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력 인프라 열기에 5%대 급등세…대한전선, 테마·수급에 변동성 확대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투자 기대가 다시 부각되며 대한전선 주가가 단기 급등과 조정을 반복하고 있다. 20일 전력기기·전선 관련주 전반에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높은 밸류에이션과 테마성 수급이 맞물려 투자자들의 경계와 기대가 교차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AI 전력 인프라 투자 사이클과 ESG 성과가 중장기 성장 스토리를 뒷받침하는 동시에, 단기적으로는 수급 변화에 따라 주가가 크게 출렁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20일 장중 기준 대한전선 주가는 2만4,250원으로 전일 대비 5.43% 상승 중이다. 개장 직후 2만3,800원에서 출발해 장중 한때 2만4,900원까지 상단 돌파를 재시도했고, 오전 내내 2만3,600~2만4,900원 가격대에서 매수·매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직전 4거래일 연속 약세 이후 하루 만에 반등에 성공하며 단기 변동성이 다시 커지는 구간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대한전선[001440] 최근 3개월 주가변동 추이 / 네이버증권](https://mdaily.cdn.presscon.ai/prod/129/images/20251120/1763609564066_25970886.jpg)
최근 한 달(10월 21일~11월 20일) 동안 대한전선 종가는 약 1만7,620원에서 2만4,150원까지 올라 약 37% 상승했다. 같은 기간 장중 저점은 1만7,210원, 고점은 2만8,650원으로, 한 달 사이 60% 안팎의 넓은 가격 레인지가 형성됐다. 6개월 전인 5월 말 종가 1만2,640원 수준과 비교하면 누적 상승률은 90%를 넘어섰다. 증권가에서는 중기적으로 레벨업 구간에 진입한 종목이라는 해석과 함께, 단기 과열 신호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기술적 흐름을 보면 최근 6개월간 대한전선은 완만한 우상향 추세 속에 단기·중기 이동평균선을 모두 상향 돌파한 상태다. 11월 20일 기준 종가 2만4,150원은 5일선(약 2만4,100원)과 거의 같은 수준에서 공방을 벌이고 있으며, 20일선(약 2만3,770원)과 60일선(약 1만8,700원)을 모두 상회한다. 6개월 저점대인 1만2,000원대 초반과 최근 1개월 조정 구간에서 형성된 2만3,000원 안팎이 주요 지지선, 11월 초 기록한 2만8,000원대 후반이 강한 저항 레벨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최근 한 달 일별 최대 상승폭은 15% 내외, 최대 하락폭은 -7% 수준으로, 단기 변동성이 높은 종목 특성이 재확인됐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기관 패턴이 엇갈리고 있다. 11월 12~19일 6거래일 동안 외국인 순매매는 11만7,478주, 74만4,899주, -154만3,397주, 1만5,575주, 47만6,350주, 34만2,560주를 기록했다. 누적 기준으로는 소폭 순매수 또는 중립 수준이지만, 중간에 150만주 이상 대량 매도가 출회됐다가 다시 매수세가 유입되는 회전형 패턴이 두드러진다. 같은 기간 기관은 11만2,456주, 18만2,872주, 12만510주, 3만9,288주까지 순매수 기조를 보이다가 이후 10만1,973주, 12만2,370주 순매도로 전환하며 초반 매수 물량에 대한 차익 실현에 나섰다. 최근 1주일 동안은 외국인 매수·기관 매도, 개인 투자자 단기 추격 매수 조합이 형성되며, 외국인 수급 방향에 따라 주가 강·약이 갈리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거래 규모도 빠르게 불어났다. 최근 한 달 평균 일일 거래량은 약 759만주로, 최근 6개월 평균 301만주 대비 두 배 이상이다. 11월 20일 오전 기준 거래량도 약 411만주 수준으로, 직전 조정 구간과 비교해도 여전히 높은 회전율을 유지하고 있다. 거래대금은 1,000억 원 안팎까지 확대돼 코스피 중형주 가운데 단기 트레이딩 비중이 큰 종목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다만 거래량 급증과 단기 시세 분출이 반복되는 구조인 만큼, 수급이 둔화되는 시점에서 변동성이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은 개인 투자자에게 잠재적 리스크로 지적된다.
동일 업종 내 위치를 보면 대한전선은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LS 등과 함께 전력기기·전선 업종에 속한다. 20일 기준 등락률은 대한전선 5.43%, HD현대일렉트릭 4.73%, 효성중공업 2.53%, LS일렉트릭 6.95%, LS 3.09%로, 전력 인프라 관련 종목 전반이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다. 대한전선의 시가총액은 약 4조5,213억 원으로 동종 업계 중상위권이며,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 순위는 109위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시장 대표주에는 못 미치지만, 전력 인프라 섹터에서는 테마 민감도가 높은 중형주로 평가된다.
최근 주가를 밀어올린 핵심 요인은 AI 산업 확대에 따른 전력 인프라 수요 기대다. 미국 엔비디아가 역대 최대 실적을 발표하며 AI 버블 우려가 일부 완화되자,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증설과 이에 따른 고압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 전망이 다시 부각됐다. 데이터센터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만큼 발전·송전·배전 전 과정에서 전력기기 및 전선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다. 국내에서는 대한전선이 대원전선, 가온전선,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등과 함께 대표 수혜주 그룹으로 묶이고 있다. 특히 북미 및 국내 그리드 현대화, 재생에너지 연계 송전망, AI 데이터센터 클러스터 주변 초고압 케이블 수요가 겹치면서 초고압 케이블 납기 타이트 현상과 가격 결정력 개선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선반영되고 있다.
ESG 성과도 중장기 투자 스토리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대한전선은 한국ESG기준원의 2025년 ESG 평가에서 통합 A등급(환경 A, 사회 A, 지배구조 B플러스)을 받으며 호반그룹 편입 이후 5년 연속 A등급을 유지했다. 태양광 설비 구축, 탄소중립 로드맵 추진, 지역사회 공헌, 가족 친화 제도 도입, 내부 통제 및 리스크 관리 강화, ISO 37301 인증 획득 등이 주요 성과로 제시된다. 시장에서는 ESG 등급이 단기 주가를 직접 자극하는 재료는 아니지만, 연기금·기관 등 장기 투자자의 투자 가능 종목 풀을 넓히고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하방을 완충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무·밸류에이션을 보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개선 추세지만, 밸류에이션 부담은 적지 않다. 연간 매출액은 2022년 2조4,505억 원, 2023년 2조8,440억 원, 2024년 3조2,913억 원(추정), 2025년 3조6,089억 원(추정)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모습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82억 원, 798억 원, 1,152억 원(추정), 1,210억 원(추정)으로 증가하며 영업이익률도 1.97%에서 2.81%, 3.5%(추정) 수준까지 올라왔다. 다만 2025년 예상 순이익은 723억 원으로, 매출 성장 폭에 비해 이익 개선 속도는 완만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익성 지표인 ROE(지배주주 기준)는 2022년 3.32%, 2023년 7.83%, 2024년 5.85%(추정)로, 두 자릿수 ROE를 기록 중인 일부 전력기기 대형사에 비해서는 낮은 편이다. 2025년 2분기에는 분기 기준 -230억 원 순손실이 발생해 이익 변동성이 노출되기도 했다. 반면 2024년 기준 부채비율 76.64%, 2025년 2분기 95.49% 수준은 자본집약적 업종 특성을 감안할 때 과도하다고 보긴 어렵다는 평가다. 당좌비율이 100%를 상회하고 유보율도 800%대에서 유지되면서 전반적인 재무 건전성은 양호한 수준으로 관찰된다. 시장에서는 현재 대한전선 주가가 배당보다는 성장성과 테마성 재료, ESG 프리미엄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본다.
밸류에이션 지표에서는 고평가 논란이 적지 않다. 동일 업종 비교 자료에 따르면 대한전선의 PER는 약 155배로, HD현대일렉트릭 54배, 효성중공업 44배, LS일렉트릭 65배, LS 31배 대비 크게 높다. PBR 역시 대한전선 2.16배, HD현대일렉트릭 1.35배, 효성중공업 1.41배, LS일렉트릭 2.77배, LS 2.1배 등으로 업계 상단에 위치한다. 네이버 금융 기준 증권사 평균 투자의견은 매수(4.00점)지만, 평균 목표주가는 2만3,257원 수준이다. 장중 현재가가 목표주가를 약 4% 웃도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밸류에이션 부담을 감안한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증권가에서는 대한전선을 전형적인 테마·수급 민감주로 분류한다. 엔비디아 실적, AI 버블 논쟁, 전력기기 섹터 강·약 전환에 따라 일중 변동폭이 크게 확대되고 있으며, 최근 한 달간 일별 변동폭이 플러스마이너스 5%를 넘는 날이 잦았다. 여기에 구리 가격, 환율,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 일정, 전력망 투자 정책 변화 등 외부 변수도 수익성과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단기 추세 추종보다는 2만3,000원 안팎 지지선과 2만6,000~2만7,000원대 저항 레벨 등 가격대별 수급 상황을 함께 고려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중기적으로는 글로벌 금리 흐름, AI·데이터센터 설비투자(CAPEX) 가시성, 북미·국내 초고압 라인 수주 공시 등 이벤트에 따라 주가 방향이 갈릴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초고압 케이블 실질 수주와 단가 개선, 이익 체력 강화가 동반되지 않을 경우, 현재의 높은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방어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향후 대한전선 주가 흐름은 AI 전력 인프라 투자 현실화 정도와 함께 실적·ESG 스토리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어지는지에 좌우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