 향상으로 돌아온다는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한다. 국내에서도 정밀의료, 디지털 헬스케어, 원격모니터링 기술이 확산되는 만큼, 이를 실제 환자 치료에 안전하게 적용하기 위한 간호인력 확충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간호협회는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간호사 배치기준의 정책 방향을 공론화하고, 의료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제도 설계의 실효성과 연착륙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협회 관계자는 간호사 최소 배치기준은 단순한 인력 문제가 아니라 환자 안전과 직결된 핵심 과제라며 합리적인 기준을 통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의료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최종 기준과 도입 방식이 어떻게 조정될지 주시하고 있다.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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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간호협회#간호사배치기준#환자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