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엔비디아 의존도 낮춘다”…메타, 구글 AI 칩 검토에 알파벳 급등·칩 시장 재편 주목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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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25일 미국(USA)에서 메타플랫폼이 구글의 인공지능(AI) 반도체 ‘TPU(텐서처리장치)’를 수십억달러 규모로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며 글로벌 AI 칩 시장에 파장이 번지고 있다. 이번 소식은 미국 빅테크 간 AI 인프라 동맹 구도를 재편할 수 있는 변수로 떠오르며 투자자와 업계의 시선을 끌고 있다.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을 인용한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은 2027년 자사 데이터센터에서 구글의 TPU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더불어 내년에는 구글 클라우드 부문을 통해 TPU를 임대하는 방식까지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메타플랫폼이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고 AI 가속기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메타, 구글 AI 칩 도입 논의에 알파벳 2.7%↑…엔비디아 시간외 약세
메타, 구글 AI 칩 도입 논의에 알파벳 2.7%↑…엔비디아 시간외 약세

이 같은 논의가 알려지자 구글 모회사 알파벳(Alphabet) 주가는 뉴욕 증시 장 마감 후 시간외 거래에서 최대 2.7% 상승했다. 반면 AI 반도체 시장의 선두 업체로 꼽히는 엔비디아(Nvidia)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한때 2.7% 하락하며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투자자들이 메타플랫폼의 잠재적 수요가 엔비디아에서 구글로 일부 이동할 가능성에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메타플랫폼과 구글 간 거래가 실제로 성사될 경우 구글 TPU가 엔비디아 칩을 대체할 수 있는 현실적인 선택지로 부상하는 데 힘을 실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엔비디아는 대형언어모델(LLM) 학습과 추론에 필수적인 GPU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하며 AI 붐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꼽혀왔다.

 

엔비디아 칩 주요 고객사 가운데 하나인 구글은 이미 자체 TPU 개발을 통해 엔비디아 의존도를 줄이는 전략을 추진해 왔다. 동시에 자사가 개발한 TPU를 외부 고객에게 공급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확대하며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해 왔다. 검색과 광고 중심의 사업 구조를 다변화하려는 구글의 장기 전략과도 맞물린 행보다.

 

구글은 AI 챗봇 ‘클로드(Claude)’를 운영하는 미국 AI 스타트업 앤스로픽(Anthropic)에 최대 100만 개의 TPU를 공급하기로 하는 등 외부 AI 기업에 대한 칩 공급을 공격적으로 늘려 왔다. 메타플랫폼이 TPU 활용을 검토하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소수 빅테크가 형성하던 엔비디아 중심의 칩 공급망이 점차 다극화되는 흐름이 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메타플랫폼의 검토 움직임에 대해 “대형언어모델(LLM) 공급업체들이 향후 추론용 가속기 칩의 주요 공급처로 구글을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생성형 AI 서비스가 본격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학습뿐 아니라 대규모 추론 작업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전용 칩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과 맞물린 평가다.

 

구글은 이달 6일 추론 작업에 특화한 7세대 TPU ‘아이언우드(Ironwood)’를 수 주 내 일반에 공개하겠다고 발표하며 AI 인프라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자체 데이터센터 최적화를 넘어 외부 기업 대상 서비스까지 염두에 둔 행보로, 향후 글로벌 클라우드·AI 인프라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AI 플랫폼 경쟁에서도 구글의 공세는 거세지고 있다. 구글은 최근 차세대 AI 모델 ‘제미나이3(Gemini 3)’를 선보이며 오픈AI(OpenAI)의 ‘챗GPT’에 정면으로 맞서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어 제미나이3를 기반으로 한 이미지 생성·편집 도구 ‘나노 바나나 프로(Nano Banana Pro)’를 내놓으며 생성형 AI 서비스 라인업을 확장했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클라우드를 아우르는 통합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글로벌 주요 매체들은 구글이 TPU와 차세대 AI 모델을 앞세워 엔비디아 중심의 칩 시장과 오픈AI 중심의 서비스 시장에 동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메타플랫폼이 구글 TPU를 채택할 경우, 빅테크 간 AI 인프라 협력과 경쟁 구도가 한층 복잡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메타플랫폼과 구글의 협의가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 경우, AI 가속기 시장의 공급사 다변화가 빨라지면서 가격과 성능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엔비디아의 시장 지배력에도 중장기적인 조정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사회와 글로벌 IT 업계는 이번 논의가 AI 인프라 패권 구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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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플랫폼#알파벳#엔비디아