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8년 만에 판다 본드 발행 재개”…중국, 금융 협력 강화에 서방 경계
현지시각 기준 7일, 러시아가 약 8년 만에 중국(China) 본토에서 ‘판다 본드’(외국 기업의 위안화 표시 채권)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이로써 2022년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이후 단절됐던 러시아 기업의 중국 자금 조달이 다시 이루어질 전망이다. 양국은 경제·금융 분야 협력 강화의 속도를 높이고 있으나, 서방의 2차 제재 가능성이 변수로 남아있다.
중국 금융 당국은 지난 8월 광저우에서 러시아 에너지 기업 관계자들과 만남을 갖고, 판다 본드 발행 계획을 공식적으로 지지한 바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 기업에 본토 채권시장을 다시 열어주는 결정 배경에, 최근 심화된 중러 경제·외교적 연대가 있다고 진단했다. 초기에 본드 발행은 2~3개 기업으로 제한될 것으로 보이며, 참여 후보로는 러시아 국영 원자력기업 ‘로사톰(Rosatom)’과 그 계열사가 거론된다.

‘로사톰’은 8일(현지시각) 로이터 및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을 통해 “위안화 표시 채권 발행을 준비 중”임을 확인했다. 다만 구체적 발행 일정 및 규모 관련 구상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러시아는 2017년 금속 대기업 ‘루살(Rusal)’이 15억 위안 규모의 판다 본드를 발행한 이력이 있으나, 2022년 이후 붉어진 서방 경제 제재와 2차 제재 위험으로 글로벌 금융 접근이 대폭 조여진 상태다.
서방의 제재가 강화되면서, 중국 은행들 역시 러시아 기업과의 공식 거래를 꺼려 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USA)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에 무역 압박을, 러시아에는 우크라이나 정전 협상 촉구 등 대러 제재 기조를 공고히 하자, 중러 간 금융·경제 협력이 더 긴밀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열고 “러중 관계가 전례 없이 높은 수준”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 1일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도 양국 경제 시스템 구축 및 공동 채권 발행 등 금융 협력 강화를 논의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러시아와 중국의 위안화 채권 협력에 서방 국가들의 반응에 주목하고 있다. 베이징 현지 변호사 앨런 웡은 “아직 제재 명단에 오르지 않은 러시아 기업이 판다 본드를 발행할 가능성은 있으나, 채권 매각 후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 제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추가로 “비제재 기업을 경유한 우회 발행 역시 당국의 직접 승인 등 절차가 복잡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2차 제재의 위험이 상존하는 만큼 러시아·중국 금융 협력의 실질적 진전 여부와 국제 자본시장 파장에 대한 신중론이 커지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번 조치가 향후 중러 금융 질서 변화의 신호탄이 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