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전략기술 지킬 최소한의 방패 확보"…김병기, 간첩법 개정 본회의 처리 압박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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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안보와 기술 주권을 둘러싼 갈등 지점에서 국회가 맞붙었다. 더불어민주당과 여야가 간첩죄 적용 대상을 넓힌 형법 개정안을 두고 안보 위협 대응과 인권 보장 사이의 긴장을 조율하는 가운데, 본회의 처리를 앞둔 정치권의 셈법이 시험대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간첩죄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이른바 간첩법 개정안을 반드시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개정안은 지난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해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간첩법 개정안이 통과됐다"며 "이제 본회의 처리만 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처리 절차를 상기시키면서 여야가 마지막 단계에서 흔들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개정안의 취지를 안보와 핵심 전략 기술 보호에 뒀다. 그는 "우리 안보를 위협하고 기술을 노리는 위협에 맞설 장치를 드디어 제대로 갖췄다"며 "모든 경제·안보 영역을 포괄하지는 못했지만 전략 기술을 지킬 최소한의 방패는 확보했다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략 기술 분야를 둘러싼 국제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쟁점이 되는 형법 개정안은 간첩죄 적용 대상을 현행 '적국'에서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로 넓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는 전통적인 의미의 적대국을 위한 간첩행위나 군사상 기밀 누설에 한정해 처벌했지만, 개정안은 적대관계 여부와 무관하게 국가기밀의 해외 유출 행위를 포착해 제재할 수 있도록 범위를 조정했다.  

 

입법 추진 배경에는 안보 환경의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현행법은 '적국' 개념을 전제로 하고 있어, 동맹이나 우호국과의 관계를 악용한 기술 유출, 민간 연구개발 성과의 해외 이전과 같은 새로운 유형의 위협을 충분히 포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이에 따라 국회는 전략 기술을 포함한 핵심 국가기밀의 해외 유출 방지 필요성에 무게를 두고 법 개정을 추진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를 부각하며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을 재차 주문했다. 그는 "이번 간첩법 개정은 여야 의원들이 국익을 중심에 놓고 힘을 모았고 민주당도 그 필요성을 강하게 뒷받침한 결과"라며 "기술 주권을 지키는 문제에 정치적 계산이 끼어들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안보와 기술 보호 사안을 정쟁의 영역 밖에 두자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간첩죄 적용 범위를 넓히는 입법은 인권 침해와 표현의 자유 위축을 우려하는 시민사회와 법조계의 문제 제기를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간첩죄 구성요건이 모호해질 경우 수사기관 권한이 과도하게 확장될 수 있다는 비판과, 안보를 이유로 한 사법 남용을 막기 위한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맞설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안보 위협에 대한 강경 대응 기조와 기본권 보호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국회 본회의 표결 과정에서 여야 의원 개개인의 소신 표결과 당론 사이의 간극이 드러날지, 그리고 개정안 통과 여부가 향후 안보 관련 입법의 기준점이 될지가 주목된다.  

 

국회는 간첩법 개정안 처리 여부를 두고 향후 본회의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안보와 기술 주권 보호를 위한 형법 개정 방향을 놓고 정면 충돌하면서도, 다음 회기에서 관련 보완 입법과 제도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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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더불어민주당#간첩법개정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