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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도 식품안전 기술시대…식약처, 노로바이러스 차단 총력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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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을 맞은 굴 소비가 늘어나면서 식품위생 관점에서 노로바이러스 관리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굴은 칼슘과 철분, 구리, 아연 등 미네랄과 셀레늄이 풍부해 건강식으로 각광받지만, 충분히 익히지 않고 섭취할 경우 겨울철 급성 위장염을 유발하는 대표 원인 식품으로 지목돼 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부터 굴 제품에 가열조리 여부를 한눈에 구분할 수 있는 스티커를 도입하는 등 생산과 유통, 소비 전 과정에서 노로바이러스 위험을 체계적으로 줄이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식약처가 제시한 굴의 영양 프로파일을 보면, 굴에는 뼈 건강에 중요한 칼슘과 혈액 생성에 관여하는 철분, 효소 활성에 필수적인 구리와 아연이 다량 포함돼 있다. 여기에 중금속 해독과 항산화 기능을 돕는 셀레늄까지 풍부해 ‘바다의 우유’라는 별칭이 붙었다. 예로부터 굴을 많이 다루는 사람의 피부가 하얗다는 속담이 전해지는 것도, 굴 섭취가 멜라닌 색소 형성과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문제는 같은 굴이 노로바이러스의 주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노로바이러스는 사람의 분변 등에서 배출된 뒤 해양 환경을 거쳐 패류에 축적되는 구조를 가진다. 겨울철 수온이 낮아지면 바이러스가 장기간 생존하면서 오염된 굴을 통해 사람에게 다시 전파된다. 특히 노로바이러스는 극히 적은 양으로도 감염을 일으킬 수 있고 잠복기가 짧아, 집단 급식소나 외식업장에서 관리가 소홀해질 경우 대규모 식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방역 당국의 가장 큰 부담이다.

 

전문가들은 생굴 섭취를 위험 요인으로 지목하며 충분한 가열 과정을 거친 조리를 권고하고 있다. 노로바이러스는 구조적으로 열에 취약한 특성을 지녀 일정 온도 이상에서 일정 시간 이상 가열했을 때 감염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식약처는 굴 제품에 가열조리용 또는 익혀 먹는 표시가 부착된 경우 중심온도 85도 이상에서 최소 1분 이상 익혀야 안전성이 확보된다고 안내한다. 실제 현장에서는 굴국밥, 굴찜, 굴전 등 열을 충분히 가하는 메뉴 구성이 가장 안전한 섭취 방식으로 평가되고 있다.

 

바이러스 제어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이 조리 환경 위생 관리다. 노로바이러스는 알코올보다 비누를 이용한 물리적 세척에 더 잘 제거되는 특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어, 조리자는 조리 전후 최소 30초 이상 손을 비누로 씻는 기본 수칙을 지켜야 한다. 조리기구와 조리대의 청결을 유지하고, 날굴을 다룬 도마와 칼을 익힌 음식에 재사용하지 않는 것이 교차오염 차단의 핵심이다. 날굴과 익힌 굴을 같은 용기에 보관하는 행위 또한 오염 확산 통로가 되므로 피해야 한다.

 

보관 단계에서도 위생 관리는 계속된다. 남은 굴을 상온에 오래 두면 바이러스뿐 아니라 세균 증식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빠르게 냉장 보관해야 한다. 면역력이 떨어진 고령층, 영유아, 임산부, 만성 질환자는 노로바이러스 감염 시 탈수와 합병증 위험이 커질 수 있어, 생굴 대신 반드시 가열 조리된 굴만 섭취하는 것이 권고된다. 이처럼 인구 집단별 취약성에 따라 섭취 지침을 세분화하는 접근은 최근 식품안전 정책 전반에서 강화되는 정밀 관리 흐름과 맞물린다.

 

식약처는 올해부터 유통 단계에서의 소비자 혼동을 줄이기 위해 굴 가열조리용 스티커를 직접 제작해 유통업계에 배포했다. 포장 라벨과 별도로 직관적인 스티커를 부착해 생식용으로 오인해 섭취하는 사례를 줄이겠다는 의도다. ICT 기반 추적 시스템과 연계하면 향후 생산 이력, 위생 점검 결과, 가열조리 권고 온도 등 안전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스마트 식품안전 플랫폼으로의 확장도 가능해 보인다.

 

겨울철 굴 소비는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어서, 방역당국과 업계의 협업 수준이 노로바이러스 관리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는 굴 섭취 시 충분한 익힘 조리를 거칠 것을 재차 당부하며, 소비자가 표시 정보를 정확히 확인하고 위생 수칙을 준수해야 식품안전 관리 체계가 현장에서 완성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산업계는 제철 별미 굴이 안전하게 식탁에 오를 수 있을지 정책과 현장 실행의 조화를 주시하고 있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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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노로바이러스#가열조리용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