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연초 대비 8% 후퇴”…비트코인, 구조적 악재 없이도 연간 약세 전망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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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으로 16일, 미국(USA) 뉴욕 금융시장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올해 연초 대비 약 8% 하락한 수준을 기록하며 역대 네 번째 연간 약세 마감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가격 조정은 과거와 달리 대형 거래소 파산이나 해킹 사고 같은 구조적 충격 없이 진행되고 있어 국제 금융시장과 암호화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올해 1월 1일 개당 종가 기준 9만4천771달러 수준에서 출발해, 현지시각 10월 초에는 12만6천달러대까지 오르며 연중 최고점을 찍었다. 그러나 10월 초 이후 하락 전환한 뒤 약세 흐름이 이어졌고, 싱가포르(Singapore) 기준 17일 정오 현재 8만7천100달러 선에서 거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와 비교하면 약 8% 낮은 수준으로, 대표적인 위험자산 겸 디지털 가치 저장 수단으로 불리던 비트코인이 연간 단위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이례적 국면이다.

비트코인, 연초 대비 8% 하락…역대 네 번째 연간 약세 전망
비트코인, 연초 대비 8% 하락…역대 네 번째 연간 약세 전망

비트코인의 과거 연간 약세 국면은 대부분 업계 전반을 뒤흔든 사건과 맞물려 있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14년 비트코인 가격은 연간 57.5% 하락했는데, 당시 일본(Japan)의 대표적 비트코인 거래소였던 마운트곡스가 대형 해킹 사고로 파산했다. 2018년에는 ICO 거품 붕괴로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며 가격이 73.8% 급락했고, 2022년에는 FTX 등 다수 암호화폐 거래소의 연쇄 도산으로 신뢰 위기가 확산되며 64.3%의 연간 하락률을 기록했다.

 

올해는 이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USA) 정치와 규제 환경에서는 오히려 긍정적 변화가 나타났다. 가상화폐에 우호적인 입장을 표명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백악관에 입성했고,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금융체계 안에서 규율하는 ‘지니어스법’이 미 의회를 통과했다. 업계가 오랫동안 요구해 온 규제 명확성과 제도권 편입이 가시화됐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 같은 정책·규제 측면의 호재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 가격은 10월 초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로 돌아서 반등 동력을 찾지 못한 상태다. 헤지펀드 ‘아폴로 크립토’의 프라틱 칼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수많은 긍정적 촉매가 있었지만, 시장이 힘을 전혀 받지 못해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가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가 스테이킹 기능을 포함한 상장지수펀드 등 규제 관련 주요 요구 사항을 상당 부분 제도적으로 확보했음에도 가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는 올해 비트코인 약세장의 핵심 요인으로 과도한 레버리지, 즉 차입거래 확대를 꼽았다. 특히 10월 10일에는 약 190억달러 규모의 레버리지 베팅 물량이 한꺼번에 청산되면서 시장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된 것으로 분석했다. 레버리지 청산이 본격화된 이후 비트코인을 대량 보유한 이른바 ‘고래’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추가 하락 압력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대형 보유자의 매도와 함께 거래량도 눈에 띄게 위축된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 분석업체 카이코 자료에 따르면, 큰 폭의 가격 변동 없이 대규모 주문을 소화하는 시장의 수용 능력을 의미하는 ‘시장 깊이’는 올해 고점 대비 약 30% 줄어든 상태다. 시장 참여자들이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보고 관망 기조를 강화하면서 유동성 자체가 줄어든 것이다.

 

칼라 매니저는 “기존 고래들의 매도가 상승 모멘텀을 확실히 꺾어 놨다”고 평가했다. 정책 호재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반응하지 못하자 단기 차익을 노리던 레버리지 투자자들이 청산 압력에 내몰렸고, 이 과정에서 구조적 악재 없이도 ‘기술적 하락장’이 전개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제 금융시장은 비트코인이 또 한 번의 연간 약세를 기록할 경우, 디지털 자산이 전통 자산과의 상관관계 속에서 어떻게 재평가될지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처럼 거래소 파산이나 사기 사건이 아닌, 레버리지 구조와 유동성 위축이 주도한 이번 조정이 비트코인 시장의 성숙 단계에서 새로운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사회와 투자자들은 향후 규제 환경과 거시경제 변수에 따라 비트코인 가격 흐름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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