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콜드체인 테마 재점화에 24% 급등…일신바이오, 비만치료제·백신 수요 확대 수혜 기대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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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치료제와 백신 등 저온 유통 기반 의약품 수요가 확대되면서 콜드체인 관련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21일 장중 일신바이오 주가가 20% 넘게 급등하며 단기 수급이 몰리는 양상으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실적이 뒷받침된 바이오 장비 테마로 재평가하는 시각도 확산되고 있다. 미국 헬스케어 지수 강세와 국내 바이오 대표주의 랠리가 맞물리면서, 향후 바이오·제약 설비 투자 흐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21일 오후 장중 기준 일신바이오 주가는 2,000원을 기록하며 전일 대비 24.77% 상승했다. 시가 1,559원에서 출발해 장중 2,020원까지 오르며 상한가(2,080원)에 근접한 강세를 나타냈고, 저가는 1,530원 선에서 형성됐다. 이날 거래량은 4,000만주 안팎으로, 전일 56만주 대비 70배 이상 늘어나며 가격과 수급이 동시에 과열 구간에 진입한 모습이다.

일신바이오[068330] 최근 3개월 주가변동 추이 / 네이버증권
일신바이오[068330] 최근 3개월 주가변동 추이 / 네이버증권

최근 한 달 흐름을 보면 10월 21일 종가 기준 약 1,540원 수준이던 일신바이오 주가는 전일 종가 1,603원을 거쳐 이날 장중 2,000원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종가 기준 저점은 1,430원대 중반, 고점은 1,800원대 후반으로, 저점 대비 30%에 가까운 상승 여력을 보여줬다. 2,020원까지 오르며 한 달 박스권 상단을 돌파했고, 1,600원대 매물대를 빠르게 소화하면서 단기 상단 가격대를 재정의하는 구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6개월로 범위를 넓히면 주가 상승 폭은 더 크다. 5월 말 1,090원대 저점 대비 현재 장중 기준으로 80% 이상 오른 상태다. 이 과정에서 52주 최고가 2,330원을 한 차례 기록한 뒤 조정과 재상승을 반복해 왔고, 최근 반등 구간에서는 20일·60일 이동평균선을 모두 상향 돌파하는 강한 기술적 회복 패턴이 나타났다. 최근 한 달 일평균 거래량이 약 340만주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날 거래량은 이의 10배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단기 매매 회전율이 크게 높아진 셈이다.

 

주가 급등 배경으로는 콜드체인·바이오 장비 테마 재부각과 글로벌 헬스케어 강세, 국내 바이오 섹터 순환매, 그리고 수주잔고 확대에 기반한 실적 개선 기대가 동시에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11월 초 코로나19 재확산 조짐과 글로벌 비만치료제 위고비·마운자로 열풍이 겹치면서 온도 민감도가 높은 의약품·원료의약품의 저온 유통 인프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 과정에서 초저온 냉동고와 동결건조기를 주력으로 하는 일신바이오가 대표 콜드체인 관련주로 다시 부각됐다.

 

글로벌·국내 증시에서도 바이오 섹터로 위험 선호가 이동하는 모습이다. 미국 증시에서 헬스케어·바이오 지수가 강세를 보이고, 국내에서는 에이비엘바이오의 대형 기술이전 계약 등 굵직한 이벤트가 이어지며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이후 중소형 바이오 장비·유통주로 매기가 확산됐고, 일신바이오는 에이비프로바이오, 피플바이오, 디앤디파마텍, 서린바이오 등과 함께 섹터 순환매의 중심 종목 중 하나로 올라섰다는 평가다. 공시 없이도 거래량이 수천만주까지 급증하며 주가가 일중 20% 이상 뛰었던 11월 13일, 7거래일 연속 상승과 함께 52주 최고가를 재경신한 17일이 대표적이다.

 

수급 측면에서는 개인 투자자 중심의 매수세가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 외국인은 11월 13일과 14일 각각 약 46만주, 34만주 순매도로 차익을 실현했으나 17일 이후에는 5만~10만주 내외의 순매수로 돌아서며 급등 장세에 동참했다. 기관은 일별 기준 뚜렷한 순매수·순매도 없이 관망 기조를 유지한 것으로 집계된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의 매도에서 매수 전환 시점과 주가 반등이 맞물렸고, 공매도와 개인의 추격 매수세가 동시에 유입되며 장중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패턴이 반복됐다.

 

바이오·헬스케어 업종 내 상대 성과도 돋보인다. 일신바이오는 올릭스,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 씨젠, 제이에스링크 등과 같은 업종으로 분류된다. 이날 기준 일신바이오가 약 24.8% 상승한 반면 올릭스와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 씨젠은 2~4%대 하락, 제이에스링크는 5%대 상승에 그치는 등 단기 수익률 측면에서는 비교군 대비 가장 강한 주가 흐름을 보였다. 시가총액은 약 884억 원으로, 수천억~2조 원대인 비교 기업들과 달리 소형 바이오 장비주에 해당하며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도 861위에 머문다. 외국인 지분율은 2.2%로 올릭스 6.29%, 큐리옥스 5.27%, 씨젠 15.77%보다 낮은 수준이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일신바이오는 PER 16배 중반, PBR 1배대 초반 수준으로 집계된다. 적자 기업이 많은 동종 업계에서 매출과 이익을 동시에 내는 소형 콜드체인 관련주라는 점이 차별 요소로 거론된다. ROE(지배주주 기준)는 최근 분기 8% 안팎으로, 고수익 기업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업계 평균과 비교하면 양호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실적 흐름을 보면 연간 매출은 2022년 204억 원, 2023년 164억 원, 2024년 108억 원으로 감소 추세를 보여왔다. 다만 분기 기준으로는 2024년 4분기 이후 2025년 2분기까지 26억→39억→19억→35억→49억 원으로 회복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24년 3분기 4억 원, 2024년 4분기 12억 원, 2025년 2분기 11억 원, 2025년 3분기 19억 원 수준으로 개선되며 분기 영업이익률이 20%대 초·중반에서 30% 후반까지 오르는 등 수익성이 뚜렷이 나아지고 있다.

 

재무 건전성도 안정적이다. 부채비율은 연간 기준 5~8%대에 그치고, 당좌비율은 1,000%를 크게 웃돈다. 유보율도 1,300%를 상회해 장기적으로 설비와 연구개발 투자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다만 배당수익률은 0.35% 수준으로, 성장·테마주 성격을 감안하면 배당 매력은 제한적이다. 현재 증권사 목표주가나 공식 컨센서스가 존재하지 않아 업종 내 상대 PER·PBR, 수주잔고와 실적 추이를 통해 적정 가치 범위를 추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업 이슈 측면에서는 수주잔고 확대가 중기 실적 기대를 떠받치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최근 3년간 매출 역성장을 겪은 일신바이오는 최근 예년 대비 크게 늘어난 수주잔고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지며 시장에서 “실적 바닥을 통과했다”는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수주잔고의 상당 부분이 동결건조기·초저온 냉동고 등 연간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주력 제품으로 구성돼 있어 향후 1~2년간 매출 가시성이 높은 편이라는 평가다. 이전에 공시된 동결건조기 공급 계약 역시 연간 매출의 8%대에 해당하는 규모로, 절대 규모보다 주력 제품 수주가 꾸준히 누적되고 있다는 점이 성장 스토리를 강화하고 있다.

 

산업·글로벌 환경을 보면 일신바이오는 콜드체인과 바이오 연구장비 시장 구조 변화의 수혜를 직접적으로 받는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과 신종 감염병 리스크가 주기적으로 부각되면서 백신, 원료의약품, 진단 시약, 바이오 샘플 등 온도 민감도가 높은 물량의 안정적인 보관과 운송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추세다. 여기에 다국적 제약사들이 비만치료제 위고비·마운자로 등 대형 파이프라인을 확대하면서 저온·초저온 유통 인프라의 중요성이 부각돼 콜드체인 관련주의 밸류 재평가 요인으로 작용했다.

 

기후 환경 변화도 테마 민감도를 높이는 요소다. 기록적인 폭염과 이상기후가 잦아지면서 의약품·원료 공급망의 온도 리스크가 문제로 떠오를 때마다 초저온 냉동고를 포함한 저장·운송 장비에 대한 관심이 재차 확대되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 오가노이드, 위탁개발생산(CDMO)·위탁연구(CRO) 등 바이오 연구·개발 수요가 확대되는 과정에서도 세포·조직 샘플 보관용 설비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점쳐진다.

 

뉴스·테마 관점에서 일신바이오는 콜드체인, 바이오 연구장비, 백신·시약·샘플 보관 인프라 등 복수의 키워드에 동시 노출돼 있다. 코로나19 재확산, 폭염·이상기후, 비만치료제 수요 확대, 바이오 R D 투자 확대 등 상이한 뉴스 이벤트가 등장할 때마다 수요 증가 기대가 주가 모멘텀의 트리거로 작용해 왔다. 최근 한 달 구간에서는 미국 헬스케어 강세와 에이비엘바이오 이슈가 국내 바이오 섹터 전체 투자심리를 자극했고, 일신바이오는 “실적이 뒷받침되는 테마주”라는 인식 속에 단기 매수세가 집중되는 국면을 연출했다.

 

동일 업종 비교에서는 강점과 약점이 동시에 존재한다. 강점은 매출·영업이익·순이익과 ROE가 모두 플러스(+)를 기록하는 소수 바이오 장비주라는 점이다. 비교군인 올릭스,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 씨젠, 제이에스링크 등은 실적 변동성이 크거나 적자를 기록해 밸류에이션 지표가 불안정한 경우가 적지 않다. 반면 약점으로는 시가총액이 1,000억 원 미만에 그치고 외국인 비중도 2% 안팎에 머물러 수급 안정성과 유동성 측면에서 대형 바이오주 대비 열위에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업황 확장기에는 수익성 개선에 따른 레버리지 효과가 기대되지만, 섹터로의 자금 유입이 둔화될 경우 변동성 확대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향후 주가 전망과 관련해 단기(1개월) 변수로는 수급과 테마 모멘텀 강도가 꼽힌다. 현재 주가는 1,600원대 단기 매물대를 상향 돌파한 뒤 2,000원선 안착을 시도하는 구간으로, 1,800원 안팎이 단기 지지선, 2,300원대 52주 최고가 부근이 주요 저항선으로 거론된다. 보수적인 시나리오에서는 1,800원선이 붕괴될 경우 1,600원대 중반까지 되돌림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반대로 1,900~2,000원대에서 거래량이 줄며 가격이 안정될 경우 2,200~2,300원대 상단 재테스트 가능성도 거론된다.

 

중기(6개월) 관점에서는 수주잔고 소화에 따른 실적 반등이 실제로 확인되는지, 글로벌 바이오·헬스케어 섹터 강세가 이어지는지, 비만치료제·백신 관련 수요와 콜드체인 인프라 투자가 꾸준히 유지되는지가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수주 계약의 지연·취소, 글로벌 제약사의 설비 투자 축소, 감염병·비만치료제 관련 뉴스 강도 약화 등은 콜드체인·바이오 장비주 전반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기 테마성 급등에 따른 변동성 리스크를 우선적으로 감안할 필요가 있다. 최근 주가 급등 구간은 신규 공시보다는 수급과 심리 요인이 중심이었던 만큼, 공매도와 차익 실현 매물이 대거 출회될 경우 조정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코스닥 소형주의 특성상 유상증자, 대규모 설비 투자, 규제 변화 등 외부 변수에 따른 가격 충격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다. 향후 글로벌 바이오 섹터 흐름과 개별 공시, 거래 동향을 함께 점검하면서 보수적인 접근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당국과 시장 참여자들은 비만치료제와 백신을 둘러싼 글로벌 헬스케어 투자 사이클이 어느 정도 지속될지, 그 과정에서 국내 바이오 설비·콜드체인 기업의 수혜가 실적 개선으로 연결될지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향후 정책 방향과 자금 흐름은 세계 경기와 제약·바이오 업황, 감염병 재확산 여부 등 주요 변수에 좌우될 전망이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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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신바이오#콜드체인#비만치료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