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동기·김건희 역할 규명할까"…조은석 내란특검, 윤석열 정점 수사결과 발표
내란 사건을 둘러싼 정치적 책임 공방과 사법적 판단이 정면 충돌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해 온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15일 최종 수사결과를 내놓으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계엄 동기와 역할 규명이 정치권의 또 다른 격랑을 예고하고 있다.
조은석 특별검사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내란특검 사무실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고 수사 결과를 브리핑한다. 지난 6월 13일 특검 지명 이튿날 조 특검이 "사초를 쓰는 자세로 세심하게 살펴 가며 오로지 수사 논리에 따라 특별검사의 직을 수행하겠다"고 다짐한 지 약 6개월 만이다.

특검팀은 180일간의 수사 끝에 정점인 윤석열 전 대통령을 포함해 총 27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 가운데 24명은 특검이 직접 기소했고,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김봉규·정성욱 전 국군정보사 대령 등 3명은 군검찰과 협업해 기소 절차를 마무리했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은 군검찰이 6월 위증 혐의로 불구속기소한 데 더해, 특검이 지난달 일반이적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
신병 확보 과정에서도 특검의 강도 높은 수사가 이어졌다. 특검팀이 법원에 청구한 구속영장은 총 12건 가운데 5건이 발부됐고 6건은 기각됐다. 군검찰이 여인형 전 사령관과 문상호 전 사령관에 대해 청구한 추가 구속영장 2건도 법원이 받아들였다. 다만 김용대 전 드론작전사령관, 한덕수 전 국무총리,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 대한 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면서, 정치권 일각에선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조 특검팀은 지난 6월 18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추가 기소하면서 3대 특검 가운데 가장 먼저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수사 방향을 윤 전 대통령 등 의혹의 정점으로 곧장 좁혀 나갔고, 수사 개시 3주 만에 윤 전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강도 높은 수사 기조를 드러냈다.
이와 함께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기소 하면서, 계엄 당시 국무회의 진행 경위와 각 국무위원의 역할을 규명하는 데 속도를 올렸다. 국무회의 테이블에 앉았던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사법절차에 오르면서, 당시 정부 내 의사결정 구조와 책임 소재를 둘러싼 공방도 불가피해졌다.
외환 혐의 수사에선 특검이 전직 대통령을 일반이적 혐의로 처음 기소하는 수순까지 밟았다. 북한과의 공모를 직접 입증해야 하는 외환유치 혐의는 적용하지 못했지만, 특검은 공소장에서 윤 전 대통령 등이 북한 무인기 침투 작전을 통해 북한을 자극하고 국가 안보를 저해했다고 적시했다. 이는 계엄 정당성 논리를 위해 안보 위기를 고의로 부각·활용했는지 여부를 가늠하는 핵심 쟁점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구상 시점도 특검 수사로 크게 앞당겨졌다. 특검은 기존에 알려졌던 2024년 3∼4월이 아니라 2022년 11월, 윤 전 대통령 취임 반년 무렵부터 비상대권을 언급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보고 있다. 계엄 논의가 선거 국면이 아닌 초기 국정운영 단계에서부터 준비됐다는 관측과 맞물리며, 정치적 파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김건희 여사의 역할과 관련한 단서도 수사 대상에 올랐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게 보낸 메시지를 확보해, 김 여사가 처한 사법 리스크와 비상계엄 선포 동기 간 연관성을 추적했다. 조 특검이 공식 석상에 처음 서는 이날 브리핑에서 김 여사의 관여·가담 여부와 관련한 구체적 수사 결과를 제시할지 주목된다.
다만 수사 강도의 피로감과 정치적 논란도 만만치 않다. 8월 이후 특검팀이 새로 신병을 확보한 인물은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유일하다. 앞선 구속영장 기각 사례들이 쌓이면서, 여권에선 무리수 수사라는 반발이, 야권에선 계엄 기도 전모를 드러내야 한다는 맞대응이 이어지고 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추가 구속 여부도 남은 변수가 되고 있다. 특검팀은 오는 25일 구속기간이 만료되는 김 전 장관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한 상태다. 지난 1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진행됐고, 의견서 제출 기한 등을 고려하면 법원 판단은 19일 이후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구속 연장이 결정될 경우, 계엄 관련 군 수뇌부 수사는 한층 더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조은석 특별검사는 검찰 재직 당시 대표적 특수통으로 꼽혀 왔다. 3개 특검 가운데 가장 가시적 성과를 냈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이번 특검에는 김형수·박억수·박지영·박태호·이윤제·장우성 특검보가 합류해 실무를 이끌었다. 대검찰청과 법무부, 서울중앙지검을 거치며 언론 경험을 쌓은 박지영 특검보가 대외 소통을 맡아, 수사 과정에서 특검의 입장 정리에 역할을 했다.
수사 기한이 끝난 뒤에도 법적 공방은 이어진다. 특검팀은 일부 특검보와 파견 검사, 경찰, 수사관을 남겨 공소 유지에 나설 계획이다. 국회와 정치권은 특검 수사결과를 두고 내란과 외환 혐의의 성립 여부, 전직 대통령과 여권 핵심 인사들의 정치적 책임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