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관세·조업차질 직격탄”…10월 車수출 둔화→친환경차가 버팀목
10월 한국 자동차 수출이 미국 관세 인상과 추석연휴에 따른 조업 차질 영향을 동시에 받으며 4개월간 이어진 상승 흐름을 멈추고 감소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유럽과 아시아, 중남미 등 주요 지역에서는 판매 호조가 이어졌으나, 관세 부담이 집중된 최대 수출 시장 미국에서 수출액이 30% 가까이 줄어들며 전체 실적을 제약한 것으로 산업통상자원부는 진단했다. 다만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차 수출이 증가세를 유지하며 글로벌 수출 감소 폭을 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일 발표한 2025년 10월 자동차 산업 동향에 따르면 10월 자동차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10.5% 줄어든 55억5천만달러로 집계됐다. 자동차 수출은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으나 10월 들어 감소로 전환됐다. 작년에는 추석연휴가 9월에 위치했지만 올해는 10월로 이동하면서 조업일수가 전년 대비 3일에서 4일가량 줄었고, 이 조업 공백이 생산과 선적 일정에 겹치며 수출 물량 축소로 직결됐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그럼에도 1월부터 10월까지 누적 수출액은 596억달러로, 전년을 잇는 역대 최고 수준을 다시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최대 단일 시장인 미국에서 충격이 두드러졌다. 10월 대미 수출액은 21억2천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9.0% 감소했다. 산업부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4월부터 모든 수입 승용차와 주요 완성차 품목에 25% 관세를 부과한 조치가 8개월째 누적되면서, 한국산 완성차의 현지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고 수입 물량 조정이 불가피해진 것으로 풀이했다. 실제로 대미 자동차 수출은 관세 부과 개시 이후 8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어, 한미 자동차 교역 구조 전반에 구조적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관세 환경과 관련해 산업부는 부담 완화의 단초도 언급했다. 지난 14일 한미 양국이 대미 투자 관련 업무협약, 이른바 MOU를 체결했고, 한국 정부가 국회에 관련 투자 이행 법안을 제출할 경우 11월부터 자동차 품목에 부과된 25% 관세가 15%로 소급 조정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관세율이 15%로 내려갈 경우 일본과 유럽연합의 대미 수출과 유사한 수준으로 맞춰지게 돼, 한국 완성차의 가격 경쟁력이 점진적으로 회복될 여지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기업들이 관세 인하 시점과 폭을 반영해 선적과 재고 운용 전략을 미리 조정해 온 만큼, 수출 회복 속도는 환율, 현지 재고 수준, 미국 내 수요 사이클 등과 맞물려 단계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과 달리 기타 권역에서는 성장세가 유지돼 수출 기반을 지지했다. 10월 유럽연합으로의 수출은 7억5천만달러로 2.1% 감소해 소폭 조정을 겪었지만, 기타 유럽으로의 수출은 4억8천만달러로 10.4% 증가했다. 아시아 수출은 8억달러를 기록하며 42.0% 늘었고, 중남미 수출도 2억9천만달러로 23.7% 증가해 신흥시장 중심의 수요가 뚜렷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전문가들은 미국 시장에서의 관세 리스크가 부각되는 상황에서, 완성차 업체들이 아세안과 중동, 중남미 등으로 라인업을 조정하고 현지 맞춤형 모델과 금융 프로그램을 강화해 수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수출 구조의 한 축을 이루는 친환경차 부문은 성장 기조를 이어갔다. 10월 친환경차 수출 대수는 6만4천427대로 전년 동월보다 0.9% 증가하면서 10개월 연속 플러스 흐름을 유지했다. 특히 전기차 수출은 1만9천247대로 0.3% 늘어, 6월에 16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한 뒤 5개월 연속 상승했다.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배출가스 규제와 보조금 제도 조정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전기차 제품력과 충전 인프라 개선 흐름이 맞물리며 일정한 수요 기반을 지탱하고 있다는 해석이 제시된다. 하이브리드차 수출은 4만2천683대로 3.9% 증가해 친환경 포트폴리오의 중심축 역할을 이어갔다. 반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수출은 2천492대로 30.8% 감소해 시장 수요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사이에서 재편되는 양상이 포착됐다.
내수 시장에서는 친환경차가 사실상 유일한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10월 전체 자동차 내수 판매는 12만7천138대로 전년 동월 대비 12.8% 줄어들었다. 금리 부담과 가계 실질소득 둔화, 대기수요 해소 등 복합 요인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친환경차 내수 판매는 6만3천663대로 1.4% 증가해 전체 내수 감소세를 완화했다. 전기차는 1만9천318대를 기록하며 56.1% 급증했고, 출시 모델 확대와 장거리 주행 성능 개선, 충전 인프라 확충이 수요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반대로 하이브리드차 판매는 4만2천857대로 13.0% 줄었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도 801대로 8.1% 감소해 소비자 선택이 보급형 전기차와 고효율 내연기관 차량으로 양분되는 흐름이 읽힌다.
생산 측면에서는 조업일수 축소가 수치에 직접 반영됐다. 10월 자동차 국내 생산 대수는 30만2천893대로 전년보다 17.6% 감소했다. 추석 연휴로 인한 가동 일수 감소가 물량상의 제약을 낳았고, 일부 업체는 미국 관세와 물류 비용, 재고 조정 등을 감안해 수출 물량 배분을 보수적으로 가져간 것으로 업계는 전한다. 다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 이외 지역에서의 수출 물량을 확대하고, 고부가가치 친환경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 중심으로 생산 믹스를 조정하고 있어, 연간 기준 생산 실적은 누적 수출 흐름과 함께 견조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산업연구원과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11월 이후 대미 관세율 조정 여부가 한국 자동차 산업의 단기 수출 궤적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미 MOU 체결이 예고한 관세율 인하가 계획대로 이행될 경우, 한국산 완성차의 미국 내 가격 경쟁력은 일부 회복되고, 관세 불확실성을 반영해 보류됐던 신규 투자와 라인업 조정이 단계적으로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 뒤따른다. 동시에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전기차 보조금 정책과 환경 규제 방향이 계속 변동하고 있어, 국내 업체들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간 제품 포트폴리오를 유연하게 조정하는 역량이 향후 수출과 내수 모두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평가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