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블랙프라이데이 소비 살아났다”…미국 뉴욕증시, 연말 산타 랠리 기대감 확대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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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11월 말 미국(USA) 뉴욕 금융시장에서 블랙프라이데이를 기점으로 되살아난 소비 심리가 연말 증시 향방을 가늠할 핵심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온라인 소비가 예상보다 크게 늘고 12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가 높아지면서, 이른바 ‘산타 랠리’가 재현될지에 투자자 관심이 쏠린다. 이번 흐름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부담 속에서 미국 경제의 수요 체력이 어느 수준인지 가늠하는 시험대로 받아들여진다.

 

지난주 뉴욕증시는 뚜렷한 반등에 성공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한 주간 3.73% 올랐고, 다우존스산업종합지수는 3.18% 상승했다. 최근 3주 연속 하락하며 11월 수익률이 -1.51%까지 밀렸던 나스닥종합지수는 4.91% 급등으로 낙폭을 크게 만회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S&P500과 다우지수는 11월을 강보합권에서 마무리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추수감사절 이후 한 달간 강세장이 이어지는 계절적 패턴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키우는 분위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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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심리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어도비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블랙프라이데이 당일 미국인의 전자상거래 지출은 118억달러로 집계돼 전년 대비 9.1% 증가했다. 이어 토요일에는 55억달러, 일요일에는 59억달러 소비가 예상되는 등, 블랙프라이데이에서 사이버먼데이로 이어지는 연중 최대 쇼핑 기간이 연말 수요 전망을 끌어올리는 촉매로 평가된다. 고용 둔화와 인플레이션 여파로 전체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도 존재하지만, 온라인 부문에서는 수요 회복이 뚜렷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가에서는 계절적 패턴에 대한 언급도 늘고 있다. 로렌스 맥밀런 맥밀런애널리시트 대표는 “추수감사절 다음 주는 보통 한 달 강세장의 출발점이었다”고 평가했다. 켄 마호니 마호니자산운용 CEO는 가을 조정장을 “연말 랠리를 준비하는 기반”으로 규정하며, 최근 축적해 둔 현금을 활용해 기술주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는 대형 성장주를 중심으로 한 위험자산 선호 회복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기술주에 대한 매수 심리 변화도 눈에 띈다. 11월 시가총액 1위인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 거품 논란과 구글의 ‘제미나이 3.0’ 부상 여파로 한 달 새 13% 하락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보는 시각이 강하게 유지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엔비디아의 GPU와 구글의 TPU가 함께 AI 인프라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셈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엔비디아를 포함한 대형 기술주가 연말 뉴욕증시 강세를 다시 주도할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연준의 12월 금리인하 가능성은 증시를 떠받치는 또 다른 축으로 작용한다. 연준 인사들은 12월 9~10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통상적인 ‘침묵 기간’에 들어갔지만, 그동안의 발언을 종합하면 12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은 12월 인하 확률을 80% 중반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9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연준의 선호 물가 지표임을 감안하면서도, 결과가 예상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 정책 방향을 바꿀 변수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낙관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번 주 예정된 미국 경제지표와 연준 인사들의 공개 일정이 증시 변동성을 키울 잠재 요인으로 거론된다. 12월 1일에는 11월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스탠퍼드대 연설이 잡혀 있다. 다음 날인 2일에는 미셸 보먼 연준 부의장이 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3일에는 ADP 비농업부문 고용 변화, 9월 수출입 물가 지수, 9월 산업생산, 11월 S&P 글로벌 서비스 PMI, 11월 ISM 서비스업 PMI 등 성장과 물가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지표가 한꺼번에 나온다. 4일에는 11월 챌린저 감원 보고서와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 9월 무역수지와 함께 보먼 부의장의 추가 연설이 예정돼 있다. 5일에는 9월 PCE 가격지수와 9월 공장수주, 12월 미시간대 소비심리지수와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가 공개된다.

 

월가와 주요 외신은 연말 뉴욕증시가 소비 지표와 연준 완화 기대라는 두 축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인플레이션 재가열이나 고용 급랭 같은 ‘악재의 불균형’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소비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할 경우 연말 랠리 기대가 꺾일 수 있고, 반대로 소비와 고용이 과열 조짐을 보이면 연준의 금리인하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추수감사절 이후 통계상 강세 확률이 높다는 점과, 인공지능·반도체 등 성장 산업에 대한 중장기 수요 전망 덕분에 완만한 위험자산 선호 기조가 유지될 것이란 인식이 강하다. 뉴욕증시가 블랙프라이데이 소비 회복과 금리 완화 기대를 발판으로 연말 산타 랠리를 이어갈 수 있을지, 아니면 지표 발표 과정에서 분산 조정을 거칠지에 글로벌 금융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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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블랙프라이데이#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